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월 1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선거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장과 시·도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에 출마하려는 예비후보들이 여기저기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길을 가다보면 종종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자들로부터 극진한 인사를 받는다. 90도로 폴더(polder)인사를 하며 지역을 위한 머슴, 일꾼이 되겠다고 명함을 건넨다.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위해 경쟁하듯 이른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발품을 팔고 소위 영업(?)활동을 한다. 이들 모두 지역을 위해 일할 머슴과 일꾼을 자처하며 표심(票心)을 얻기 위한 구애에 열중한다. 후보들 대부분은 자신의 당선을 낙관하지만 간혹 다음 선거를 겨냥해 이름을 알리기 위해 출마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출마자들이 건네는 명함에는 자신들의 학력과 경력 등 다양한 이력이 담겨져 있다. 또한 명함에는 ‘유능한 후보’, ‘참신한 후보’, ‘OO전문가’ 등 참신성과 전문성, 능력을 강조한다. 그리곤 저마다 ‘머슴’과 ‘일꾼’을 자처하며 표심에 호소한다.
“부정부패, 거짓말하는 머슴은 머슴이 아닙니다. 조선시대 같으면 곤장 좀 맞고 쫓겨나야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경기 남부권 유세에서 “국민 이익이 뭔지 그거 하나만 딱 보고 가는 정직한 머슴이 되겠다”며 정권교체론을 펼쳤다. 특히 ‘머슴’이란 단어를 총 100번 가까이 사용하며 “국민의 머슴인 위정자는 부정부패 안 하고 깨끗하고 정직해야 한다. 머슴이 썩으면 갈아치워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 지방의원 모두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머슴, 일꾼을 뽑는 것이 옳다. 그러나 지난 1991년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기치로 부활된 지방의회와 1995년 본격 막을 올린 지방자치제 하에서 과연 누가 얼마나 주민의 대변자였고 머슴으로, 일꾼으로 역할을 했는지 생각해볼 타이밍(timing)이다. 대다수 선출직 단체장과 시, 도의원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머슴으로 일해왔다 라고 자평 하지만, 일부는 자질 부족과 비리 연루, 갑질 등으로 시민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했다. 다가오는 동시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 머슴과 일꾼이 되기 위함인지, 권력을 차지하고 상전이 되기 위해 ‘머슴’이라는 이름 팔이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무릇 공직에 몸을 담아 주민을 위해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사심이 없이 다산 정약용선생이 말한 애민(愛民)과 위민(爲民)의 마음 정도는 지녀야 하지 않을까.
이번 지방선거에 후보자들은 말로만이 아닌 진정으로 지역발전과 주민을 위한 머슴이나 일꾼이 되기를 당부한다. 간혹 여러 정치인들을 보면 머슴인가, 상전인가 반문하게 된다.
선거를 개인의 권력욕이나 자리를 차지하는 도구로 전락시키거나 이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당선자가 되면 더 심하다. 정치를 오래하다 보면 국민이나 당원들을 자신을 위한 들러리나 병풍쯤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정당에서 다선을 하고도 전국적인 인물임에도 당 대표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일명 ‘먹튀(먹고 튄다는 뜻)’는 선거 전과 선거후가 틀리다는 말로 정치권에선 거의 다반사다. 당선된 후에는 안면몰수 한다는 말로 통용되지만 그렇게 초심을 잃어서는 안된다. 당선되었다고 편나누기나 공리공론[空理空論]에 매이는 것이 아닌 실생활의 유익을 목표로 시민을 위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가하면 전직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 미리 2,3년의 임명직 자리를 선점해버리는 알박기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따금 정치인은 자기 정당의 식구를 공공기관장이나 이사, 감사로 보낸다. 일자리를 위해 인재들을 뽑았지만 아이스팩과 쓰레기 수거의 싹쓸이 정도의 일자리로 그쳤고 기업의 청년 일자리는 부족해도 강의실 전등 끄기, 청소, 방역 등 공공 일자리는 늘어났다. 위든 아래든 일자리 배분이 코로나 재난에서 꼭 필요했겠지만 그나마 쓸만한 자리들은 다들 알아서 챙겼다. 빚더미는 국민이 늘 감당한다.
