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5일 MBC ‘100분 토론’은 어린이날 특집에 맞게 저출산 문제를 다뤘다. 주제만 보고는 우려가 있었다. 또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국가 탓, 사회 탓만 하는 건 아닌지. 하지만 오은영 박사가 출연한다는 걸 보고 기대가 생겼다.
역시 오 박사는 “많은 청년들이 개인적인 상처 혹은 불안감으로 결혼을 기피하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잘 꿰뚫어주었다. 우려대로 저출산 문제에 대해 국가나 사회 탓을 주로 하는 다른 패널에 비해, 오 박사는 아직 미혼인 청년 한 명 한 명에 관심을 가져주었다. 매우 인상깊은 부분이었다.
그러나 토론이 끝날 즈음에 그녀가 전한 말은 많이 실망스러웠다. 오 박사는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만 해서 출산하는 사람들에게도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하며, 이것이 저출산 문제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취지로 말했다. 사실 오 박사는 이전에도 SBS 예능 ‘서클 하우스’에서 혼전 동거에 대해 지지하는 말을 한 적이 있어 실망한 적이 있으나, 이번 100분 토론을 통해 실망에 실망이 더 쌓였다.
필자가 이런 글을 쓰는 것에 우려는 분명히 있다. 오은영 박사는 ‘육아의 신’이라는 별명이 있다. ‘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에게 비판을 하다가는 옳은 말이라 하더라도 욕만 바가지로 먹기 십상이다. 하지만 오 박사의 그 말은 옳지 않기에, 그리고 오 박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깨우쳐주고자 이 글을 쓴다. 또한, 그녀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그 말이 성경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오해하는 이들이 있을까 하는 것 역시 이 글을 쓰는 이유다.
연애는 해도 결혼은 안 하겠다는 ‘비혼족’이 늘어나고 결혼은 해도 아기는 안 낳겠다는 ‘딩크족’ 역시 늘어나는 마당에, 오 박사가 말했듯 동거만 하는 사람들에게 국가가 지원을 하면 출산율이 오를까? 만에 하나 오른다고 한들, 그렇게 태어난 아기가 정말 바른 책임 관계 하에서 자랄 수 있을까?
혼전 동거의 문제는 가수 박진영이나 허지웅 작가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두 사람은 “결혼 전에 동거부터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던 이들이었으나, 결국 그렇게 실제로 하고 이혼이라는 결말을 맞았다. 실제로 혼전 동거를 하고서 이혼한 사람이 많다는 건 통계로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두 사람이 동거하면서 서로 잘 맞는지 계산해보는 것이 정말 두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먼저가 되어야지, 상대방이 정말 좋은 사람인지 계산하는 게 먼저가 되면 안 된다. 흔히 말하는 ‘속궁합’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잘못된 성 가치관이 있는지 점검해야지, 상대방이 나와 잘 맞는지만 점검하기 위해 “속궁합을 맞춘다”고 하는 것 역시 옳지 못하다. 또한 누군가와 평생을 같이 살아도 사람은 죽을 때까지 모르는 거기 때문에, 동거해서 상대방에 대해 계산한다고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혼인신고’라는 법적 책임 관계 하에서 부부가 되고 부모가 되는 것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더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단순히 서로 계산만 하는 사이가 되어서도 안 되고 쾌락만 즐기는 사이가 되어서도 안 된다. 서로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는 사이가 되어야 하고, 그것은 ‘혼인신고’라는 법적 책임 관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100분 토론’ 어린이날 특집과 오은영 박사의 발언은 여러 모로 실망스러웠다. 그간 대한민국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하기 위해 쓴 380조가 왜 모두 실패로 돌아갔는지 절실히 느꼈다.
황선우 작가(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대변인, <선의 비범성> 저자, 문화비평 채널 <선우작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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