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절은 교회 역사가 시작된 교회의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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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엽의 교회음악 이야기 50
연세대 교수, 추계예대 교수,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서울시합창단 단장을 역임했던 김명엽 교수

성령강림절(Pentecost)은 오순절(五旬節)로도 불립니다. 성령강림절은 성탄절, 부활절과 더불어 교회력의 세 지주(支柱)입니다. 구약의 오순절은 하나님의 강림(출 19;16-19), 신약의 성령강림절은 성령의 강림(행 2;1-4)이 중심입니다.

구약의 오순절은 보리와 밀의 봄 수확 감사절로서 유월절과 무교절(無酵節) 후에 오는 초실절(初實節)로부터 50일이 되는 날입니다. 오순절이란 명칭은 50을 의미하는 그리스어(Pentēkostē)에서 유래했습니다. 오순절은 유대교의 명절인 ‘샤부옷’(Shavuot)으로, ‘칠칠절’(七七節), 맥추절(麥秋節)이라고도 합니다(출 34;22, 신 16;10, 출 23;16). 유대인들은 이날을 모세가 율법을 받으러 시내 산에 올라간 날로도 기념하였습니다.

구약의 추수감사절은 신약 시대에 이르러 더욱 감격 적인 절기로 변하였습니다. 사도행전에 기록된 대로 이날은 교회의 역사가 시작된 첫날입니다.

예수님의 말씀 따라 예루살렘을 떠나지 않고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던 120명 위에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나며 온 집에 가득하고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저희에게 보이며 각 사람에게 성령이 임하였습니다. 그들이 성령이 충만하여 각 방언으로 말하고 전도하기 시작하자 한 번에 3천 명이나 믿게 되었습니다. 타오른 성령의 불길은 드디어 온 세계를 태워 오늘의 교회가 세워진 것입니다.

이후 교회는 부활주일 후 50일째 되는 날을 성령강림절로 지키며, 3천 명이 세례받은 것을 기억하여 이날에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백색 주일(Whit Sunday)

성령강림절은 초기부터 세례를 위한 여러 날 중 한 날이었습니다. 당시 관행이었던 야외 침례식은 늦은 봄의 물의 온도 때문에 북유럽에서 부활절보다 이날을 선호했습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널리 알려진 백색 주일(Whit Sunday)이란 명칭은 흰옷을 입고 세례받는 관습과 성직자들의 백색 제의에서 온 것입니다.

색깔

성령강림절의 색깔은 기쁨과 생명, 성령의 불을 상징하는 빨간색입니다. 불은 정화 시키고 생명을 주기도 합니다. 그리스도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고자 세상에 오셨습니다(마 3;11). 오순절에 하나님의 영은 불꽃 모양의 혀로 나타났습니다(행 2;3).

붉은색은 최고의 희생인 십자가 희생인 보혈의 색이며, 순교의 피, 봉헌, 희생적 사랑의 색입니다.

꽃꽂이

붉은 꽃과 식물로 장식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생명의 쇄신, 따뜻한 여름의 도래, 첫 번 성령강림과 이후의 교회 성장을 상징합니다.

장미; 중세 유럽에서는 장미를 기독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중요시하였습니다. 장미는 그리스도의 피에서 유래된 은총, 자선과 순교를 상징합니다. 원 종의 장미는 홑 꽃으로, 꽃잎이 다섯 잎이어서 예수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를 나타냅니다. 장미 화환은 천상의 축복, 즉 하늘의 장미로서 여겨져 로자리오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유대인의 경우 장미는 생명수의 일부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장미는 우주를 축소 시켜 놓은 모양으로 중심에 태양이 있고 꽃잎은 자연 속의 풍요를 나타냅니다.

석류; 석류는 둥근 껍질 속에 무수히 많은 씨가 고르게 배열된 규칙성 때문에, 곧 그 어떤 이단도 떼어놓을 수 없는 단일 교회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녹색 가지;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럽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녹색 가지를 사용하여 성령강림절 장식을 합니다. 기후가 다른 나라에서는 다른 종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떨기나무; 떨기나무는 주님이 이삭을 대신해 희생 제단에 바칠 번제물로 예비해준 숫양이 갇혀있던 곳입니다(창 22;13). 아브라함은 떨기나무에서 하나님이 베푼 자비의 표징을 보았습니다. 모세는 불타는 떨기나무 속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습니다(출 3;2). 불타는 떨기나무는 하나님의 실존을 상징합니다. 떨기나무는 그리스도의 육화(肉化)를 예표하는 현현(顯現)입니다.

상징과 풍습

비둘기; 비둘기는 흰 깃털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순박함과 정결의 상징이며(마 10;16), 성령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가 세례를 받을 때 비둘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가 하나님이 선택한 이임을 보여주었습니다(눅 3;22).

