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오경 중에서 창세기가 창조주에 대한 예배자의 목적을 보여주며, 출애굽기를 통해 하나님과의 언약을 통한 예배의 시작을 나타낸다면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는 하나님의 백성에 대한 약속과 사랑, 신뢰에 대한 은혜와 축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과 우리들의 관계는 변치 않는 약속의 관계임을 명확하게 말해줍니다.
여러분 중에는 레고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면서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하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보통 보기에 아이들의 장난감 놀이터 레고는 쉬워 보입니다. 조립 설명서가 있지만 굳이 열어볼 생각을 안 합니다. 비슷한 것들을 오래전에 조립해봤을 뿐만 아니라 옆에서 아이들이 설명서 볼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각들을 맞추기 위해 수많은 레고들과 이상하게 생긴 부속들을 다루다보면 자신감은 조금씩 희미해져갑니다. 한 시간 가량 작업을 해보지만, 만들어진 레고 놀이터는 이상하고 완제품과는 거리가 멉니다. 마침내 설명서를 꺼내들고 조립을 다시 시작하기도 합니다.
레위기는 간과되었던 설명서와 비슷합니다. 거룩한 삶을 위한 입문서와 같은 이 책은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그들이 하나님의 예배를 위해 특별히 부름 받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규례입니다. 예배 예식은 레위기 전체를 통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희생제물은 감사와 회개를 나타내는 강력한 상징입니다. 하나님이 하신 일들을 기념하고 그의 선하심을 기리기 위해 거룩한 날들이 제정됐으며, 행동수칙도 만들어졌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계명을 지키는 자들에게 축복을 부어주실 것임을 ‘언약’으로 약속하십니다.
레위기에서 우리는 ‘거룩하라’고 말씀하시는 거룩하신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에게 말하여 이르라 너희는 거룩하라 이는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레 19:2). 하나님께서 ‘거룩하시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모든 피조물과 구별되심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완전히’ 다른 분이시며 죄가 없으신 분입니다. 그분의 거룩하심은 어떻게 죄인인 우리가 거룩해질 수 있는지, 우리의 입술과 행동이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이렇게 더러운데 어떻게 거룩하신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레위기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하나님의 첫 번째 단계를 보여줍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심각한 죄의 용서를 위해 거룩한 제물을 바쳐야 했습니다. 그리고 매년 한 번씩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과 화목하기 위한 제사를 드리기 위해 속죄일을 지켰습니다. 대제사장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한 ‘속죄 제물’로 염소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상징적으로 백성들의 죄를 지고 ‘속죄의 염소’가 광야로 보내졌습니다. 이 속죄일의 엄숙한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백성들은 금식했고 일하는 것을 멈췄습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 자손의 모든 죄를 위하여 일 년에 한 번 속죄할 것”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의 거룩함은 근본적으로 죄에 대한 제물을 통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함에 따라 어떻게 사는지’에 달려있었습니다. 하나님은 레위기 17-26장을 통해 매일의 삶 속에서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불행히도 이스라엘 백성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은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거룩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속죄 제물이 인간의 뿌리 깊은 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약성경 히브리서는 레위기 말씀을 바탕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해결 방법을 보여줍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것은 하나님께 완전한 속죄를 얻는 ‘단 한 번에 모두를 위한’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완전한 희생 제물이 되실 뿐 아니라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시는 대제사장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대제사장이 되시기 때문에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입니다(히브리서 4:15-16).
우리가 믿음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단 한 번에 모두를 위한’ 제사에 동참할 때, 우리는 거룩한 삶을 살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로마서 12:1). 한편 우리는 그리스도로 인해 모든 것이 이루어졌음을 믿기 때문에 레위인들의 제사에 관한 율법을 따르지는 않지만 매일의 삶 가운데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도록 도덕적 율법을 따릅니다.
