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빛광성교회 지난 15일 수요예배에서 자살예방 강사로 활동하는 심소영 강사(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가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18)’는 제목으로 간증을 나눴다.
심소영 강사는 “저는 약 11년 전에 아버지를 자살로 잃은 자살유가족이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자살에서 살아남았다고 자살생존자라 한다. 이 시간 저의 아픔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그 너머에 계신 하나님, 하나님이 어떻게 저에게 역사하고 일하셨는지를 바라보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자살은 어느 날 갑자기 특별한 사람한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찌개를 끓이고, 가족여행을 가려던 평범한 삶에서 어느 날 갑자기 자살 소식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안 일어나면 좋겠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세계 1위고, 1시간에 1.6명이 자살로 사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주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심 강사는 “11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아침에 병원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달려갔다. 처음 장례를 치르는 2박 3일간 힘들었다. 아빠의 사인을 말하면 수군거리거나 내가 상처받을까 봐 사고사라고 밝혔다. 수의를 입는 아버지의 몸에 고통으로 인한 멍 자국이 있는 걸 보고 가슴이 찢어졌다. 결국 입관식을 하다가 실신해서 실려 나왔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힘들고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남은 가족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뒷정리를 했다. 유품을 정리하고, 아버지의 채무도 정리하고 아버지의 사망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도 있었다. 그런 정리가 다 끝나고 나니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나고, 잠이 들려면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겨우 잠을 청해서 새벽에 일어나면 몸이 말을 잘 안 들었다. ‘괜찮아’라고 50번을 외치고 겨우 일어났다. 눈이 떠지면 생각나니까 이 하루를 어떻게 버텨낼지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살유가족은 굉장히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슬픔도 있고 화도 있고 우울한 마음도 있고 감정이 롤러코스터처럼 왔다 갔다 한다. 저는 제가 미친 줄 알았다. 그런데 미친 게 아니라 유가족의 삶이 그렇다는 걸, 그게 정상적인 반응이란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께 이렇게 못 살겠으니 저 좀 데려가 달라고 기도했다. 밤에 잘 때 내일 눈이 안 떠지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그동안 아버지의 구원을 위해서 27년을 기도했었는데, 꿈이 산산조각이 난 것 같았다. 하나님이 원망스럽고 내가 했던 기도가 소용없다고 느껴졌다. 주일날 1부 성가대부터 저녁 예배까지 밤늦게까지 섬기고, 봉사, 그룹장, 수요예배, 철야예배, 새벽예배도 열심히 다녔는데 하나님께서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며 고통 속에서 나는 실패한 인생이라고 부르짖었다”고 했다.
심 강사는 “그래도 할 게 기도밖에 없었다. 실망했는데도 죽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으로 더 끈질기게 기도했다. 새벽 예배가 끝나고 3~4시간을 기도하는데, 기도해도 마음에 평안이 오지 않았다. 하나님 주신 은혜로 잘 살려고 하는데 이 고통은 지독하게 평안이 안 왔다. 기도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더 아팠다”고 했다.