오리겐은 아가서를 영적 드라마인 축혼가라며 비둘기(아 1:15)를 신자로 해석합니다(시 74:19). 그러므로 한 쌍의 비둘기는 신랑 그리스도와 신부인 교회인 것입니다.

순교자 저스틴은 세례를 대홍수의 반복이라면서 그리스도는 새로운 노아이고, 세 번이나 놓아준 비둘기는 성령의 상징이라고 합니다(창 8:11).

장식; 성령강림 주일엔 교회 지붕 위에 장미꽃을 뿌리거나, 주변에 나뭇가지와 꽃으로 장식하기도 합니다. 성령의 세찬 바람과 성령의 움직임을 상징하여 벽이나 천장에 붉은 깃발이나 풍선을 장식하는 풍습도 있습니다.

교회의 생일을 상징하여 예배 찬송 행렬 중에 빨간색 부채나 손수건으로 흔들기도 합니다.

트럼펫; 유럽의 많은 교단에서는 강력한 성령의 바람의 소리를 연상시키는 트럼펫이나 금관 앙상블로 성령강림 주일 예배 찬송 반주와 특별한 순서를 가집니다.

방언; 사도행전 2장 4-12절을 회중들이 나누어 여러 나라 언어로 봉독하는 관습도 있습니다.

찬송 시

Veni Sancte Spiritus; 라틴어 찬송 시 ‘오소서 성령이여’(Veni Sancte Spiritus)는 ‘황금 부속가’(Golden Sequence)로 불리는 전통적인 성령강림절 찬송 시입니다. 트렌트 공의회에 따라 1570년에 출판되어 보존된 단 4개의 중세 부속가 중 하나입니다. 13C 교황 인노첸시우스 3세 혹은 캔터베리의 대주교였던 랑톤의 스티븐(St. Stephen of Langhton)이 지었다고도 합니다.

뒤파이, 조스캥, 팔레스트리나, 버드 등 르네상스 시대로부터 현대 패르트(A.Pärt), 로리슨(M.Lauridsen) 등 현대 작곡가에 이르도록 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Veni Creator Spiritus; 찬송 시 ‘임하소서 성령이여’(Veni Creator Spiritus)는 9C 독일 수도사이자 대주교인 마우루스(Rabanus Maurus)가 지은 것으로 여겨지는 성령강림절 찬송 시입니다. 일반적으로 라틴어 텍스트로 된 그레고리오 성가로 노래합니다. 콘클라베나 세계 주교회의 같은 가톨릭교회의 중요 회의의 개막 기도로도 불립니다.

명작
J.S.바흐의 성령강림절 칸타타 ‘울려 퍼져라 노래여, 소리를 발하라 수금이여’(Erschallet, ihr Lieder, erklinget, ihr Saiten, BWV 172),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Also hat Gott die Welt geliebt, BWV 68), 스퇼첼(G.H.Stölzel)의 ‘성령 충만’(Werdet voll Geistes)과 모차르트의 안티폰 ‘오소서 성령이여’(Veni Sancte Spiritus) 등 고전 시대 작품이 많습니다.

‘오소서 성령이여’(Veni, Creator Spiritus)를 배경으로 작곡한 말러의 교향곡 8번도 있고, 메시앙의 오르간 미사(Messe de la Pentecôte)도 유명합니다. 베르너의 오라토리오 ‘오소서 성령이여’(Veni, sancte Spiritus), 크리스토우(Jani Christou)의 오라토리오 ‘불의 혀’(Tongues of Fire) 등 극음악도 있고, 힐러트(R.Hillert)의 합창과 비브라폰을 위한 모테트 ‘성령강림절’(Motet for Pentecost), 디네스쿠(V.Dinescu)의 ‘성령강림절 오라토리오’(Pfingstoratorium), 그리고 21C의 엘더(Daniel Elder)의 무반주 합창곡 ‘홀연히’(Factus est Repente) 등 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선곡

성령강림절의 회중 찬송은 찬송가 제목 분류 ‘성령’(182-197장)과 ‘교회’(207-223장)이며, 독창곡과 성가대 찬양은 예컨대, ‘오순절이 되는 날’(J.A.Nickson), ‘하나님의 영’(W.H.Neidlinger), ‘성령의 열매’(P.Alice), ‘성령이여 임하소서’(T.Attwood), ‘성령이여 슬픔 없애소서’(D.Vetter), ‘불같은 성령’(J.W.Peterson), ‘거룩하신 주 성령’(G.F.Handel), ‘성령을 근심케 말아라’(J.Stainer) 등입니다.

*** 이 글은 필자가 진행하는 유튜브 ‘김명엽의 찬송교실’ 동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김명엽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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