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열 대표(말씀의집)의 신간 <성막의 세계>(출판사: 두란노)가 최근 출간됐다. 구약학자인 저자는 과장과 확대해석을 배제하고 히브리 원문에 입각해 성막을 철저히 탐구하여 이 책을 집필했으며 시청각적인 그림을 총동원해서 순서대로 비품과 건물이 제작되고 조립되는 과정을 재구성했다.
성막 건물과 비품의 설계와 제작, 형태를 정확히 재구성했으며 자그마한 부품 하나까지 제작과 조립 방법을 현미경처럼 살폈다. 또한 역사, 문화, 지리 배경에 비추어 성막이 지닌 일차 의미를 추적하며, 성막이 지닌 합리적인 그리스도 예표론적 의미와 상징적, 교회론적 의미를 살피기 위해 본 도서를 집필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이 책의 일차 목표는 성막 본문을 히브리어 원문에 입각해 철저히 탐구하여 성막 건물과 비품들의 설계와 제작, 형태를 정확히 재구성하는 데 있다. 이를테면 못 하나까지 어디에, 어떻게 박았는지를 현미경처럼 살피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중대한 목표다. 이어서 우리는 역사, 문화, 지리 배경에 비추어 앞서 말한 성막이 지닌 원래의 일차 의미를 추적하고 그 이상의 신학적 의미와 제의적 논리를 탐구할 것이다. 마지막 단계로 우리는 성막이 지닌 합리적인 그리스도 예표론의 의미와 상징적 의미, 또한 교회론의 의미를 찾아보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성막을 살피기 전에 우리는 먼저 성막에 대한 환상부터 깨야 한다. 성막이 ‘황금과 보석의 집’이라 불리는 엄청난 건물이거나, 웅장하고 기막히게 아름다운 신전일 것이라는 환상 말이다. 원래 성막은 가난한 광야 피난민들의 초라한 이동식 천막 예배당이었다. 그것은 온 이스라엘 백성이 최선을 다해 지은 건물이긴 하지만, 제국의 엄청난 신전들과 비교할 때 너무나 작고 볼품없었다. 그럼에도 성막이 고대 모든 제국의 신전들보다 위대했던 이유는 성막의 다른 특징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바로 그 점을 이 책을 통해 추적해 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구약에 나오는 법궤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특징은 법궤와 비슷한 것들이 이웃 나라들에도 존재했는데, 이스라엘의 법궤 중앙에는 유일하게 아무것도 안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변국의 궤 중앙에는 한결같이 그들의 신상이 놓여 있거나 지존자인 왕이 앉아 있다. 다시 말해, 신의 보좌를 상징한 궤의 그룹들은 이스라엘만의 고유한 것이 아니었다. 이방 민족들도 각자 자신들의 궤가 있었고, 양쪽에 그룹과 흡사한 날개 달린 수호천사들이 배치되었으며, 각종 귀중한 물품들을 궤 안에 보관했다. 그 그룹들 사이에 신격화되었거나 위엄 있는 풍채의 왕이 앉아 있었다. 또는 궤 위에 국가의 대장 신의 형상을 올려놓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스라엘의 법궤에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이웃 나라의 관점에서는 법궤는 만들다 만 비품이거나 짝퉁 법궤로 비쳤을 것이다. 그러나 법궤 위 그룹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법궤로 제작된 이유는 하나님은 어떤 방식으로든 형상화되실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하나님을 형상화하여 무언가를 만든 뒤 ‘이것이 하나님이다’라고 하면, 그순간 그것은 전혀 하나님이 아니게 된다. 우리는 그것을 ‘우상’이라 부른다. 오히려 이웃 나라의 법궤 비슷한 비품들이 짝퉁 법궤들이다”라고 했다.
저자는 이어 “오래도록 주로 미국과 한국 교회 강단에서 대제사장이 지성소에 들어갈 때, 발목에 끈이나 줄을 매달고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회자되어 왔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대제사장이 지성소에 홀로 들어갈 때 밖에서 방울 소리를 통해 그가 살아 있는지가 확인된다. 그런데 방울 소리가 나지 않으면, 그가 죽은 것으로 보고 끌어내야 한다”라며 그“래서 대제사장이 지성소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끈을 매달아야 했다. 지성소가 너무 위험한 곳이라 언제 대제사장이 심장 발작과 같은 돌연사로, 혹은 대제사장 자신의 제의적 실수로 자칫 하나님의 거룩한 영광을 훼손하여 지성소 안에서 즉사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일 대제사장이 지성소에서 죽으면 아무도 거기에 들어갈 수 없어 끈을 잡아당겨 시체를 끌어냈다는 이야기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이야기는 구약 어디에도 없으며 성경의 증거와도 크게 어긋난다. 무엇보다 속죄일에는 대제사장이 장엄한 대제사장 관복을 벗고 아무런 장식이 없는 단순한 세마포 베옷으로 갈아입고 지성소에 입장한다(레 16:4). 따라서 일단 지성소에서는 결코 방울 소리가 날 수 없으므로 방울 소리 여부로 밖에서 대제사장의 사망과 생존을 확인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성립되지 않는다. 결국 방울 소리로 대제사장의 생사 여부가 확인되었다는 낭설은 일단 배제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막 안의 법궤는 물론이고 모든 다른 거룩한 비품의 접촉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고핫 자손일지라도 내성소의 성물들을 만지면 죽게 되고, 심지어 보기만 해도 죽는다. 이것은 사람이 성물에서 나온 거룩의 기운에 타격을 입은 결과다. 거룩의 기운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뿜어져 나오는 마당의 번제단과 물두멍은 백성들이 관찰해도 문제가 없었지만, 그것들 역시 접촉 자체는 레위인이라도 엄격히 금지되었다. 제단의 무단 접촉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라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제사장이라 할지라도 손발을 깨끗이 씻고, 속바지를 입은 후 정결한 상태로 제단에 올라갈 수 있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 죽음의 경고가 주어졌다. 이렇게 성막의 성물들은 위험했기 때문에 일반 백성은 물론 운반 책임을 맡은 고핫 자손일지라도 결코 만지거나 보지 못하도록 두 겹, 세 겹으로 철저히 포장해야만 했다”라고 했다.
한편, 김경열 대표는 전남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동 대학에서 구약학 전공으로 신학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박사학위 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남아공으로 건너가 10여 년간 총회세계선교회 소속 선교사로 사역했다. 귀국 후 총신대학교 학부와 신학대학원, 성결대학교 등 여러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레위기와 오경, 구약 전반에 대한 다양한 책과 글을 쓰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또한 말씀의집 대표로 네이버 카페 ‘말씀의집’에서 원문으로 구약과 신약을 묵상하여 함께 나누는 말씀 사역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드라마 레위기>, <레위기의 신학과 해석>, <토라 히브리어 문법>, <냄새나는 예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