정치인들은 표만 된다면 무슨 짓이든 한다. 사실 포플리즘이 민주주의의 바른 정치를 병들게 하고 경제를 무너뜨리는 독성 바이러스를 전염시킨다. 철새 정치 사기꾼으로부터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달콤한 맛을 조심해야 한다. 달콤한 제안을 거절하는데서 부터 민주주의는 성숙하고 발전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절대로 공짜를 좋아하면 안된다. 어차피 빈공(空)의 공약(公約)일 수밖에 없다. 후보자의 사상과 국정운영에 대한 비전을 주목하고 투표 전 후보자의 인물, 공약, 삶의 과정 등이 담긴 홍보물을 꼼꼼히 다시 챙겨보게 된다. 도지사든, 시장이든, 교육감이든 사실 후보자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을 지켜내고 국가안보를 굳건히 할 것인지를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정체성에 대한 바른 인식이 전제되어야 할지 않을까. 지난 5년간 갈라치기로 비틀어지고 허물어진 법치와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워야 하지 않을까.
이번 6월 선거는 국민의 바른 판단이 정말 중요하다. 이번 선거가 오래도록 찌든 불판을 바꿀 수 있을까. 유권자들이 작심하면 가능할까. 중도층이 투표에 나서면 선거판은 바뀔까. 중도층의 역할이 선거판을 어떻게 좌우할지 몹시 궁금하다. 오피리언 리더들이 중심을 잡고 우리 지역을 이끌어갈 지도자들을 판단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야 할 역할이 반드시 있다. 해당 후보의 정책과 가치관을 검증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검증하고 올바르게 이끌어야 한다. 한 표가 얼마나 엄중한지, 총알보다 강한 그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 ‘투표’뿐이다. 자유민주주의는 ‘투표’가 ‘혁명’이다. ‘투표혁명’이 곧 ‘정치혁명’을 이룰 수 있다. ‘설마’하는 안일함이 결국 나라를 망친다.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단 한 표 차이로 역사의 물줄기가 바뀐 사례는 너무 많다.
민심은 정말 ‘파도’와 같다. 파도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고 삼키기도 한다. 민심의 소리나 평판을 들어보면 그 후보자의 인격을 알 수 있다. 권력을 갖기 위해 머슴 행세를 하는 사람은 유권자들의 손으로 심판해야 한다. 그러므로 유권자들의 선택이 중요하다. 역시 사사로운 정파에 이끌리기 보다는 진정 지역발전을 위해 일해 온 후보, 일할 후보를 뽑아야 한다. 특히 후보자라면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비전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 그러기에 향후 통큰 정치 행보와 결단을 요구한다. 더 이상 승자독식 구조로는 안된다. 혼자서 만능인 1인 영웅시대는 이미 지나 갔다. 열린시정, 새로운 운영방식이 요구된다. 비전과 정책을 모두가 공유하는 ‘공동의 열린정부’로 가야한다. 더 나아가 유권자의 한사람으로써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제왕적 집중된 권력을 최대한 분산 할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싶다. 또한 당선되면 인(人)의 장벽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많다. 제도권 정치인들이 공무원이 되면 이미 활동가가 아님에도 아직 예전 정당인이나 운동가처럼 착각한다. 게다가 정당 관련인사들을 고위직에 자기편이라는 이유로 알박기하고 부패나 범죄에 아랑곳하지 않으므로 정치족벌이 생긴다. 머슴 팔이로 국민 팔아 공직 챙기질 않길, 정치인과 공무원은 언제나 머슴이길 국민은 간절히 고대한다.
이번에 출범한 윤석열 대통령 정부의 과제가 산더미다.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만 국내외 정치·경제·사회·안보 여건이 만만치 않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을 내세운 윤 대통령의 포스트코로나 민생위기, 사회갈등과 양극화, 북핵·미사일 도발 등 산적한 대내외적인 과제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윤 정부나 차기 지역 자치단체장들도 도정이나 시정운영에 국민 통합과 야당의 협치는 필수적이다. 진영과 세대·젠더·지역 등으로 갈라진 민심을 한데 모아 대통합의 정치를 이뤄내는데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한다. 선거에서 박빙의 표차로 당선된 만큼, 안정된 국정을 위해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국민까지 포함하는 공감과 소통의 정치가 필수적이듯 국민이 진정한 주인된 나라를 이루려면 통합과 협치를 이뤄내야 한다. 여든 야든 국민만 국민을 바라보고 가야 한다.
이효상 목사(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다산문화예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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