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은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한 해의 십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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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엽의 교회음악 이야기47

사순절은 매년 날짜가 다릅니다. 성탄절을 축으로 한 작은 봉우리(대림절, 성탄절, 주현절)는 항상 고정된 날짜지만, 부활절 축의 큰 봉우리(사순절, 부활절, 성령강림절)는 매년 춘분(春分) 지난 만월(滿月, 음력 보름) 다음 주일인 부활주일에 의해 정해집니다.

사순절 전 절기(Pre-Lenten Season)

사순절 전 절기 혹은 셉투아게시마 절기는 3주일 반 동안입니다. 사순절 전 셋째 주일(Septuagesima), 사순절 전 둘째 주일(Sexagesima), 사순절 전 첫째 주일(Quinquagesima)이란 명칭입니다.

이 기간은 부활주일에 세례받을 지망자들에게 금식, 교리강좌 참석, 정기적인 시험 등 엄격한 교육으로 준비시켰습니다.

알렐루야; 사순절 바로 전 주일은 ‘알렐루야 고별’(farewell to Alleluia) 예배로 드리는 관습이 있습니다. 사순절 기간에는 ‘알렐루야’와 ‘대영광송’을 부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순절 전 주일의 독창곡과 성가대 찬양은 예컨대, ‘내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리니’(박재훈), ‘흰옷 입은 사람들’(J.Stainer), ‘할렐루야 아멘’(G.F.Handel), ‘시편 150편’(C.Franck), ‘시편 150편’(L.Lewandowsky), ‘알렐루야 찬양하라’(D.H.Williams) 등입니다.

참회 화요일

사육제(謝肉祭)라 일컫는 카니발(Carnival)은 “육(肉)이여, 안녕”이란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사순절 기간엔 금욕과 극기의 생활을 해야함으로 성회수요일 직전에 실컷 먹고 즐기자는 이교적인 축제가 생긴 것입니다. 원래는 참회의 날이었습니다.

‘마디그라’(Mardi Gras)는 프랑스어로 기름진 화요일이란 뜻입니다. 육의 화요일(Shrove Tuesday)이라고도 합니다. 사순절에 음식의 유혹을 걷어내려고 보관된 음식 통을 깨끗이 비우며 벌이는 축제입니다. 마디그라의 참된 의미도 절제와 회개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사순절(Lent)

사순절(四旬節)을 뜻하는 영어의 렌트(Lent)는 ‘봄’ 혹은 ‘길다’라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라틴어로는 부활절 전 40일이란 뜻인 쿠아드라게시마(Quadragesima)이며, 우리말 사순은 40일이란 말입니다(旬은 10일을 뜻함). 주일은 이 계수에서 빠지기 때문에 실상 기간은 46일이 됩니다.

초대교회 당시 사순절은 세례받을 사람들의 마지막 준비단계 기간이었습니다. 이후 일반 교인들도 예수님이 광야 40일 동안 금식으로 공생애를 준비했던 것처럼 뜻있는 부활절을 맞기 위하여 40일 동안 십자가를 생각하며 참회하고, 절제, 기도, 금식하며 믿음을 살피며 준비하는 기간이 되었습니다. 4C 라오데기아 회의 이래 결혼을 삼가는 기간(tempora clausa)이었습니다. 사순절이 36일간의 금식으로 되어있을 때 일 년 365일의 십일조로 여겼습니다.

지금도 가톨릭이나 루터교 주일예배(미사)에서는 고유문 ‘알렐루야’와 통상문 ‘대영광송’(Gloria)을 생략합니다.

성회 수요일

사순절의 첫날은 성회수요일(聖灰水曜日, Ash Wednesday)입니다. ‘재의 수요일’이라고도 합니다. 재는 우리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기에 유한한 삶과 회개의 표시입니다(창 3;19, 욥 42;6). 의식 교회에서는 대 금식일로서 인간의 부귀영화는 풀의 꽃과 같아 다 시들어 버릴 것이라며(벧전 1;24-25), 지난해의 종려 가지를 태운 재를 이마에 바르고 죄를 고백하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인해 죄와 죽음으로부터 승리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돕습니다. 원래 교회에 복귀하려는 참회자를 위한 공적인 표시였으나, 지금은 교인들에게 모두 행하고 있습니다. 가톨릭과 성공회, 루터교 등 개신교에서 지켜집니다.

