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ℓ)당 20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유가로 서민들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현재 20%인 유류세 인하폭을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늦어도 내주에는 인하폭 확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3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98.74원을 기록 중이다. 전일과 비교해서 0.7원 내렸지만 여전히 2000원에 가까운 높은 수준이다. 서울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67.07원으로 1.79원 내렸다.
이날 전국 경유 가격도 0.81원 하락한 1918.91원을 기록 중이다. 서울 경유 가격은 ℓ당 1993.76원으로 2.18원 내렸다.
국내 유가는 국제 가격의 영향을 받아 급등한 뒤 최근 조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3.58달러(3.4%) 오른 배럴당 107.82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는 2.16달러(1.96%) 상승한 배럴당 112.39달러로 마감됐다.
지난 25일에만 해도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까지 상승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이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지속되며 국제 유가는 여전히 출렁이고 있다.
국제 유가가 고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국내 휘발유 가격 또한 쉽게 안정되지 않자, 정부는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를 막바지 점검 중"이라며 "할당관세 적용 품목 확대를 포함한 추가 대책을 다음주 물가관계장관회의(4월5일)에서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20% 인하가 적용 중인 유류세가 30%로 확대되면 휘발유 가격 전체 하락폭은 ℓ당 246원으로 커진다. 20% 인하로 164원 떨어졌는데 82원이 더 싸지는 셈이다. 경유는 ℓ당 58원, 액화천연가스(LPG) 부탄은 21원이 더 떨어진다.
정부는 지난해 11월12일부터 물가 안정과 서민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올해 4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20% 인하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ℓ당 164원, 경유는 116원, LPG는 40원 내렸다.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자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7월말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