이어 “힘들어하는 가운데 철야예배에서 하나님이 저에게 한 장면을 보여주셨다. 제가 해외단기선교를 가기 전 100일 정도 아빠의 구원을 위해서 새벽기도를 드린 적이 있었다. 출국 전에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 나오셨었다. 제가 1부 성가대를 하면서 예배드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기쁘고 감사하게 바라보면서 예배드리는 장면을 하나님께서 보여주셨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구원에 대해서 염려하지 말고 맡기라는 마음을 주셨다. 그 이후로 제가 죄책감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이어 “사실 저는 아버지가 천국에 가셨는지 지옥에 가셨는지 모른다. 그런데 하나님이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기 때문에 그 약속만 믿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하나님만 아시는 문제다. 우리가 함부로 판단해선 안 될 문제인 것 같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 자살유가족들은 자살하면 지옥 간다를 얘기를 은연중에 알고 있다. 맞다, 아니다를 얘기하기 전에 유가족의 입장에서 배려해야 한다. 그런 마음 때문에 상처받고 교회를 떠나는 분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심 강사는 “응답을 받았지만, 그 감정과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기도를 열심히 하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사라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하나님하고만 이야기하고 사람하고는 얘기하지 못했었다. 말하고 싶어도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비칠까 봐 괜찮은 척 가면을 쓰고 가짜의 나로 살고 있었다. 말을 못 하니까 마음이 더 힘들어졌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고 위로도 못 받고 숨기고 상처받고는 못 살겠다고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선 저들이 몰라서 그런 거니까 비난하지 말고 네가 상처받은 사람을 위해서 이야기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맞는 말씀이기에 그 부름에 순종해서 자살유가족을 위로하고 자살예방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심 강사는 “한 사람의 자살로 인해서 주변에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는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여섯에서, 많게는 여덟, 우리나라처럼 끈끈한 인간관계 안에선 스무 명 정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정서적으로 어려움이 온다. 우울하고 불안하고 죄책감이 들고, 가장 힘든 건 자살 생각이 높아진다. 가까운 사람의 사람을 경험하면 죽음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자살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자살 고위험군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일상생활로 돌아오고 자기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많은 보호와 위로와 돌봄이 필요한 시기에 알리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이어 “저도 사실 죽음이 가깝다고 생각되고 힘들 때면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그 부분에 제가 취약한 것이다. 그렇다고 고위험군은 아니다. 당뇨나 고혈압 환자가 약을 잘 먹고 관리하면 잘 지내듯이 저도 그런 것이다. 취약할 수 있지만, 하나님이 나를 도와주시고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자살유가족은 죄인이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피해자라 할 수 있다. 그 자살의 책임을 누구한테든 돌리고 싶은데, 고인한테도 다른 사람에게도 돌릴 수 없어서 자기한테 돌리다 보니까 죄책감이 심하게 드는 것이다. 그리고 미리 막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굉장히 고통스러워한다. 이들을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가 자살 경험을 얘기할 수 있을 때 건강하게 애도할 수 있다. 애도하게 되면 다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심 강사는 “요즘은 인식이 개선되어서 주변 친한 분들에게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많이 힘들었겠네요’, ‘고인도 당신이 잘 지내기를 바라실 겁니다’, ‘힘들면 실컷 울어도 됩니다, 괜찮습니다’, ‘고인을 기억해도 되고, 얘기해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반응하면 자살유가족에게 위로가 많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하지 말아야 할 반응도 있다. ‘이제 잊을 때도 됐잖아요’, ‘당신은 그렇게 될 때까지 뭘 하셨어요, 무책임합니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마세요’, ‘죽은 사람에 대해서 더 이상 얘기하지 마세요’ 이런 반응들은 유가족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며 “유가족이 고인에 대해서 잘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심 강사는 “저는 굉장히 캄캄한 삶의 터널을 지나온 것 같다. 그런데 혼자 결코 여기까지 온 건 아닌 것 같다. 하나님이 함께하셨고, 주변에 좋은 분들을 보내주셔서 저를 위로하시고 성장시키신 것 같다. 그래서 죽을 수밖에 없는 저를 구원해주시고 27년간의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저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우는 자와 함께 운다는 게 사실 어렵다. 어느 정도 단계를 뛰어넘어야 우리는 진정으로 우는 자들과 울 수 있다. 우리가 우는 자들을 볼 때 고통에 집중하는데,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함께 울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관심이다. 관심을 가지면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게 되면 같이 울어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우리 교회가 자살에 대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유가족인 걸 밝혔을 때 위로받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살유가족 사역이 사실 굉장히 어렵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봉사한 만큼의 보상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사역은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사명이라 생각한다. 기독교인들이 무교나 다른 종교에 비해 자살률이 높다. 실제 자살을 경험하고 기독교를 떠나 불교나 천주교로 개종하는 분들도 있다. 불교는 고인이 돌아가시면 49재를 지내주고, 천주교는 위로예배가 있는데 개신교는 그런 것에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심 강사는 “성경에 강도 만난 이웃을 지나치지 않고 돌봐준 선한 사마리아인이 예수님의 진정한 사랑을 실천한 이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강도 만난 이웃인 자살유가족에게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도 고통 속에서 울면서 외롭게 살아가는 자살유가족이 있다. 더 이상 그들을 외면하지 말고 상처를 위로하고 돌봐주면서 하나님께 칭찬 듣는 여러분이 되시길 기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