사순절 첫째 주일; 참회 주일, 하나님의 도움을 비는 주일로서 사순절의 받침돌이 됩니다. 성서일과는 광야에서 시험받으신 예수님입니다(마 4;1-11).
사순절 둘째 주일; 회상 주일(Reminiscere Sunday), 성서일과는 예수님께서 사탄을 몰아내고 인류의 구원을 이룩하신 말씀과 산상 변화의 말씀입니다(마 15;21-28, 마 17;1-9).
사순절 셋째 주일; 성서일과는 빛의 이들과 어둠의 대립, 하나님과 악마의 싸움을 중심한 말씀입니다(엡 5;1-9, 눅 11;14-28).
사순절 넷째 주일; 이날은 사순절 중기(Mid-lent)라고도 하는데, 사순절 중간에 끼어 재충전 주일(Refreshment Sunday)이라고도 합니다. 성서일과는 예수께서 오병이어로 오천 명을 먹이신 것으로 말씀입니다(요 6;1-15). 귀성 주일(Mothering Sunday), 떡 주일, 금 장미 주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에선 ‘어머니 케이크’나 검포도 과자 선물로 어머니 방문 관습이 있습니다.

수난주일

사순절 다섯째 주일은 수난 주일(Passion Sunday)입니다. 주일 명칭은 ‘유디카’(Judica)입니다. 입례송인 라틴어 첫 구절(Judica me)에서 왔습니다(시 43;1).

수난 주일은 19C 영국교회에서 기원합니다. 영국교회는 사순절의 마지막 두 주일을 특별히 중요하게 지켰습니다. 부활절 전 주일(종려주일)이 수난주일 같으나, 이날은 이미 주님께서 자신이 고난받으실 것을 예언하신 것에 기인합니다.

성서 일과는 유대인이 예수님을 돌로 치려고 했던 기사와 히브리서에 기록된 대속적인 고통입니다(요 8;46-59, 히 9;11-15).

‘돌봄(Care) 주일’, ‘검은(Black) 주일’이란 명칭도 있습니다.

선곡; 회중 찬송은 찬송가 제목 분류 ‘고난’(143–158장)이며, 독창곡과 성가대 찬양은 예컨대, ‘존귀하신 예수’(W.A.Mozart), ‘어린 양을 보라’(M.Blankenship),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J,Stainer), ‘오, 세상의 구주’(J.Goss) 등입니다.

종려주일

종려주일(棕櫚主日, Palm Sunday) 혹은 ‘호산나 주일’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날입니다(마 21:1-11, 막 11:1-11, 눅 19:28-38, 요 12:12-19). 예수님은 예언대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고, 군중들은 겉옷을 길에 펴고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면서 호산나를 외치며 환호하였습니다(슥 9;9).

매년 부활절 전 주일로, 이날부터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념하는 고난주간이 시작됩니다.

가톨릭교회에선 ‘성지주일’(聖枝主日)이라고 부릅니다.

행진; 종려주일 축제 행진은 4C에 로마에서 기독교가 공인 된 이후, 예루살렘에서 신자들이 최초로 감람산에서부터 나귀에 감독을 태우고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내려와 거리를 행진하는 풍습이 시작되었고, 6C에 로마에도 전해졌습니다.

행진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교단에 따라 교회는 이날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종려나무 가지를 나눕니다. 기후 여건이 다른 나라에서는 다른 사철 푸른 나뭇가지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신자들이 나뭇가지를 들고 예배당 모이면 사제가 종려 가지에 축사를 하고, 신도들에게 분배한 후 행진 의식을 시작합니다. 이때 회중들은 종려 가지를 각각 바깥쪽 손에 들고 두 줄로 교회 밖으로 나가면 교회 문이 닫힙니다. 성가대는 ‘왕 되신 우리 주’(Gloria laus et honor) 찬송을 부르며 회중은 후렴을 부릅니다. 찬송이 그치면 선두가 행렬할 때 든 십자가의 아래 끝으로 교회 문을 두드리고, 교회 문이 열리면 회중은 다시 교회로 들어와 호산나 찬송을 부르고 행진을 마칩니다(마 21;9). 이날 나눈 가지는 다음 해 성회 수요일에 태워 재를 만들어 사용합니다.

김명엽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데오둘프 찬송; ‘왕 되신 우리 주께’(140장)는 9C 프랑스 오를레앙의 주교인 데오둘프(Theodulph of Orlean, c.750-821)가 모반죄로 옥에 갇혀있을 때 78행이나 되는 라틴어 장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샤르레망 황제의 후계자인 루이 황제(Louis the Pious)가 신도들과 함께 종려주일 행렬 의식을 행하던 중 감옥에서 열렬히 찬송하는 데오둘프의 찬송 소리에 감동을 받아 그를 다시 주교로 복직시켰다고 합니다.

선곡; 종려주일 회중 찬송은 찬송가 제목 분류 ‘종려주일’(139–142장)과 ‘예루살렘 아이들’(562장)이며, 독창곡과 성가대 찬양은 예컨대, ‘거룩한 성’(S.Adams), ‘예루살렘’(H.Parker), ‘종려나무’(J.B.Faure),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J.H.Maunder), ‘거룩하시다’(C.Gounod), ‘성 테오돌프의 찬송’(M.Teschner) 등입니다. (계속)

 *** 이 글은 필자가 진행하는 유튜브 ‘김명엽의 찬송교실’ 동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김명엽(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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