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 칼럼] 허영심을 버리십시오

인터내셔널갈보리교회 이성자 목사

지난 주간 교단 모임에 갔다가 의미있는 예화를 들었습니다. 김치와 깍두기가 그렇게 우리에게 사랑받는 음식이 되기까지는 5번 죽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밭에서 뽑힐 때 한번 죽고, 칼로 베일 때 두번 죽고, 소금 뿌리어 절일 때 3번 죽고, 꼭 쥐어 짜이면서 4번 죽고, 독에 가두어 삭히면서 5번 죽는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어떤 목사님이 한 가지 더 추가하셨습니다. 이로 씹히면서 한번 더 죽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여러번 죽어서 만들어진 김치와 깍두기는 결국 조연에 머무를 뿐입니다. 다른 음식의 맛을 돋구기 위하여 쓰임받을 뿐, 어느 누구도 김치와 깍두기를 메인 디쉬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설렁탕, 곰탕, 갈비탕 등을 먹을 때 김치와 깍두기가 없다면 아무리 정성껏 끓인 맛있는 국물이라도 제 맛이 안날 것입니다. 김치와 깍두기는 한국인의 식탁에 없어서는 안될 반드시 필요한 음식이지만 여전히 주연이 아닌 조연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자신을 거듭하여 죽이면서 묵묵히 조연의 역할에 만족하며 이에 최선을 감당하는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요? 저는 평소에도 김치, 깍두기를 좋아했지만, 더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교회 어떤 부교역자께서 언젠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는 최고의 담임 목사는 되지 못할지라도 최고의 부교역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그 진솔한 고백가운데 허영심을 버린 하나님의 사람이 가진 겸손하고 거룩한 인격의 향기가 풍겨졌던 기억이 납니다.

한편 지난 교단 모임에서 어떤 목사님은 목사들이 버려야 할 4가지 심(心)을 말씀하셨는데 허영심, 욕심, 자존심, 이기심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목사들이 이 4가지 마음을 버리고 목회한다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그 목회를 축복하실 것이라고 단언하셨습니다. 사실 김치, 깍두기가 되겠다는 비전을 가진 목사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다들 그럴싸한 메인 디쉬를 꿈꿀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문제는 허영심입니다. 허영심에서 욕심이 생깁니다.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여 사망에 이르는 것입니다. 허영심으로 목회를 할 때 목사 자신은 물론이요 주변의 모든 이들이 피곤해집니다. 왜 그렇게 목사님들의 모임에서 치열한 감투 싸움이 일어납니까? 허영심때문입니다. 허영심에서 진실성이 파괴됩니다, 허영심에서 시기, 질투, 다툼이 생겨납니다. 허영심에 사로잡히면 거머리처럼 다고 다고하며 족한 줄을 알지 못하는 우매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정말 우리는 거머리를 징그러워하며 버리듯 허영심을 단호하게 버려야 합니다. 허영심이 무엇입니까? 허무한 영광을 추구하는 마음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이 아닌 세상과 인간들이 주는 칭찬과 인정과 자랑을 추구하는 마음입니다. 허영심에 들뜬 사람은 언행이 가볍고 경박합니다. 그 말에 진실성이 없습니다. 어쩐지 세상의 냄새가 풍깁니다.

John Buyan의 천로역정 가운데 주인공 그리스도인과 신의 라는 두 정직한 순례자가 '허영'이라는 이름의 마을을 통과합니다. 이 마을에 있는 모든 사람이 허영에 들떠 있는 마을인데 이 곳에는 허영의 시장이라는 시장이 있습니다. 이 시장은 아주 오래 전부터 세워진 시장인데 천성을 향하여 순례하는 자들은 반드시 이 시장을 통과해야 합니다. 연중 무휴의 허영 시장에서 파는 상품으로는 가옥, 토지, 직위, 명예, 진급, 귀족칭호, 국가, 왕국, 치정(癡情), 향락, 그리고 매춘부, 뚜장이, 아내, 남편, 어린이, 주인, 하인, 생명, 피, 육체, 영혼, 은, 금, 진주, 보석 등등 온갖 오락물과 상품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두 순례자도 천성을 가기 위하여 허영 시장을 통과했는데 저들이 들어서자마자 즉각 사람들이 웅성입니다. 그들이 너무나 자신들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첫째 그들의 옷차림이 달랐고, 말도 달랐으며, 상품을 사라고 아무리 고함을 질러도 그들은 귀를 막고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하여 그들은 허영의 시장을 빠져나갑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세상이라는 허영의 마을을 통과하는 순례자들입니다. 인격과 언어에서 허영을 버리고 세상과 구별됩시다. 자신을 거듭하여 죽이며 김치, 깍두기로도 만족합시다. 허영심이 우리를 부추길 때 오직 성령님을 의지하며 위의 것을 사모합시다. "오직 위로부터 난 지혜는 첫째 성결하고 다음에 화평하고 관용하고 양순하며 긍휼과 선한 열매가 가득하고 편벽과 거짓이 없나니"(약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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