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서울연회가 신사참배를 공식적으로 회개했다. 해방 후 68년 만의 일이며, 신사참배를 받아들인지 77년 만이다.
기감은 유관순 열사를 배출한 교단이지만, 1936년 양주삼 총리사가 "신사참배는 종교의식이 아니라 국민의례"라며 국내 교단 중 가장 먼저 일제의 신사참배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후 1938년 10월 총회에서 모든 총대들이 남산에 있는 신궁으로 가 신사참배를 실시했다.
기감 서울연회는 지난 4∼5일 서울 녹번동 은평교회에서 회원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3회 서울연회를 열고 '신사참배 회개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뒤 회개 기도문을 낭독했다.
과거에도 선교대회 등을 통해 신사참배를 뉘우치는 선언문을 발표했으나, 감리교 내 행정과 정치를 공적인 단체서 이를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영헌 서울연회 감독은 회개결의안에 대해 "부끄러운 역사를 씻고 이를 기록해 후손들에게 남겨주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신사참배가 서울연회 내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우리부터 참회하자는 뜻에서 시작했다" 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후 총회 전체의 회개로 확대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감리교 감독 선출에 관련된 문제들이 해결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총회 차원의 회개 선언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발표된 '주여, 신사참배한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공동기도문에는 "거룩하신 하나님께 예배 드려야 하는 교회가 우상숭배의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일제의 전쟁물자 모집에 앞장서고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하는 등 하나님과 민족의 역사 앞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죄를 지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신앙양심을 지키지 못하고 신사참배에 앞장섰던 우리 감리교회의 죄악을 회개하오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고, 깨끗하게 씻어 달라"며 "다시는 하나님과 민족의 역사 앞에, 그리고 끝까지 신사참배를 반대하다 쓰러져간 믿음의 선조들 앞에 부끄러운 죄를 범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전했다.
한편 기감은 4일 서울과 중부, 중앙, 충청을 시작으로 연회 일정에 돌입했다. 8일에는 경기, 9일 서울남, 충북, 남부, 삼남, 10일 동부, 11일 호남선교연회 순으로 열린다. 아직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연회는 서부와 미주연회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