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트리니티연구원이 4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소재 서대문교회(담임 장봉생 목사)에서 ‘성찰하는 성도, C.S. 루이스,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제7차 한국 C.S. 루이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첫 강사로 나서 ‘루이스의 「인간폐지」를 통한 통찰: 루이스와 포스트 트루스’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강영안 교수(미국 칼빈신학교)는 “포스트 트루스(Post-Truth)는 선진화되었다고 일컫는 나라들에서 볼 수 있는 정신적 질병”이라며 “페이크 뉴스는 이 질병이 드러내는 하나의 증상이다. C.S. 루이스의 「인간폐지」는 포스트 트루스란 말이 등장하기 70년 전에 이미 이 질병을 미리 검사하고, 검사 결과 진단을 내리고 치유할 수 있는 처방을 내렸다”고 했다.
이어 “(「인간폐지」에서) 자연을 이긴 것이 인간 본성의 패배자가 된 것이며, 인간의 한계는 포스트 휴머니즘을 통해 드러남을 말한다”며 “이 책의 주인공은 인공적으로 영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깨닫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존재의 정당성과 객관성 훈련에 관해서도 말한다. 특히 예수의 수난상을 보면서 주인공은 크게 깨닫는다”며 “끝으로 지식인의 사명과 비판적 실재론의 중요성 그리고 교육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강 교수는 성도들에게 아침에 일어나서 천천히 주기도문으로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얼굴의 기독교적 상징: C.S. 루이스의 「우리가 얼굴을 가질 때까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인성 교수(숭실대 영어영문학)는 “루이스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 「우리가 얼굴을 가질 때까지」는 가장 상상력이 풍부하면서도 가장 수수께끼 같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고, 상대적으로 가장 분석이 덜되어 있으면서도 가장 매력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이어 “루이스는 선과 악,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 기도(의 필요성), 희생(의 본질), (원시 종교에 감추어져 있는) 기독교적 계시, 교만, 명예, 권력, 속임/감춤, 고통, 사랑 등의 주제를 양파 껍질을 한 꺼플, 한 꺼플 벗겨나가는 것처럼 매혹적인 방식으로 풀어 나간다. 이와 더불어 루이스의 영원한 꿈인 갈망을 신화적 형식으로, 간접적으로 그러나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루이스는 연역법직인 접근보다 귀납법적인 접근을 선호했으며, 이성적인 분석보다 시각적인 묘사를 주로 했다”며 “20세기의 대표적인 변증론자이면서 다작의 작가인 루이스의 탁월성과 대중성은 이 두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언어의 한계와 오해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루이스는 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소설에서, 언어를 사용하여 언어의 한계를 성공적으로 뛰어넘고 있다”며 “그 중심에 바로 루이스의 특유의 글쓰기 방법인 보기와 보여주기 방식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우리가 얼굴을 가질 때까지」는 인간적 사랑(애정, 우정, 에로스)을 한편으로 찬양하면서 동시에 비판하고 있다”며 “이 작품은 작품 속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적 사랑의 아름다움과 한계 및 위험을 묘사하고 있으며, 자비만이 이 견고한 높은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화를 통해 신을 향한 인간의 욕망·소망·갈망을 투영하여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믿었던 루이스가 자신의 마지막 소설의 장르로 신화를 택하고, 이 책의 부제로 「바꾸어 말한 신화 이야기」라고 붙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루이스에게는 문자 그대로 또 비유적이고 상징적으로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가장 좋은 장르가 바로 신화였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신화의 중심에 ‘얼굴’이 있었다. 이 소설에서 얼굴을 배제하면 신화뿐만 아니라 소설 자체도 무너져 내린다”며 “얼굴의 상징적 의미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소설은 얼굴의 상징적인 의미를 통해 ‘선물의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며 “‘필요의 사랑’들이 ‘선물의 사랑’ 안에서 비로소 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는 면에서, 선물의 사랑은 필요의 사랑을 여전히 필요로 한다. 자신(만)의 얼굴을 갖기 전에는 이 사랑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기 때문에 신의 얼굴을 볼 수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가 우리 자신의 얼굴을 가질 때 비로소 우리는 신과 얼굴을 마주 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 자신의 얼굴을 갖는 것은 신을 만나기 위한 선결조건”이라며 “자신(만)의 얼굴은 곧 자신(만)의 정체성이고 자아이다. ‘얼굴’은 루이스가 일생동안 추구해온 삶과 신앙의 긴 여정의 출발점이면서 동시에 종착점이었다. 즉 얼굴은 루이스에게는 씨앗이고 열매였다”고 했다.
