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조력자살(Assisted suicide: ‘안락사’ 또는 ‘존엄사’)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상정된 가운데 영국 성공회 사무총장이 “모든 인간 생명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에 (교단이) 단호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윌리엄 나이 영국 성공회 총회 사무총장은 내달 예정된 교단지도자 회의를 앞두고 상원에서 발의된 조력자살 합법화 법안을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나이 사무총장은 더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성공회는 의회, 언론, 의료계의 현행법 개정을 단호하게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말기 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살법안(Assisted Dying Bill)은 지난해 몰리 미처(Molly Meacher) 영국 상원의원이 제안했다. 미처 의원은 ‘존엄한 죽음’(Dignity in Dying)이라는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녀는 지난 4월 말,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의회의 지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리스 존슨 총리가 법안에 반대하면서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법안 심의 과정 중에 있다.
미처 의원은 법안을 소개하면서 “이 선택지는 호스피스 단계의 말기환자와 완화의료를 받는 환자들이 그들의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이 선택지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존재의 단순한 사실에 의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통제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내달 예정된 영국 성공회 시노드에서 평신도 회원인 사이먼 에어 박사는 제안된 법안에 대한 지도자들의 반대를 확인하기 위한 동의를 제안했다.
나이 사무총장은 “그러한 법안은 사람들에게 압력을 가해 삶을 마감할 수 있게 한다”라며 “법이 개정되면 모든 인간 생명의 본질적인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처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기독교인이 조력자살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는 신자들의 (인식과) 동떨어져 있다”라고 말했다.
나이 사무총장은 “여론조사는 윤리적 주장을 테스트하는 유효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론조사는 뉘앙스나 맥락이 부족한 질문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련 경험이 없는 상황을 상상하게 한다”라고 했다.
한편,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캔터베리 대주교와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전 영국 총리는 “이 법안은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할 것이며 연약하고 취약한 사람들에게 압력을 가해 목숨을 끊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웰비 대주교와 브라운 전 총리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가톨릭주교회의 회장인 빈센트 니콜라스 추기경, 아일랜드 수석 랍비인 에프라임 미르비스와 공동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우리가 공언하는 믿음으로 모든 인간의 생명은 창조주의 귀중한 선물로 여기고 유지하고 보호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신앙인들, 비신앙인들은 매우 취약한 계층을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하는 정책이나 공동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리의 우려를 공유할 수 있다”라고 했다.
고든 전 총리는 또한 타임즈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만약 죽음이 의회 규정에 따라 부과되는 관료적 절차를 통해 선택이 아니라 자격에 가까운 것이 된다면 우리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존재가 타인에게 부담이 된다고 느낄 수 있는 연약하고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압력의 위험이 미묘하고 간접적이더라도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