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36년 영국의 민족 작곡가 본 윌리엄스(Ralph Vaughn Williams 1872-1958)가 제 2차 대전의 전운이 감돌자 전쟁은 안 된다고 외치며 전쟁의 참상을 음악으로 그려낸 것이 칸타타 "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Dona Nobis Pacem)"라는 곡입니다.
1차 대전 당시 참전 군인으로서 전쟁의 비참함을 절실히 느꼈던 본 윌리엄스는 이 곡을 통해 그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평화를 간절히 호소하는 메시지를 담아놓았습니다. 하지만 1937년 끝내 전쟁은 발발되었고 그것이 결국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가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평화를 오늘날 우리는 참담하고 아픈 비극 속에서 한 번 더 외치고 있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영웅으로 칭송받는 한 인물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윈스턴 처칠(Sir 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 1874-1965) 전 영국 총리입니다. 그가 독일 공군의 폭격으로 수도 런던이 잿더미가 되어가는데도 영국 국민들을 독려하며 "우리는 결코 힘없이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해안에서 싸울 것이다. 그리고 언덕에서도 싸울 것이다. 우리는 나치를 쓰러뜨릴 것이다."라고 외치며 영국 국민들을 하나로 묶어 리더십을 펼친 끝에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이끌어 냈던 것입니다.
오늘날 21세기 처칠이라고 불리우는 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현재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블로디미르 젤린스키(Volodymyr Oleksanddrovych Zelenskyy 1987-)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개전 초기, 세계 여론은 "코미디언 출신 초짜 대통령이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조롱섞인 말로 이야기 하며 많은 우려를 표하였습니다.
그가 요즘 영국, 독일, 미국, 일본, 이스라엘, 나토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연설에 큰 감동을 전하며 각 나라의 국민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것은 이 전쟁 개전 초기에 어느 기자가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까?"라고 던진 질문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답변이었습니다. "나도 다른 이들과 같다. 자기 목숨이나 자녀의 목숨을 잃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무언가 잘못된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대통령으로서 그런 일을 두려워할 권리가 없다." 이 말이 필자에게는 겟세마네에서 고뇌에 찬 기도를 하시던 예수님의 마음을 연상하게 하는 모습으로 비추어 졌습니다.
겟세마네 전경을 배경으로 해서 예수님의 간절한 기도의 장면을 음악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곡은 베토벤(L.v. Beethoven1770-1827)의 첫 번째 오라토리오 "감람산 위의 그리스도(Christus am Olberge-Christ on the Mount of Olives Op.85)'일 것입니다.
베토벤이 20대 중반 이후 부터 자신의 귀가 점점 어두워져 가는 모습으로 인한 고독과 고립감을 가지고 자신을 비관하며 하일리겐 슈타트 지방에 내려가 번뇌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 때 깊은 고뇌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 아직 펼치지 못한 음악세계를 더 표현해야 하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가진 뒤 고백서(Heiligenstadt Testament)를 쓰게 됩니다. 이것이 베토벤의 제2의 음악세계를 시작하며 이후 그의 음악의 진수를 담은 많은 작품들을 남기게 된 전환점이 된 것입니다. 이 시기의 초기 작품으로 1802년 그의 최초의 종교 오라토리오 "감람산 위의 그리스도"를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약 50분 정도의 곡이지만 전반부에 10분 이상을 베토벤 자신의 고뇌에 찼던 시간들을 경험으로 감람산에서의 예수님의 기도를 격한 감정으로 묘사하였습니다.
한편, 예수님의 "겟세마네의 기도"를 가지고 한국적인 감정을 호소하며 한편의 드리마로 만든 안템이 있습니다. 한국의 오병희 작곡가가 이 곡을 네 부분으로 나누어 드라마를 만들듯 겟세마네 현장을 리얼하게 스케치하여 음악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먼저 전주 부분을 통해 겟세마네 동산의 어둡고 신비스럽기까지 한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화성의 증6도나 증4도를 사용하여 선율을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합창의 서론 부분으로 예수님의 간절하고 애절하기 까지 한 인간적 예수님의 속내를 드러내는 장면을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템포를 빠르게 펼쳐서 하나님께 강력히 호소하는 듯한 어조를 보이는 모습을 그려내었습니다. 마지막은 예수님 자신에게는 죽음조차 아무 권리가 없음을 인정하며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며 자신을 내려 놓는 겸손한 제자도의 모습을 모범으로 보이며 종결하는 드라마로 마치게 됩니다.
이 안템에 담긴 가사는 성경 막14:36 "이르시되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를 배경으로 한것으로 이 말씀은 인성을 가지고 계신 예수님의 인간적 약함과 그것으로 인한 갈등을 보이는 듯한 기도 내용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 죽음을 두려워 해야 할 권리가 없음을 바로 인정하고 아버지 하나님의 뜻대로 되어지기를 간구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한 인간의 죽음이 아닌 온 인류를 위해 대속하는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자신의 권리를 내려놓으신 것입니다.
인간의 형상을 가지신 예수님의 겟세마네 기도를 통해 진정한 제자도를 배우게 됩니다. 21세기 오늘날의 처칠이라 지칭하는 젤렌스키. 그는 대통령으로서 죽음을 두려워해야 할 권리가 없다고 하며 자신을 내려놓은 모습 속에 그리스도의 제자도를 보게 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도를 따라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생애가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가기를 힘쓰는 것이 신앙생활의 궁극적 목적인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인한 영원한 소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또한 그렇습니다. 그리스도 복음의 핵심은 고난의 십자가, 그리고 부활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자도의 핵심은 바로 자기 부인입니다. 올해 사순절 시기를 보내면서 이 사실을 다시 한번 바르게 정돈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삶은 행동하는 것이지 반응하는 것이 아닙니다.
윤임상 교수(월드미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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