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지방선거가 불과 석 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이 온통 자치단체장 선거에 집중하는 사이에 교육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교육감 선거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실 유권자 중에는 6월 1일 지방선거일에 교육감 선거가 함께 진행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허다하다. 이처럼 동시에 치르는 교육감 선거에 국민의 관심이 덜한 이유는 무엇보다 정보의 부재에 있다고 하겠다. 시·도지사, 기초단체장, 시·도의원 등이 정당의 추천과 기호를 받는데 비해 교육감 후보는 정당과 상관없이 출마하기 때문에 그만큼 관심과 이슈에서 멀 수밖에 없다.
유권자는 지방선거일시 투표장에서 시·도지사, 기초단체장, 시·도의원, 기초의원, 시·도의원 비례, 기초의원 비례 등 투표용지를 최소한 7개나 받게 된다. 누굴 찍어야 할지 그 자체만도 혼란스럽다. 그런데 정당명과 기호도 없는 교육감 후보에 대해 제대로 알고 투표하는 유권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선거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게 지난 2018년 교육감 선거다. 당시 전국 17개 시·도에서 좌파 성향의 교육감이 무려 14명이나 당선됐다. 물론 이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가 보수진영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특정 이념 성향의 교육감 일색이 됐다는 사실은 교육의 편향성 면에서 심각하게 우려할만한 수준이었다.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된 근본 원인을 들여다 볼 때 모든 책임을 당시의 정치적인 분위기에 떠넘길 순 없다. 그보다는 보수 후보들이 우후죽순으로 난립한 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좌파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만 봐도 진보진영은 단일화로 결집한 반면에 보수진영은 후보 난립으로 투표도 하기 전에 이미 승패가 판가름 나 있었다.
그런데 4년 후인 지금의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만 놓고 봐도 보수진영 후보 간에 단일화를 합의했다가 깨지는 등 실망만 줬다. 이런 보수 후보 난립은 벌써 3선에 도전하는 조희연 현 서울시 교육감 같은 이에게는 호재다. 다행히 8일 조전혁·박선영·이주호 후보가 재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것은 천만 다행이다.
현행 선거법은 교육 책임자의 정치성을 철저히 배격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의 편향성에서 오는 폐해 때문이다. 일선 교육자들이 개별적으로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는 있겠으나 교육 현장에서 특정 정치성향을 드러내거나 주입하는 건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일이다. 교육감 선거에 각 정당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감 선거는 지난 2007년 부산교육감 선거 때부터 직전제로 바뀌었다. 그 후 2010년부터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고 있다. 정당의 개입 없이 국민이 직접 교육감을 뽑도록 한 것은 정치권력의 종속화 폐단을 막는데 1차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폐단을 시정하고자 도입한 교육감 직선제가 좌파 성향의 교육감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은 너나없이 자사고·특목고 죽이기 등과 같은 편향적 이념의 정책으로 교육의 다양성을 무너뜨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좌파 교육감들이 법을 무시한 채 밀어붙인 자사고 폐지 소송은 10건 모두 학교측이 승소함으로써 일단 제동이 걸렸으나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다.
좌파 교육감들 중에는 교육이라는 본연의 사명보다 전교조 챙기기와 같은 노골적인 정치 행위로 문제가 된 이들도 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현재 전교조 해직 교사 5명을 불법 특채한 혐의로 재판중이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으나 고발인 측은 전형적인 보은 인사, 전교조 감싸기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조 교육감이 보수 후보들의 난립 속에 3선을 꿈꾸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건 어쩌면 빙상의 일각일지 모른다. 정치 편향적인 교육감들이 꿈꾸는 세상은 더욱 위험해 보인다. 어린 자녀와 청소년에게 동성애를 조장하는 소위 ‘좌편향성인지교육’을 노골적으로 주입하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2023년까지 추진하는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은 말이 학생 인권이지 성소수자 보호 완결판이라 할 만큼 편향적이고 위험한 요소들로 가득 차 학부모들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다.
교육감은 지역의 공교육에 대한 인사권, 예산권, 교육과정 운영권 등은 물론이고 사교육에 관한 일체의 규제 및 정책까지 총괄하는 자리여서 교육에 관한한 대통령에 못지않는 권한을 행사한다. 교육감 선거에 4년마다 국가재정 2000억 원이 들어간다. 이런 중요한 선거가 매번 ‘깜깜이’로 치러친다면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또 그런 막중한 자리의 당락이 후보의 전문성이나 인물 됨됨이가 아닌 진영의 조직력에 의해 판가름 난다면 이는 지역주민의 교육주권 행사라는 직선제의 취지에도 배치된다. 교육의 정치권력 종속화를 막기 위해 도입한 교육감 직선제가 오히려 교육의 과도한 정치적 진영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 선거제도는 마땅히 개선돼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우파 후보는 난립하는데 좌파 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누가 승리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서울시 보수교육감 후보 3명이 단일화 합의→ 파기→ 재합의를 한 건 다행이지만 만약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2014년과 2018년 교육감 선거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나 아니면 안 돼”가 동성애 조장, 좌편향성인지교육이 판치는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