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27일 오후 3시경 3분기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한다.
정부와 한전은 매 분기마다 전력 생산에 필요한 연료비의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연료비 조정단가를 결정하고 있다. 조정 폭은 1킬로와트시(㎾h)당 분기별 ±3원, 연간 ±5원으로 상·하한 제한이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5%대까지 치솟으며 고물가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정부는 한전의 적자 등을 고려해 인상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고물가 우려에 3분기 전기료 발표까지 연기
정부는 올해 들어 고공행진하는 물가와 한전의 심각한 적자 상황이 맞물리자,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지난 20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 폭을 결정해 한국전력에 통보하고, 한전은 21일에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20일 산업부는 관계 부처와 추가 협의가 필요해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유류, 천연가스 등 국제 연료비가 크게 치솟아 연료비 조정요금 인상 요인은 상당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이 가뜩이나 가파른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추가 논의를 이어간 것이다.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에 대한 유보 권한을 쥐고 있어, 올해 1·2분기에는 물가 부담과 국민 생활을 우려해 요금 인상을 무산시켰다.
만약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가 인상되면, 다음달에는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이 한꺼번에 오르게 된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7월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의 원료비 정산단가는 메가줄(MJ) 당 1.90원으로 기존보다 0.67원 인상된다.
◆'최악 적자' 한전… 정부는 '자구 노력' 강조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이 연달아 무산되자 원가 부담이 커져 올해 1분기에만 7조786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연말에는 적자가 30조원까지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한전은 지난 16일 정부에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직전 분기 대비 ㎾h당 3원 인상하고, 조정 폭도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정부는 한전의 심각한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하면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국민들을 납득시키기 위한 자구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고 보는 분위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전기요금은 인상해야 한다"며 "조만간 적정 수준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한전이 왜 적자가 됐는지, 국민이 전기요금을 올리더라도 이해할만한 자구책이 필요하다"면서 "불필요한 자회사 매각, 성과급 반납 등 자구책을 제시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한전은 지난달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경영 효율화, 연료비 절감, 출자 지분·부동산 매각 등 6조원대의 자구 방안을 발표했다.
한전에 따르면 자구 방안 발표 뒤 현재까지 출자 지분 2건, 부동산 3건 등 총 1300억원의 자산 매각을 완료했고,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이연·절감했다.
또한 한전과 9개 자회사는 지난 2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권고한대로 기관장·감사·상임이사의 '202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을 반납하기로 했다.
◆전기료 인상 놓고 전임 정부 비판 분위기도
새 정부의 '탈원전 폐기' 기조에 보조를 맞춰, 전기요금 인상 요인 누적을 놓고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추 부총리는 앞선 방송에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누적된 것은 지난 5년간 잘못된 에너지 정책 때문"이라며 "원전을 짓는 것을 중단하고 중공 시기를 늦추고 신재생 에너지를 무리하게 올리는 등 무리하게 탈원전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27일 '탈원전 및 전기료 인상'을 주제로 정책의원총회를 개최하는데, 여기서 정승일 한전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윤석열 캠프에서 에너지 정책 분과장을 맡았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참석해 탈원전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