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와 나눈 부활의 은총…염 대주교 서울 구치소서 미사

교육·학술·종교
사회부 = 오상아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5일(금) 오전,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부활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이 미사에는 서울구치소에 있는 사형수 4명과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관계자와 봉사자, 구치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형수 및 봉사자들과 함께 한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염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이렇게 여러분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게 된 것은 저에게도 큰 은총"이라고 말하고,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시면서 우리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보여주셨다. 우리는 그 사랑을 받아 나와 이웃, 더 나아가 이 세상을 사랑하며 완성해나가자."고 전했다.

이어 "이 세상에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우리 자신들도 여기 계신 사형수 여러분들과 같다. 우리는 목숨을 잃는 물리적인 죽음만 생각하지만, 상대방을 위해 나를 내어주고 희생하고 배려하는 것도 나를 죽이고 넘어서는 것"이라며, "우리는 살면서 이웃과 세상을 위해 내어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한없이 우리는 사랑하시는 예수님을 따라 이웃과 세상을 위해 나를 내어줄 수 있는 부활의 은총을 청하자."고 당부했다.

또한 "여기 계신 봉사자 여러분들을 뵈니, 저도 여러분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또 행복한 얼굴을 보니 질투도 난다. 다시 한 번 봉사님들의 희생과 봉사에 감사드린다."고 격려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미사에는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성은 신부, 부위원장 김찬미 신부와 김형태 변호사(주교회의 사형폐지소위원회 위원장)와 현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공지영 작가가 참석했다.

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성은 신부는 "교도소에 대주교님께서 직접 방문하셔서 사형수 형제들에게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해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너무나도 큰 힘과 위로가 되었다. 또한 수십년 간 봉사해주신 교정사목위원회의 봉사자들에도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오늘 미사에 참석한 사형수들은 하느님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들이 저지른 큰 잘못에 대해 깊은 반성과 회개, 속죄의 삶을 살고 있다. 특별히 지난 2012년 12월에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서 일어난 14개의 사건을 묵상하는 기도인 '십자가의 길' 기도에 본인들의 참회의 고백과 묵상 내용을 담아 책 '사형수와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을 출간한 바 있다.

미사에 앞서 염 대주교는 정명철 서울구치소장을 만나 환담하고 "재소자들을 관리하시는 소장님 이하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큰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염 대주교는 오늘 봉헌한 '사형수와 함께 하는 부활 대축일 미사'에 이어, 오는 7일(일) 오전 11시부터 동성고등학교 강당(종로구 혜화동 소재)에서 '이주근로자와 함께 하는 부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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