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한 피난민 교회의 고민

오피니언·칼럼
강석진 목사의 북한교회사 이야기(35)
강석진 목사

6.25전쟁 기간에 월남한 피난민 교회에서는 극적인 일이 종종 일어났다. 예컨대, 전쟁 중에 피난 길에서 뿔뿔이 헤어진 가족들이 서로 생사를 알지 못한 채 그리워하다가 기적적으로 만나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드렸고, 또 전쟁 중에 사망했을 것으로 짐작했던 사람들이 마치 꿈을 꾸는 듯 재회를 하였다.

이러한 분위기로 피난민 교회에서는 사선을 넘어 이남으로 온 교인들이 형제자매처럼 동거동락했다. 집을 개방하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함께 나누는 따듯한 교회를 이루기도 하였다. 이들 교회들은 주일과 매일 새벽 기도회까지 언제나 부흥집회를 개최하는 분위기였고 저들은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들 교회는 지난날 이북에서 신앙 생활을 안하던 사람들 중에는 피난 교회에 나오면서 신실한 기독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들 피난민 교회들은 부흥이 되어 가고 있었기에 그런대로 만족하며 다시 전세가 역전되면 이북으로 돌아 갈 그날을 소망하며 기도에 매달렸다. 해가 바뀌게 되자, 봄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걸고 기도에 정진하였다. 그 당시 1952년에 최전선에서는 치열한 공방전이 지속되고 있었다.

피난민 교회는 크게 두 종류였다. 첫째, 전쟁으로 말미암아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온 교인들이 설립한 교회였다. 예컨대, 대구의 영락교회 부산의 창신교회 등이었다. 둘째로는 1.4후퇴 때 평양을 비롯한 이북 전역에서 남으로 내려온 월남 피난민 교인들이 설립한 교회였다. 대표적으로 부산의 영주교회와 군산의 군산교회 등이었다. 전자의 교회는 전쟁이 끝나면 본래의 자리(서울 등)로 되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후자의 교회는 전쟁이 남한의 승리로 이북 지역을 다시 회복해야만 하는 경우에 고향(이북)으로 돌아 갈 수 있었다.

이렇게 월남 피난민의 염원인 이북으로의 귀환이 지연되자 피난민 교회들 사이에 이곳 남한에서 이북 지역의 노회를 복구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같은 노회를 복구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피난민 교회의 교역자를 목사 안수를 할 수 있는 노회가 있어야 했다. 결국 이들 교회들은 자신들이 소속되었던 노회의 명칭을 되살려서 그 노회를 결성하고 사역자 안수를 주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 노회는 다시 이북으로 복귀할 경우에 만 존속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평양노회와 황해노회 등은 그러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국 교계의(이남지역)의 여론은 피난민 교회들의 노회 조직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장로교회 노회는 본래 지역의 교회들로 조직되어야 하는데, 만일 피난민 교회들이 피난지에서 고향 노회(이북)를 회복하면 해당 지역의 노회와 불편한 관계를 만들기 마련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더욱이 장로교는 전쟁 중에 교단이 분렬되어 고신교단이 생성된 상황이므로 교계의 여론은 이북 노회의 조직 가능성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래서 교계의 지배적 여론은 피난민 교회로 하여금 지역의 노회에 가입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월남 피난민 교회들은 그러한 여론에 별반 영향을 받지 않았고 오직 이북 교회의 재건 운동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이들에게는 이북 고향으로 돌아가서 교회를 재건하는 일이 최우선이고 이것이 여의치 못할 경우엔 차선으로 남한에서 이북 교회를 설립한다는 입장이었다. 참고로 이북의 장로교의 노회는 12개로서 평북, 산서, 의산, 삼산, 용천, 평동, 평양, 평서, 안주, 함북,황해 노회였다. 이 노회들 가운데 이남 지역에 7개 노회가 조직되었다. 평북, 용천, 평양, 안주, 함남, 황해 노회였다.

이처럼 피난지에 집결한 서울 및 이남 지역으로부터 내려온 피난민 교회와 1.4후퇴 시에 북에서 자유를 찾아 월남한 피난민 교회들을 피난지에 임시로 세운 군용 막사와 허름한 가건물 등에서 불철주야로 하나님께 눈물로 간구하였다. 이들의 삶과 천막 교회는 마치 이스라엘 민족이 광야 중에 장막에 거하면서 광야 성막을 통해 하나님과 교통하며 가나안 땅을 사모하는 그런 모습과도 같았다.

"구름이 성막 위에서 떠오른 때에는 이스라엘 자손이 그 모든 행진하는 길에 앞으로 나갔고 구름이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떠오르는 날까지 나아가지 아니하였으며 낮에는 여호와의 구름이 성막 위에 있고 밤에는 그 구름 가운데에 있음을 이스라엘의 온 족속이 그 모든 행진하는 길에서 그들의 눈으로 보았더라"(출40:36~38)

강석진 목사(「근현대사로 읽는 북한교회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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