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기도]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오피니언·칼럼
연요한 목사

사랑의 하나님!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지만,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습니다. 반죽 속에 누룩이나 땅속에 씨앗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큰 빵이 만들어지면 사람들이 배부르게 먹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우리에게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커다란 나무처럼, 공중의 새들이 가지에 깃들이고, 사람들이 나무 그늘 아래서 쉬게 하옵소서. 보이지 않아 언제 어떻게 자라는지 알 수도 없는 나라, 하나님 나라를 기다립니다. 하나님이 씨앗 하나하나에 고유한 성품을 주십니다. “우리 맘에 평안을 이슬 같이 내리사 열매 맺게 하소서.” 우리의 부활도 이와 같음을 알았습니다. 썩을 것으로 심었는데, 썩지 않을 것으로 살아납니다. 비천한 것으로 심는데, 영광스러운 것으로 살아납니다.

십자가에서 부활이 시작됩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없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 고난을 당하심으로 사람들을 구원하신 것처럼, 당연히 저도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많이 맺게 하옵소서. 제 목숨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은 잃어버릴 것이지만, 누구든지 주님을 위하여 목숨을 잃는 사람은 자기 목숨을 구할 것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공감과 배려, 협동과 친절, 정의와 희생, 자비와 사랑의 이타적 존재이기도 합니다. 예수께서는 괴로우셔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서 기도하셨습니다. 나의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해 주십시오.

예수님은 죽음에 초연하지 않으셨습니다.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괴로워하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셨지만 고난을 겪음으로써 복종하는 것을 배우셨고 완전하게 되시어 모든 사람에게 구원의 근원이 되셨습니다. 고난을 만들어내는 여러 조건들을 극복하기 위해 저항하게 하옵소서.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생에 이르도록 그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요 12,25) 예수님이 계신 곳, 즉 생명과 죽음, 비천과 영광, 십자가와 부활이 있는 곳에 함께 있어 하나님께서 높이실 것이라는 약속을 믿으며, 땅에 떨어진 한 알의 밀알이 되겠습니다.

사랑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찬송가 188장)

■ 연요한 목사는 숭실대와 숭의여대에서 교수, 교목실장으로 일했으며, 한국기독교대학 교목회 회장, 한국대학선교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기도시집 香>,〈주를 대림하는 영성>, 〈성서다시보기>(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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