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작가들의 말말말>

도서 「사사기에 반하다」

사사기는 하나님이 왕으로 계시지 않은 이스라엘 백성의 총체적인 좌충우돌 행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근심과 전쟁과 두려움과 갈등 해소의 수단으로 삼지만 왕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때로는 하나님의 실재성도 의심하고 무시하는 백성의 곤두박질 인생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사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 인생의 일기장, 기독교의 자서전을 보는 듯하여 신앙의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진실로 사사기는 우리와 무관한 중동 나라의 단순한 고대사가 아니라 우리 개개인과 교회 공동체의 신앙적인 현실을 벌거벗은 것처럼 드러냅니다. 세상 속에서 세상이 되고, 세상보다 더 악하고 거짓되고 패륜적인 교회의 종교적 자아를 보여주는 아픈 거울인 것입니다.

한병수 – 사사기에 반하다

도서 「신자유주의와 상황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나는 신자유주의라는 전 세계적 상황에 직면한 상황신학이라는 문제를 제기했고, 그러면서 상황신학이 다루어야 하는 주제의 스펙트럼이 한 국가나 한 문화권에 머무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상황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주제가 설정되었다. 많은 면에서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에 관한 수많은 연구 옆에 비슷한 아류의 연구를 또 하나 추가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는 상황신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연구의 모든 부분이 창의적일 수는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나의 독창적인 해석과 전개를 만들어 내고 싶었다. 그러한 나의 소망이 얼마나 달성되었는가 하는 평가는 나의 몫은 아닐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상황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어찌 보면 거창한 제목으로 연구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신자유주의가 전체 세계를 자신의 논리로 추동해 버린 작금의 현실 앞에서 상황신학도 이전의 신학적 모티브의 연장선에 머무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도발적인 표현을 사용하게 만들었다.

박숭인 – 신자유주의와 상황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도서 「치유의 고백」

이 책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군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유독 마음이 힘들 것이다. 어쩌면, 자신 안의 해결되지 않은 상처가 있을지 모르겠다. 책을 덮을 만큼 고통스럽다면, 무엇 때문에 힘든지 깊이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상처를 방치하면 악화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 책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치유는 과정이며, 상처는 여전히 아프다는 것이다. 상처는 극적으로 단 번에 치유되지 않는다. 치유는 언제나 당신의 예상보다 더디며, 치유의 과정은 길고 길다. 치유에 관한 장밋빛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은 이쯤에서 책을 덮는 것이 좋겠다. 상처의 고통을 외면한 채, 치유의 감격을 누릴 수 없다. 치유를 말하기 전에, 반드시 상처의 고통에 대해 말해야 한다.

김유비 – 치유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