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경제 상황 및 수출입 동향과 관련해 "하반기 수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무역금융을 당초 계획 대비 40조원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는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경제 상황 및 대응 방향과 최근 수출입 동향, 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이 참석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추 부총리는 "지금 우리 경제는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의 국내 전이 가능성까지 우려해야 하는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물가상승세가 더욱 확대되고, 미국 등의 금리인상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대외여건이 더욱 어려워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실물지표 상으로는 어려운 대외여건 속 국내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해외변수 영향이 국내로 파급되며 물가 오름세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데다, 향후 경기흐름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해외발 충격이 물가·금융시장을 넘어 수출·투자 등 국내 실물경기로 파급될 가능성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는 주말도, 휴일도 없다"면서 "정부는 긴 호흡을 갖고 우리 경제가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로 솔선수범하고 강요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물가, 실물경기, 금융시장 상황을 매월 한 차례 이상 종합 점검해 경제 상황에 대한 부처 간 인식을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수출, 투자, 소비 등도 경제 원팀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신속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최근 수출입 동향 및 대응 방안과 관련해 추 부총리는 "수출은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자 위기 때마다 돌파구 역할을 해 온 든든한 버팀목으로 올해에도 경기회복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까지 수출 성적표를 보면, 수출 실적이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코로나로부터 본격 회복한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도 두 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전체 금액 측면에서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고 했다.
'2022년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15.6% 오른 3503억 달러, 수입은 26.2% 증가한 3606억 달러를 기록했다. 상반기 수출액은 반기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세부 내역과 향후 여건을 자세히 보면 하반기 수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긴축 가속화로 주요국 성장세가 둔화되고, 전 세계 교역량도 위축될 걸로 보여 주력 품목 수출 신장세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며 "중소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수출 실적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항공·해상 등 수출 물류비용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하반기에도 수출업체들이 처한 여건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진단을 토대로 추 부총리는 수출의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과 대응 방안 등을 제시했다.
우선 물류 부담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가중되는 대외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수출 중소·중견기업 등에 대해 무역금융을 당초 계획 261조3000억원에서 301조3000억원+α(알파)로 40조원(15.3%) 이상 확대하겠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특히 중소기업 물류비 지원, 임시선박 투입, 중소화주 전용 선적 공간 확대, 공동물류센터 확충 등 중소 수출업계의 물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무역체질 개선과 무역기반 확충을 위해 유럽·동남아 등 신시장을 개척하고, 친환경, 첨단 소재·부품·장비 등 새로운 수출 유망품목을 발굴·육성하고, 디지털 무역을 활성화하며 콘텐츠, 헬스케어 등 서비스 무역도 확산할 예정이다.
나아가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경제규제혁신TF'를 중심으로 수출기업의 창의와 혁신을 옥죄는 규제를 집중 혁파하고, 수출업계 인력난 완화를 위해 근로시간제 개선, 외국인 고용 확대를 위한 비자제도 개선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최근 무역 상황에 대해 "상반기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지만, 원유, 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이 전년 대비 88%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상반기 무역수지는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10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의 상반기 역대 최대 무역수지 적자 규모인 1997년의 91억6000만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 장관은 "현재 바이오, 2차 전지 등 신산업도 상반기 수출 역대 1위 실적을 보이며 성장하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수출 총력지원 방안을 밝혔다.
우선 기업들의 수입선 다변화 지원을 위해 수입보험을 1조3000억원 규모로 공급한다. 또한 수입환변동보험 적용 대상 확대와 6개 권역별 환변동 관리 컨설팅 지원을 위해 고환율로 인한 기업들의 불확실성과 어려움을 최소화한다.
물류 지원 강화를 위해서는 국제 해상운임이 안정될 때까지 월 4척 이상 임시선박을 지속 투입하고, 중소기업 전용 선복도 현재보다 주당 50TEU(20피트의 표준 컨테이너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 늘려 공급한다. 재정 지원 확대안도 검토한다.
아울러 하반기부터 2500여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전시회 참가를 지원하고,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수출 상담회 개최와 80회 이상 무역사절단 파견을 통해 주요 시장에 대한 맞춤형 마케팅을 지원한다.
나아가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무역수지 적자 해소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13일 '민관합동 수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해 업종별 수출 상황을 진단하고 무역적자 해소 및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 장관은 "7월 중 발표 예정인 반도체 산업 지원 대책을 비롯해 연관 첨단 산업 육성 전략을 수립하고, 에너지 수요 효율화 방안도 조만간 수립해 무역수지 적자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