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고(高)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겹살에 이어 농산물 가격까지 오름세를 보이는 등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때 이른 더위와 가뭄 등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상승한 데다가 올여름 지난해보다 기온이 더 높을 것으로 예고되면서 농산물 가격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4.8% 상승했다. 이 중 채소류 가격을 보면 배추(7.7%), 상추(6.3%), 시금치(28.5%), 양배추(29.1%), 깻잎(21.7%), 무(15.6%), 열무(58.6%), 오이(14.3%), 토마토(4.8%) 등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가격동향을 봐도 채소류 가격은 평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소매가격 기준 배추 1포기는 3949원으로 평년(2773원)보다 42.4% 가격이 뛰었다. 양배추(4910원/1포기)와 시금치(7806원/㎏)는 각각 평년보다 28.9%, 59.5%나 올랐다.
상추(898원/100g)는 평년보다 24.0%, 얼갈이배추(2449원/㎏) 30.6%, 오이(7770원/10개) 17.7%, 토마토(4883원/㎏)는 35.7% 가격이 상승했다. 무(2002원/개) 7.7%, 열무(2587원/㎏) 32.3%, 깻잎(2390원/100g) 40.8% 등도 평년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배추, 무 등 일부 작물들은 지난해보다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4~5월 저온현상, 때 이른 무더위와 가뭄이 농작물 생육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 봄배추 출하가 시작되면서 배추 가격은 이달부터 점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농산물 생산량 및 가격은 일조량, 강수, 기온 등 기상요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2019년 봄에는 저온현상으로 당근 가격이 올랐으며, 2018년 7월에는 폭염으로 인해 배추, 무 등 일부 채소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올해 여름도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6월 기온은 평년(21.4도)과 비슷하거나 높고 7월(평년 24.6도)과 8월(25.1도)은 평년보다 덥고 습할 것으로 예상했다. 6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고 7~8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은 비가 관측된다.
다만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기온, 강수량 등이 농산물 작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맞지만, 재배시기 및 (농작물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도 함께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가정 내 장바구니 물가뿐 아니라 재료비 인상 요인으로 이어지면서 외식업, 서비스업의 가격 상승까지 부추길 수 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도의 밀 수출금지 등 주요국들의 자국 식량 보호 등으로 세계 곡물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 국내 농산물 가격까지 상승하면 물가 상방 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 상승에 따른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종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3000억원을 편성했다.
1인당 1만원 한도로 최대 20% 할인해주는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지원 규모를 기존 590조원에서 1190억원으로 확대하고 비료·사료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농어가 생산 부담 경감을 위해 원료구매 및 경영안정자금도 20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농산물 농가 대상으로 무기질비료 가격도 인상분의 80%를 보조해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달 말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민생대책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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