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회·종교의 자유 무시하는 경기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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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6.25 한국전쟁 72주년을 맞아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북한 동포들의 자유와 통일을 염원하는 ‘복음통일 페스티벌’이 열렸다. 그런데 장소의 대관 업무를 맡고 있는 경기관광공사 측 직원이 주최 측에 “설교와 찬양, 기도를 하면 전기를 끊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행사는 메노라통일선교회, TMTC, 모세스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고 복음통일페스티벌준비위원회와 에스더기도운동본부가 주관한 6.25 72주년 추념 집회였다. 그런데 집회가 끝나고 난 후 장소를 허가한 경기관광공사 측이 사전에 설교와 찬양, 기도 등 ‘종교적인 색채’가 있는 내용을 하지 말도록 요구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장이 번지고 있다. 해당 직원은 ‘찬양’ 대신 ‘대중가요’를 부를 것, 플래카드도 내걸지 말 것 등도 요구했다고 한다.

실제로 임진각 평화누리 대관시설 이용 관련 유의사항에는 “의례적 종교단체 및 개인이 종교부흥 등을 개최하는 선교행사(단, 평일은 가능)”에 대관 시설 사용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러니까 해당 직원은 이 규정을 근거로 그 같은 고지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규정이란 게 그야말로 경기관광공사가 임의로 만든 내부 지침일 뿐 과연 이런 규정이 종교행사 허가 유무를 판단할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내부 규정이라는 것이 공사 측이 자체적으로 행정 편의상 만든 것이라면,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를 기관 자체의 내규로 맘대로 제약하는 것 자체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아 과잉 직무로 볼 수 있다.

이들은 또 행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오후 2시쯤 현장에 와 ‘볼륨을 줄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인근 캠핑장에서 민원이 들어왔다는 게 이유인데 찬송가는 소음이고 대중가요는 상관없다는 그 기준이란 게 황당하다. 또 사설 캠핑장도 아닌데 캠핑하는 사람들이 문제 제기를 한다고 진행 중인 행사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고압적인 태도를 취해도 되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6.25 72주년을 맞아 북녘 땅이 가까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행사를 연 것을 감안할 때 이것이 공익 목적의 집회인지 그냥 캠핑장 소음인지 공기업 직원이라면 최소한 그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관광공사 측은 “임진각에서 북한을 바라보며 북한 동포들이 해방과 자유와 복음을 누리는 복음통일의 문이 열리도록 함께 기도하기 위해” 주말에 이곳까지 온 수많은 시민들을 캠핑장의 고요를 깨는 방해꾼 정도로 여겼던 것인가.

이날 행사가 해당 직원이 볼 때는 그야말로 “종교색 짙은” 집회였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런 식으로 내용에까지 관여하고 문제를 삼은 것은 나가도 한참 나간 것이다. 기독교 뿐 아니라 모든 종교행사를 규정에 따라 금지하고 있으니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종교의 자유가 있고, 집회 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종교색을 띤 집회는 안 된다는 건 횡포 아닌가. 그야말로 민주국가의 자기 부정이다.

한국교회언론회는 28일 발표한 논평에서 “공공구역에서 평화와 자유를 위한 목적으로 기도 행사를 제한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를 함부로 침해하는 잘못된 행위”라며 “이는 자기들만의 행정편의주의이고, 이를 빌미로 기독교를 차별하려는 의도는 없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도 공익 목적으로 세워진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종교행사를 갖지 못하게 한 경기관광공사의 규정에 대해 “종교행사의 자유에 대해 자의적인 침해가 이루어질 우려가 크다”라는 입장이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 보수단체가 확성기집회를 이어가자 친문 성향의 인사가 윤석열 대통령 자택 앞에서 ‘맞불’집회를 열면서 주민들이 극심한 소음에 시달리다 못해 자제를 호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얼마 전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의 시위 관련 질문에 “법에 따른 국민의 권리일 뿐”라고 답변했다.

헌법은 이처럼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고 있다.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최근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가 듣기 거북한 욕설과 비속어를 동반하고 있어 정치 사회적으로 적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으나 스스로 자제토록 유도하는 길 외에 달리 강제할 방도는 없다.

그런 점에서 서울 한복판인 서울광장에서도 제한하지 않는 종교집회를 주거지역도 아니고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금지하는 건 굳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헌법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반 사회적 통념에도 맞지 않다. 더구나 국민의 세금을 들여 공익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원에 온 시민을 마치 사설 캠핑장에 피해를 주는 훼방꾼 취급을 했다는 건 그대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경기관광공사가 종교를 한낱 종속적인 개념으로 여겼다면 전근대적이고 시대 역행이란 비판을 피할 길 없다. 공원 관리를 잘 하라고 맡겼더니 아예 머리 꼭대기에 앉아 주인 행세하는 꼴이라니. 하루라도 빨리 엉터리 규정부터 뜯어고치고 공원을 시민 품으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