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연구원 임주은 연구원이 최근 문화선교연구원 홈페이지에 ‘갓생살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임 연구원은 “유튜브에 ‘갓생살기 N일차’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들이 있다. 평범한 사람이 등장하고 영상 내내 공부를 하거나, 매일 빠짐없이 운동하는 모습, 혹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러한 콘텐츠의 조회 수가 꽤 높다. 댓글들을 보면, 서로가 서로의 루틴한 일상을 칭찬하거나 또는 도전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최근 몇 년간 ‘갓생 브이로그(프로젝트)’ 라는 명칭으로 공유되는 후기들이 꽤 많아졌다”며 “‘갓생’이란 ‘신’을 뜻하는 영어 단어 ‘God’과 ‘인생(人生)’을 합한 신조어로, ‘하루하루 세운 소소한 규칙들을 성실하게 지켜낸 일상’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갓생’이라 불리는 실천들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컵 마시기’, ‘영어 단어 30개씩 외우기’ 등 일상 속 작은 습관들을 바꾸는 챌린지들도 갓생에 해당한다.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것이 아닌 ‘오늘 하루’라는 단기적인 목표를 갖는다”며 “더 나아가 갓생 살기를 다짐하는 이들 중 대부분은 혼자서만 조용히 하기보다는, 주변 지인 혹은 온라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함께 지켜나간다는 특성을 갖는다”고 했다.
그는 “갓생이라는 개념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네이버’에서의 갓생 검색량이 100배 가량 늘어났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며 “여기에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데, 크게 세 가지 사회적 배경을 원인으로 꼽아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첫째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장기화가 갓생 살기 열풍과 맞물렸다고 볼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등교’와 ‘출근’을 집에서 하게 된 이들이 늘어났고, 사람들 간에 오프라인 만남도 제한·축소되면서 갑작스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외부의 통제가 사라진 상황 속에서 학업과 업무, 여가시간을 스스로 지키고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 놓인 것”이라고 했다.
또 “다음으로는, 과거에 비해 업무 시간이 감소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다”며 “주 40시간 근무제(주 5일 근무)가 정착되었고, 더불어 비정규직 청년들이 증폭하면서 자의 혹은 타의로 ‘여유 시간’을 갖게 된 이들이 많아졌다. 그렇기에 ‘남는 시간들’까지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불안감은 사람들로 하여금 ‘매일 더 나은 일상’을 향한 의지를 갖게 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위 ‘성공’에 대한 사회적 관점이 달라졌다는 것을 이유로 들 수 있다”며 “한국 사회가 성장기를 지나던 시절에는, 성공을 ‘자기 분야에서 탑이 되는 것’ 정도로 여겼었다. ‘연봉’, ‘지위’, ‘명예’ 등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세워둔 성과의 기준들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 가치가 많이 달라졌다. 일상 속에서 자기 자신이 원하는 목표들을 세우고,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 자체가 ‘성공한 인생’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임 연구원은 “MZ세대는 업무 향상을 위해 다양한 수단과 도구를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마찬가지로 갓생 살기에도 앱, 온라인 클래스, 노하우 영상(유튜브) 등 다양한 수단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일명 ‘습관 형성 플랫폼’이라고도 부른다”며 “그런데 사람들은 왜 돈까지 들여가며 이러한 앱들을 사용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갓생에는 의지를 자극하고, 동기를 부여해 줄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함께 목표를 이루어갈 특정 공동체와 시시때때로 알려주고 관리해 줄 보조를 통해 가능하다”며 “특히 공동체 간의 공유는 감시의 역할과 격려의 역할을 동시에 해 주기 때문에, 실천을 더욱 효과적으로 돕는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SNS를 통해 무언가를 ‘인증’하려는 MZ세대의 욕구와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갓생 살기’와 ‘신앙생활’ 간에 몇 가지 공통점들을 발견했다. 신앙생활에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님과 가까워지기(동행하기)’이다. 이는 일상에서의 작은 습관을 형성하고, 세워 둔 목표들을 성실하게 실천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갓생 살기와 그 성격이 비슷하다”며 “또한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소통과 나눔으로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는 공통점도 존재한다. 율법적으로 완벽하게 지키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패감이나 죄책감으로 쌓아 두지 않아야 한다. 다만 끊임없이 의지를 가지고 자기 주도적인 방법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 성도들에게, 교회에서 경험해왔던 이전의 ‘예배’, ‘행사’, ‘모임 및 훈련’등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는 이러한 것들이 성도들의 신앙생활에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최근 2년간, 각 교회들은 온라인 환경을 조성하여 성도들의 신앙생활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더 나아가 그들이 다시금 대면 예배로 복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의 교회의 모습으로 온전히 돌아가기란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제는 교회가 새로운 방식의 ‘신앙생활 독려’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단순히 ‘구분된 공간’과 ‘정해진 시간’을 제공하는 것 외에, ‘갓(GOD)생 살기’를 위한 의지를 자극하고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어야 한다. ‘갓(GOD)생’ 위한 습관 형성 플랫폼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 주간 하나님께 헌신하는 삶이 되세요!’, ‘소명을 이루는 그리스도인이 되세요!’라는 등의 큰 명제만을 이야기하기보다, 작지만 소소하고 구체적인 실천들을 함께 고민하고 제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율법적이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실천들을 이야기할 때 성도들은 더욱 작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느끼며 살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교회는, 일종의 ‘습관 형성 공동체’를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든 혼자 하는 것은 어렵다. 함께 고민하고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소규모의 공동체가 꼭 필요하다”며 “성도들끼리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만들어지게 둘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같이 대면 모임이 어려운 상황에는 온라인을 통한 손쉬운 소통 구조를 구축해줄 수 있어야겠다. 하지만 교회는 언제까지나 성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갓(GOD)생 살기’의 의지는 결국 성도 개개인으로부터 완성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