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부활절 폭탄테러 생존 여성, 신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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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스리랑카 폭탄테러 생존 여성 레베카. ©오픈도어 인터내셔널

3년전 부활절 스리랑카의 한 교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에서 살아남은 기독교인 여성이 올해 부활절을 앞두고 신부가 됐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부활주일 스리랑카에서는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근래 들어 가장 치명적인 테러가 발생했다. 콜롬보의 성안토니오교회, 니곰보의 성세바스찬교회, 바티칼로아의 시온교회와 3곳의 고급 호텔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6건의 초기 폭발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약 270명이 사망하고 최소 500명이 부상당했다.

폭발 테러로 교회 건물이 산산조각났을 때, 레베카는 바티칼로아 교회 서점에 있었다. 그녀는 다행히 살아남았으나, 몸과 얼굴에 심하게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서 몇 주를 보냈다. 그녀는 언니와 형부, 어린 조카를 잃어 정신적으로도 매우 고통스러웠다.

레베카는 힘든 시기를 겪은 가족에게 한 줄기 희망과 같았다. 부상을 입고 왼손의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심하게 다친 조카들을 돌보았다. 그 중에는 시력을 잃은 소녀도 있었다.

오픈도어의 현지 파트너가 사건 이후 그녀를 방문했을 때, 레베카는 상실의 고통이 너무 커서 크리스마스나 생일과 같은 날을 기념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그녀는 부상으로 오랜 기간 갇혀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조카들을 위해 강해지기로 했다. 오픈도어 현지 파트너는 지난 몇 년 동안 그녀의 가족을 여러 번 방문할 수 있었고, 그녀의 정신적·정서적 상태가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과거의 테러 사건에 대해 묻자, 레베카는 “하나님이 우리의 유익을 위해 모든 것을 하신다는 것을 안다. 마음의 평화가 크다”고 말했다.

그녀의 마음에는 사랑도 피어나고 있었다. 트라우마를 겪은 지 3년이 지난 2022년 부활절을 며칠 앞두고, 그녀는 자프나에서 한 목사의 아들과 결혼했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레베카는 가족과 많은 손님의 축복을 받으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작년 SNS에서 만남을 가졌다. 노래 솜씨가 뛰어난 레베카가 노래를 발표해 그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는데, 그것을 발견하고 시청한 카우시크(Kaushik)는 그녀에게 친구 요청을 보냈다. 평소 모르는 사람들과 친구를 맺지 않던 그녀는 고민 끝에 결국 이를 수락하게 되었고 대화를 시작했다.

카우시크는 레베카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고, 두 사람은 얼마 간의 온라인 데이트 이후 스리랑카 전통에 따라 다른 가족들과 결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만남을 가졌다.

레베카는 “우리가 그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자프나에 갔을 때, 그분들은 우리를 낯선 사람이 아닌 가족처럼 따뜻하게 환영해 주었다”고 했다.

두 사람의 가족들은 결혼을 승락했고, 몇 달 후 두 사람은 결혼 반지를 교환했다.

그녀는 “우리가 겪었던 모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와 그의 가족들은 우리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그는 정서적으로 날 매우 지지해 주고, 내 조카인 데비와 루푸스에게도 매우 친절하다. 이것이 내게 큰 기쁨의 근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