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익 목사(벧샬롬교회 담임)가 13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복음은 대중적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김 목사는 “가치중립적 의미로 복음이 대중적이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그렇다’이다”며 “복음은 만인에게 선포되어야 하는(막 16:15) 좋은 소식이기에 대중적”이라고 했다.
이어 “만일 ‘대중적’이라는 단어의 부정적 용례를 알고 오해될 위험성을 피하려고 한다면, ‘복음은 대중적이다’라는 표현보다는 ‘복음은 보편적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추천할 수도 있겠다”며 “복음은 모든 민족, 모든 죄인에게 선포되어야 하는 좋은 소식이고 모든 사람이 받을 만한 말씀이라는 점에서 보편적이다(딤전 1:15).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 받기를 바라시기 때문에 복음은 보편적이다(딤전 2:4)”고 덧붙였다.
그는 “설교는 그 성격상 대중적이다. 복음을 선포하는 설교는 복음이 대중적인 만큼 (혹은 보편적인 만큼) 대중적이어야 한다. 설교가 교회와 예배의 맥락에서 전해질 때 그 설교는 일차적으로 하나님의 백성을 향하지만, 설교가 언제나 하나님 백성의 예배의 맥락에서만 전해지는 것은 아니”라며 “18세기 존과 찰스 웨슬리 형제와 조지 휫필드가 기존의 틀을 깨고 들판과 광산에서 설교를 했을 때, 그것은 반제도적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들의 설교는 사도행전 2장에서 보는 사도 베드로의 설교나 사도행전 17장에서 보는 사도 바울의 설교에 가까운 설교였다”고 했다.
이어 “베드로는 정확한 장소를 누가가 지목하고 있지는 않지만 예루살렘의 한 넓은 거리에서 (아마도 성전이 가까운 곳에서) 설교를 했을 것이고, 바울은 아테네의 아레오바고 광장에서 설교를 했다”며 “사실, 설교가 대중적일 수 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준 인물을 꼽으라면 우리 시대의 빌리 그래함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1973년 서구의 기독교 국가도 아닌 대한민국의 여의도 광장에 100만 명을 모을 수 있는 인물이었고, 그는 그 ‘대중’에게 설교를 했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설교는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 모두를 향해서 선포되어야 한다. 설교가 보편적 (혹은 대중적) 복음을 그 내용(contents)으로 전하는 것이라면 설교는 대중적이어야 한다”며 “아무리 좋은 복음의 진리일지라도 듣는 사람들이 분명하게 알아들을 수 없는 방식으로 전해진다면 그것은 오로지 설교자의 책임이다. 설교는 그 내용만큼이나 전달(delivery)도 중요하고, 설교자는 내용을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전달의 방식을 위해서도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들이 나팔 소리로 백성들에게 신호를 보내던 전통에 근거하여 바울은 이렇게 말했다. ‘만일 나팔이 분명하지 못한 소리를 내면 누가 전투를 준비하리요’(고전 14:8). 보편적 복음의 진리는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그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정교하고 분명한 방식으로 설교되어야 한다”며 “바른 복음을 전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나머지, 설교가 대중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점의 중요성을 축소하거나 간과하는 사례를 우려한다. 바른 복음은 보편적 복음이고, 그 보편적 복음은 가능한 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포되고 설교되어야만 한다. 들려지는 설교를 하기 위해 고민하고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은 설교자의 정당한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교회 성장의 욕구는 종종 정당함을 넘어 많은 목회자, 설교자에게는 유혹의 미끼가 되곤 한다”며 “교회를 개척하고 자립할 수 있을 만큼의 교인들로 구성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사실 이것은 시간의 문제만도 아니다. 개척교회가 아니더라도 성장이 지연되거나 지체될 때 목사는 대중주의적 설교의 유혹을 받는다. 여기서 나는 대중주의적 설교의 ‘유혹’이라고 말했다. 이 유혹은 설교의 전달 방식이 아니라 설교의 내용인 복음의 진리를 대중영합적으로 비틀고 싶은 마음 속에서 힘을 얻는다”고 했다.
이어 “복음은 ‘모든 사람이 받을 만한’ 진리이고(딤전 1:15), 만민에게 전파되어야 할 좋은 소식이기에 대중적이다. 그러나 대중주의적 설교의 유혹이 설교자의 내면에서 힘을 얻을 때에는, 불변하는 보편적 복음의 내용을 ‘모든 사람이 좋아하고 믿을 만한 복음’으로 비틀고 왜곡하는 일이 일어난다”며 “교회 성장의 욕구에 못 이겨 이런 방식의 ‘대중적’ 설교를 하게 되는 순간, 목사는 진리의 매춘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진리의 매춘 행위를 통해 성장한 교회의 화대를 받아 누리게 되면, 따라오는 것은 교회가 사탄의 회당으로 변질되는 일”이라고 했다.
또 “실수는 대중적 복음의 성격을 ‘대중주의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일어난다. 보편적 복음은 그 본질상 언제나 대중을 둘로 가르는 역할을 한다”며 “구약의 선지자들이나 신약의 사도들, 심지어 예수님의 설교는 모두 대중적이었지만, 언제나 대중을 둘로 가르는 결과를 낳았다. 믿음은 모든 사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적 설교가 교회의 성장을 가져온다는 신화는 에덴동산에서 하와에게 접근했던 뱀의 거짓말과 맥을 같이 한다. 그리고 물탄 메시지와 복음을 전했던 구약의 거짓 선지자들과 신약의 거짓 사도들, 거짓 교사들에게 깔려 있는 전제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편적 복음의 진리를 타협 없이 전하되, 대중에게 들리는 방식으로 설교하기 위해 수고하는 것은 설교자의 책임이고 몫”이라며 “그리고 교회의 외적 성장이라는 결과는 하나님께서 주권 가운데 주시는 은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