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어가 무엇일까요? 아마도 은혜라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은혜도 나에게 도움이 됐을 때 은혜지, 손해가 나거나 힘든 일이 닥치게 되면 은혜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은혜는 이익이 되 든, 손해가 되 든,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면 은혜인 것입니다. 우리는 한번쯤은 수술대 위에 올라가서 마취가 되는 순간을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수술실의 천정을 바라보면서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거란 불안감에 하나님을 찾아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수술의 고통을 떠나 삶에 대한 진지하고도 원초적인 공포가 엄습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건 죽음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죽음 이후 세계, 심판과 징벌에 대한 영혼의 떨림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술대 위는 어쩌면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가장 겸손하게 되는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술대 위에서 다른 사람에게 내 몸과 생명을 맡겨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동안 착각하고 살아왔던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내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과 한계가 존재하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생명과 죽음 앞에 놓인 존재,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존재, 회복과 치료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나를 도와주고 구원해 줄 수 있는 존재를 간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이게 우리의 모습입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한 건강과 시간이 다시 주어진다면, 절대자를 인정하고 사랑하며 경외할 수 있는 겸손함이 생기게 됩니다. 간절한 기도로 하나님을 찾는 시간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과연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유한하며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것인가를 말입니다.
인간의 교만은 하나님을 찾지 않고 지신의 능력과 생각과 계획을 의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잊어버리게 만들고 세상 즐거움에만 빠지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죄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듭니다. 그러기에 겸손해야 하나님이 보이고, 경건해야 하나님이 가까이 하시며, 연약해야 긍휼히 여김을 받습니다. 고로 우리가 먼저 하야 할 일은 내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 가장 성공한 사람일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고난을 겪지 않고 깨달을 수 있다면 그 깨달음도 은혜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