레위기에서 지켜야할 여러 율법과 규제들은 은혜로 이어집니다. 그리스도 없이는 규례와 제사, 의식들은 우리들에게 커다란 부담입니다. 왜냐하면 그것들만으로는 우리의 죄가 완전히 제거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만이 영원하고 완전한 것이며,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하나님 앞에서 중보 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히브리서 8:1-7).
레위기는 우리를 위한 그리스도의 제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주며 이를 통해 우리가 더 깊은 감사의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해줍니다. 또한 우리로 하여금 단순히 노래와 기념 의식을 통해서 예배할 뿐만 아니라, 거룩한 산 제물로서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고 그분께 전적으로 헌신하는 삶을 살라고 도전케 합니다. 또한 레위기는 그리스도께서 성취하실 완전한 사역을 기대하게 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풍성하게 하며, 단순히 예배를 관람하는 자가 아닌 하나님의 성스러움을 보게 될 것을 기대하게 만들어줍니다.
하나님과 함께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여정을 기록한 민수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길을 헤맬 때 두 번의 인구조사를 진행한 것에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광야에서(In the Wilderness)’라는 히브리어 제목은 약속의 땅을 상속받기 위해 광야로 향해 나아가는 하나님의 선택된 백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가 민수기에서 만나는 하나님은 그분의 백성들과 지속적으로 함께하시고 인도하시고 그들의 필요를 제공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의 은혜로운 관심에는 사소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하나님의 돌보심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민수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신뢰하는데 실패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불평하고 투덜댑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의심하고 애굽으로 돌아갈 계획을 모의하며, 바알을 숭배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임명하신 지도자들을 반역하며, 심지어 모세조차도 그들에게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합니다.
하나님을 믿지 못한 이스라엘 자손들은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그들은 약속의 땅에 즉시 들어가는 것 대신에 전 세대가 죽을 때까지 광야에서 40년 동안 방황해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호와는 화내기를 더디 하시며, 사랑이 많으시고 죄와 반란을 용서하십니다. 광야에서의 오랜 시간 후 새로운 세대의 하나님의 백성들은 마침내 약속의 땅에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됩니다. 그들의 지체됨과 불평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백성들을 인도하시며 그의 약속을 이루십니다. 민수기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약속이 변함없이 지켜진다는 확신을 되새겨 줍니다. 하나님의 섭리는 절대 실패하지 않으며, 그의 백성들에 대한 크고 넓은 인내심을 보여주십니다.
민수기는 신앙의 약함과 두려움 때문에 하나님의 풍족한 은혜를 경험하지 못하며 자주 ‘광야’를 경험하는 우리들을 깨닫게 합니다. 우리는 좁은 식견과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얼마나 자주 투덜거렸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인내하심과 공급은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지속됩니다.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20)
민수기는 그분의 말씀을 완전히 신뢰함으로써 하나님을 예배하도록 우리를 격려합니다. 특히 민수기 6장 24-26절은 제사장의 축복 속에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를 보여줍니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할지니라 하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풍성한 복을 받고 찬양의 말씀과 순종의 삶을 통해 그분께 영광을 돌려야 합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과 항상 함께 하시며 우리의 사소한 것조차 기억하시고 도와주십니다.
