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 시절 총체적 안보 부실을 조사하기 위한 ‘국가안보 문란 실태 조사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기로 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과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 합참의장 조사 문제 등을 샅샅이 들춰보겠다는 건데 결과에 따라 ‘북한 눈치 보기’로 일관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한 정부가 2019년 탈북 어민 강제 북송사건 등 문 정부 시절의 안보와 관련한 대북정책 전반으로 조사 범위를 넓히려는 건 이것이 중대한 국가안보 문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나 자유를 찾아 탈북한 어민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강제 북송한 것은 모두 헌법에 위배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탈북 후 귀순 의사를 밝힌 어민 2명을 문 정부가 강제로 북한에 송환한 사건과 관련해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면 우리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되는데, (조사 없이) 북송시킨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있다”며 헌법 위반 소지가 있음을 짚었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외치면서 출범한 문재인 정권에서 인권이 내팽개쳐진 사건은 한둘이 아니다. 이는 거의 ‘북한 눈치보기’와 깊은 연관이 있다.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어부 2명을 안대를 씌우고 포승줄에 묶어 북에 넘긴 사건은 그중 최악이다. 문 정부가 북한이 인도 요청을 하기도 전에 인계 의사를 먼저 타진했다고 하니 그 의도가 뭐든 간에 상상을 초월하는 반인권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의회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의장이 이 사건에 대해 “인권변호사였다고 하는 사람이 어부들을 끔찍한 운명 속으로 돌려보냈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라고 토로했을 정도다.
문 정부의 ‘북한 눈치보기’는 ‘대북전단금지법’으로 그 정점을 찍었다. 이 법은 우리 자금으로 세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폭파한 후 김여정이 탈북인권단체의 대북전단지 살포를 강하게 비난하며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통일부가 즉답하고 민주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완성했다.
그러나 이 법은 인권과 ‘표현의 자유’ 침해 측면에서 국제사회와 유엔은 물론, 체코 등 옛 공산권 국가까지 반대에 나설 정도로 큰 파장을 불렀다. 미 의회 인권위원회와 미 국무부도 인권 보고서에서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문 정부 인사들은 국제사회의 비판에 “내정간섭”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게 ‘김여정 하명법’이란 조롱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전단 등 살포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당시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대북방송이나 북한에 기구를 통해 보내는 부분에 대해서 현 정부가 법으로 금지를 해 놓았다”며 “그것이 접경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닌 이상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장관 후보자 시절 기자들과 만나 “대북 전단은 기본적으로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헌법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해 당시 반대했다”며 그런 입장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나 권 통일부 장관의 당시 발언과 견해가 이미 ‘엎질러진 물’에 대해 소신을 피력한 수준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민간 차원에서 벌이는 북한 인권 운동을 정부와 국회가 북한의 눈치를 보며 강제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온당치 않다고 봤다면 말과 생각으로 그쳐선 안 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대북 관련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통일부가 지난해 7월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해 온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법인 설립 허가를 전격 취소한 것만 봐도 이 법이 북한 인권 운동가들에게 얼마나 심대한 타격을 가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정부의 통일정책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건데 남한 실상을 알리는 전단지와 달러, 성경 등을 비닐 풍선에 넣어 띄우는 게 통일정책 위반이라니 소가 웃을 일이다.
민주당이 위장 탈당 등 꼼수를 동원해 가며 통과시킨 ‘검수완박법’은 국민의힘과 법무부가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다수의석으로 입법을 밀어붙였던 민주당이 대선과 6.1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한 후 당내 중진 의원조차 “국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것”이라며 “헌재가 마땅히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을 할 정도다.
그런데 어디 ‘검수완박법’ 뿐이겠나.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을 뿐 아니라 자유를 구금당한 북한 주민을 외면한 최악의 ‘반(反)인권법’으로 지탄받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후진국’ 취급을 받게 된 건 덤이다. 헌재에 위헌 심판을 청구해 법적 폐기 절차를 밟거나 최소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재개정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