러시아의 기독교는 정교회다. 정교회는 동로마 제국의 선교사들이 전교해, 988년 블라디미르 대공이 통치하는 키예프 루스의 국교가 되었으며 1037부터 1448년까지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임명한 그리스인 대주교가 통치한 역사가 있다. 정교회는 러시아 사회에서 영향력이 크며 이는 가톨릭의 부패를 비판하며 시작된 개신교와의 분쟁 등 서방의 가톨릭교회에 비하여 정교회권에선 교회에 대한 비판이 적고, 정치적으로 세속 군주와 다툴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복음주의적인 기독교와는 다른 러시아에서 선교하고 있는 이성주 선교사(해운대제일교회, 저자)는 1993년 러시아 선교사로 파송받아 지금까지 30여 년을 모스크바에서 기거하며 제자훈련을 통한 교회개척, 동서남북 사역현장을 순회하며 지도자 양육과 복음 전파에 힘쓰고 있다.
본 도서는 저자가 러시아에서 선교사로 훈련받고 파송 받아 그 현장에서 30년 이상 체득한 실제적인 선교 활동 기록이자, 성경중심적인 선교신학을 바탕으로 모든 순간마다 기도와 말씀에 기초하여 사역한 성공적인 선교사의 삶을 보여주는 선교지침서이다. 책의 내용 중 저자의 선교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눈길을 이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초창기 러시아 사역을 시작할 때 주일 예배 후 성도들로부터 ‘오늘 말씀은 난생처음 듣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런 귀한 말씀 주시니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받으면서 가슴 뿌듯한 적이 많이 있었다. 성경공부 시간에는 이런저런 질문으로 인해 세 시간씩 말씀을 공부하며 내가 알고 경험한 신학과 교회의 생활을 가르치던 때가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던가.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자본주의 물결에 점령 당한 러시아는 세속주의가 판을 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라고 했다.
그는 ”주일 예배를 마치고 나면 교인들이 줄을 서서 빵을 받아 간다. 현지 교회는 그렇지 않지만, 선교사가 인도하는 교회는 대부분 무엇인가를 주고서 교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성도는 예배 시간에 설교할 때 꼭 질문을 한다. 이해되지 않는 것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자기와 의견을 달리할 때는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한다.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질문이 생기지 않도록 말씀을 준비할 수 있어서 오히려 감사하고 질문은 예배 후에 하라고 권면한다“라고 했다.
이어 ”모스크바 남쪽으로 1천 킬로를 내려가면 사라토프 주에 속한 발란코보라는 도시가 있다. 이 지역에서 사역하는 목회자의 초청으로 사역자 훈련과 말씀 집회를 위해 내려갔다. 2003년부터 시작해 대략 10년의 세월 동안 사계절 줄기차게 다녔다. 선교사역은 대부분 예나 지금이나 현장을 찾아가는 ‘발의 사역’이다. 여기저기 현장에서 우리를 오라고 손짓을 하면서 와서 도우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는다. 말씀에 갈급한 심령이 러시아 곳곳에 흩어져 있다. 한국인 선교사들은 대부분 말씀연구에 힘을 쏟는다. 그래서 체계적으로 잘 가르치기에 현지인들이 너무나 좋아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러한 현장사역들이 더욱더 확장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장 속에 사역의 길이 있고 현지 교회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문제와 방법을 찾게 된다. 무너진 교회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무지한 상태에 빠진 이들을 말씀으로 깨우친다. 이를 통해 많은 청년이 도전받고 새로운 눈을 뜨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몸은 피곤하고 낯선 환경과 잠자리, 먹을 것이 별로 없는 음식은 적응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이 남지만 발로 뛰는 현장사역은 매우 많은 열매를 맺게 되고 현장을 깨우치게 된다“라고 했다.
저자는 이어 ”일반적으로 러시아 사람들은 이혼을 경험하고 알코올과 약물 중독으로 비참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인생에 예수가 필요한 이유이고, 마음의 위로와 소망을 위해 기도할 이유인 것“이라며 ”대도시를 떠나면 대부분은 문화의 혜택이 줄어들거나 미치지 못하는 것을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 안에서 만나 찬양하고 함께 기도하고 말씀을 나눈다. 적막한 시골 마을, 문화가 없는 마을, 암담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라고 했다.
그는 ”순회전도사역을 자치면서 초기 개척 사역 시대를 지나면 바로 말씀으로 지도해야 한다. 그런데 말씀에 대한 준비가 부족함을 느낀다. 항상 기도하고 선교를 이야기하지만, 삶의 헌신이 훈련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절감한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딜 가나 고난의 역사가 숨어 있음을 살필 수 있었다. 웃음 뒤에 숨겨진 고난의 흔적을 살펴보고, 굳센 믿음 뒤에 눈물의 세월과 기가 막힌 인생의 웅덩이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분적으로 나의 사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전체 사역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첫 번째 핵심은 사람, 제자를 키우는 것, 두 번째 현장 순회 사역, 세 번째 공동체 사역 그리고 선교훈련원 사역이다“라며 ”러시아 내에서 선교사역을 하는 것 외에 북한선교를 위해 매년 많은 물건을 보내고 있다. 또한 현장을 누비다 보니 이 사회가 요구하는 사역 중 한 가지는, 많은 약물 중독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을 악의 구덩이에서 건져내는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러시아 선교가 시작된 지 30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아직도 많은 현장에 교회가 없고 사람들은 가난하고 무엇인가에 포로가 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눈이 멀고 자유를 상실하여 억눌린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들을 향해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주님께서 나를 부르시고 기름을 부어서 세우신 것이다. 나는 이 부르심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남은 인생을 던질 것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지만, 아직 기회가 있을 때에 최선을 다해 기도하면서 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