민수기는 예배의 최종적인 목적지뿐 아니라 그 여정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합니다. 그리고 삶의 긴 여정 속에서 어려움과 고난, 불행이 닥친다고 해도 도우시는 하나님이 우리와 언제나 함께 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신명기는 ‘두 번째 율법(Second lawgiving)’을 뜻하는 그리스 단어입니다. 이 제목은 시내산에서 처음으로 계시된 율법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명기는 이전에 들었던 내용을 단순히 반복만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스라엘 백성들과 하나님의 특별한 관계에는 언약의 신실함이 요구된다는 것과 복을 약속 받는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그리고 모세는 그들의 의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이스라엘아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이냐 곧 네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여 그의 모든 도를 행하고 그를 사랑하며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섬기고 내가 오늘 네 행복을 위하여 네게 명하는 여호와의 명령과 규례를 지킬 것이 아니냐”(신명기 10:12-13)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한 모세의 마지막 서신인 신명기는 전적으로 예배에 관한 책입니다. 하나님이 예배에 대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요구하신 것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오늘날의 예배에 있어서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습니다. 신명기에는 예배에 관한 몇 가지의 사실들을 알려줍니다. 우선 신명기는 설교와 가르침을 사용해 우리를 청중이라고 부르며, 하나님과의 동반자로서 충실하도록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가르침에서도 강조 되었듯이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을 예배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신명기 6:4-5)
신명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을 정복하기 직전에 모세가 전한 세 가지 연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신명기 1:1-4:40, 4:44-26:19, 29:1-30:20). 모세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어떻게 그들을 이집트에서 인도해 내셨고 계명을 주셨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그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땅을 점령한 후에 신실한 언약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반복해 율법을 설명합니다. 만약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한다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큰 복을 받을 것이나 불순종하면 끔찍한 결과에 고통 받아야 될 것임을 말씀하고 있습니다(신명기 28장).
그러나 모세의 설교는 율법을 뛰어 넘어 사람들이 순종 가운데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 즉 그의 백성을 자유케 하시기 위해 그분의 사랑 가운데서 행하신 일을 깨닫게 합니다. “여호와께서 다만 너희를 사랑하심으로 말미암아, 또는 너희의 조상들에게 하신 맹세를 지키려 하심으로 말미암아 자기의 권능의 손으로 너희를 인도하여 내시되 너희를 그 종 되었던 집에서 애굽 왕 바로의 손에서 속량하셨나니”(신명기 7:8).
한편 신명기는 하나님의 사랑을 떠나서 생각한다면 이 모든 것이 율법주의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사랑하셨기 때문에 그의 백성들을 애굽에서 구해내시고 하나님의 법을 그들에게 계시하셨습니다(신명기 4:37). 더불어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을 완전하게 사랑해야 한다는 율법의 핵심인 ‘쉐마’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신명기 6:4-5)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응답으로 율법을 순종하고 하나님을 향한 그들의 사랑을 표현해야합니다. 이것은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백성된 자들인 우리들을 위한 말씀입니다. 예수님도 쉐마를 인용하시며 가장 큰 계명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마태복음 22:37-38)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들은 모든 것으로 하나님을 예배해야 하며 하나님의 분노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우리 죄를 위해 화목제로 그 아들을 보내신 하나님이 보여주신 사랑에 대한 응답으로 우리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요한일서 4:10) 이것이 우리가 하나님을 예배하는 목적이며,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대한 우리의 고백이자 경배와 찬양입니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은 우리를 대신하여 저주를 받으심으로 신명기에 나타난 저주의 위협뿐만 아니라 우리의 죄로 인한 죽음의 저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저주를 받은 바 되사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하셨으니 기록된 바 나무에 달린 자마다 저주 아래에 있는 자라 하였음이라”(갈라디아서 3:13) 그러므로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서 하나님을 사랑함으로써 예배해야할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응답으로 우리 삶을 드려야 합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로마서 5:8)
마지막으로 신명기는 백성들에게 선택의 말씀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지파를 축복하며 마무리합니다. “내가 오늘 하늘과 땅을 불러 너희에게 증거를 삼노라 내가 생명과 사망과 복과 저주를 네 앞에 두었은즉 너와 네 자손이 살기 위하여 생명을 택하고”(신명기 30:19)
신명기는 우리가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 헌신과 언약에 기초한 것이지만 예배를 향한 우리의 동기는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반응이어야한다고 말씀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언약의 사랑 그리고 성숙한 헌신의 관계여야 합니다.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요한일서 4:19)
우리 삶에서 하나님을 참되게 예배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게 되어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교회와 예배 공동체는 사랑으로 충만한 공동체임을 기억해야합니다.
가진수(월드미션대학교 예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