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교회의 대면예배를 금지했던 정부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 소속 31개 교회가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낸 ‘대면예배 금지 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가 교회들의 손을 들어준 것인데 예배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소송은 서울시가 지난 2020년 8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중 서울 소재 교회에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는 집합 제한 명령을 내린 것에 일부 교회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예자연 소속의 31개 교회가 중심이 되어 서울시가 대면예배를 금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이를 법원이 뒤늦게나마 코로나19 방역을 빙자한 행정당국의 잘못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런 법원의 판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1년 7월 16일에도 법원이 ‘예배의 자유가 헌법의 기본적 권리’라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교회에 대한 정부의 대면예배 금지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을 넓은 의미에서 인정한 그야말로 원론적인 수준이었다. 반면에 이번 판결은 정부의 대면예배 금지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사법부 차원에서 처음 인정한 것이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예자연 측은 이번 판결의 의미를 한마디로 “정부가 교회의 대면예배 모임을 결코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공권력에 의해 예배가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정책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지난 정부에서 코로나 방역을 구실로 예배와 같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뚜렷한 법률적 근거도 없이 제한한 사례는 비일비재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런 과도한 공권력 행사에 한교연 등 교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저항했으나 정치방역의 높은 벽을 허물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예자연과 뜻을 함께 하는 일부 교회들의 당국의 정치방역에 대한 끊임없이 저항을 해왔고 또 일정 부분 성과를 낸 건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중 10일간의 운영중단 처분을 받았던 은평제일교회가 서울행정법원에 낸 운영중단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또 부산 세계로교회는 당국의 그 어떤 예배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저항정신을 보여줬다. 이 교회는 관할 구청의 반복적인 고발과 운영중단 명령에도 불구하고 대면예배를 강행해 결국 ‘폐쇄 명령’이 내려졌지만 한교연이 “코로나19 확진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교회를 단지 대면예배를 드렸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폐쇄한 것은 ‘방역 독재’”라며 규탄 성명을 낸 데서 보듯이 교계에 정치방역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당국의 통제와 지역의 따가운 시선, 사회 언론의 편향적 보도 속에서도 일부 교회들이 예배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 행정당국이 교회에 가한 운영 중단, 시설 폐쇄 등의 행정조치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리게 된 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수확은 한국교회가 불의에 침묵하고 순응할 게 아니라 끊임없이 저항하고 행동해야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친 데 있다.
당시의 분위기에서 모든 교회들이 정부의 강압적인 예배금지 조치에 항의해 주일 현장예배를 강행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방역 당국뿐 아니라 언론까지 예배를 지키려는 일부 교회들을 국민 안전에 해악을 끼치는 종교집단으로 매도하기 바빴다. 교회를 지키고 예배를 지키려는 일부 교회의 몸부림은 이런 교회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국민적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착각한 정부 당국에 의해 제압되었다.
당시 불의한 공권력에 맞섰던 예자연 등 교계 일부 단체들이 내세운 원칙은 단순 명료하다. 예배는 정부가 좌지우지할 영역이 아니란 거다. 이는 헌법 20조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정부는 이런 헌법 정신을 깡그리 무시했다. 당국이 예배의 형식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주일에 공무원을 보내 예배를 감시한 건 자유민주주의국가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수치스러운 만행에 속한다. 그러던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수천 수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서둘러 거리두기를 해제하는 등 ‘거꾸로’ 방역의 완결판을 보여준 건 그 어떤 상황 논리로도 설명이 안 된다.
이제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그토록 교회를 탄압했던 정부는 국민의 심판을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떠나면서 최소한의 사과 한마디도 없이 장황한 자화자찬으로 끝맺음한 전직 대통령과 지난 정부를 거론한들 이제 와 무슨 득이 되겠는가. 다만 한국교회에 고스란히 떠넘겨진 피해와 고통, 상처를 치유하고 새롭게 일어서기 위한 각오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발등에 떨어진 가장 시급한 문제가 코로나 이후에도 점처럼 회복되지 않는 예배 회집 성도 수다. 예장 통합이 얼마 전 소속 교인 1천5백 명을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인식변화’를 조사한 결과,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던 이들 중 ‘바로 예배에 참석하겠다’는 응답은 28.3%에 불과하고 나머지 71.7%가 ‘일정기간 상황을 지켜본 후에’, 또는 ‘언제 현장예배에 참석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는 응답이었다. 그런데도 교인 3명 중 2명은 코로나 이전보다 영적 갈급함이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나 이 문제가 향후 한국교회가 짊어질 가장 크고 무거운 숙제가 될 전망이다.
기독교인에게 신앙은 국가가 법과 명령만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 양심의 영역에 속한다. 그런 신앙을 눈뜨고 도둑질한 건 분명 불의한 정권이지만 이에 한목소리로 대항하지 못한 한국교회 책임 또한 없지 않다. 성도들이 교회에는 오지 않으면서 영적 갈급함이 이전보다 더 심해졌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코로나 핑계를 댈 때가 아니다. 한국교회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