다음 세 번째 순서에서 ‘「순례자의 귀향」: 갈망을 좇아, 이성을 따라, 미덕과 함께’라는 주제로 발제한 홍종락 번역가는 “「순례자의 귀향」은 C.S. 루이스가 회심하고 첫 번째로 쓴 책이며, 이후 루이스의 저작들에서 발전된 형태로 등장하는 많은 주체들이 상당부분 발견되는 흥미로운 책”이라며 “그러나 많은 독자들이 어려워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작품 내의 인물들을 외부세계의 대상들과 대응시키는 식의 접근법을 피하고, ‘갈망(섬)의 기원, 대상, 목표를 탐색하는 여정’으로 보면 이 책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먼저, 섬의 정체와 순례 여정, 섬과 지주의 관계, 섬과 협곡의 관계를 살피면서 섬을 중심으로 순례의 큰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순례의 안내자 역할을 맡은 이성이 등장한 대목들에 주목하여 신앙의 안내자로서의 이성을 역할을 생각해 본다”며 “그리고 존의 동반자 캐릭터인 ‘미덕’의 정체와 그가 어떻게 딜레마에 빠지고 거기서 벗어나는지 살피면서 갈망과 도덕적 의무감이 순례의 길에 함께 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했다.
이어 “그 과정을 통해 섬에 대한 갈망이 결국 존을 갈망의 기원이자 대상이신 지주에게 이끌었던 것처럼, 규칙도 그 근원이자 규칙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이에게로 미덕을 이끌었으며, 이성은 세상과 논리 규칙을 만드신 위대한 ‘이성적 존재’에게로 존과 미덕을 이끌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순례자의 귀향」은 갈망, 도덕, 이성의 삼겹줄로 인간을 자신에게로 읶느느 지주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한다”고 덧붙였다.
홍 번역가는 “먼저, 섬이 상징하는 특별한 갈망(기쁨)을 추구하는 과정을 일부 종교적인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따라가야 할 여정이며, 둘째로 섬(갈망)을 따라 그 대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거짓 대상들을 만날 때마다 하나하나 제거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 과정에서 이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성은 갈망을 좇아가는 길의 적이 아니라 동료”라고 했다.
이어 “셋째로 미덕이 상징하는 도덕적 의무감은 갈망 추구 과정에서도, 협곡을 건넌 후에도 죽 존과 동행해야 한다. 지주는 존의 갈망을 따라간 끝에 만난 갈망의 근원이자 갈망을 채워줄 분인 동시에, 미덕이 규칙을 지키려다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그 앞에 굴복한 규칙의 기원이자 규칙을 지킬 힘을 주는 바로 그분이었다”며 “넷째로 협곡을 건너는 것은 순례의 끝이 아니라 귀향의 시작이었다. 귀향은 이전과 같은 길을 다른 방향으로(즉, 열린 눈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며)걸어가는 것이지만, 그 길에서도 유혹과 싸워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마지막 다섯째로 우리 안의 존은 단단해져야 하고, 우리 속의 미덕은 유연해져야 한다. 신자의 삶에는 싸움이 있으며, 싸움을 이겨나갈 때 우리는 더 강하고 유연해진다”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정성욱 교수(미국 덴버신학교 조직신학)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와 루이스의 신학과 변증학’, 심현창 원장(미국 트리니티연구원)이 ‘불타는 로마를 보며 바이올린을 켜야 하는가?: 팬데믹, 의심의 시대, 루이스의 문화해석학’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