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염교회 조현삼 목사가 최근 교회 홈페이지에 ‘아멜리나’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조 목사는 “아멜리나, 올해 스물한 살이다. 카르키프는 그녀의 고향이다. 그곳은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러시아와 인접해 있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 도시는 불과 4일 만에 함락되었다. 도시는 파괴되었고 그녀의 집도 파괴되었다. 무너진 집 지하에 그녀의 아버지(50세)와 어머니(48세)와 할머니(75세)와 증조할머니(102살)가 지금 피신해 있다”며 “아멜리나 양은 3년 전,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전쟁이 발발하고 21일째,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시각각 전해지는 전쟁 뉴스를 통해 잠도 공부도 생활도 집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날마다 부모님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학업의 끈은 놓지 않고 오늘도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대 교수로 사역하는 성도를 통해 아멜리나 양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하나님께서 전쟁 가운데 있는 우크라이나를 구호하는 일을 우리로 하게 하셔서 우리는 지금 ‘예’하고 섬기고 있다”며 “이런 중에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로 유학 온 학생 중에 전쟁으로 지원이 끊겨 생계의 위협을 받는 학생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난주부터 주셨다”고 했다.
이어 “바로 전화를 돌렸다. 그 학생 이름이 아멜리나이다.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잠시 후 문자가 왔다. 지금 강의를 듣고 있는 중이라며 1시간 후에 전화를 해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는 내용이었다”며 “오후 5시 20분, 그녀가 다니는 학교로 출발했다. 8시에 아르바이트가 있다고 해서 시계를 보았다.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우리 소개를 먼저 했다”고 덧붙였다.
조 목사는 “아멜리나 양은 마음을 열고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부모님이 보내주던 생활비가 중단되었다. 월세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세 살던 집에서 나와 지금은 친구네 집에 얹혀 지내는 중”이라며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한 달에 40여만원을 받는데, 그것으로 먹고 산다고 했다. 부모님과는 현지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언제 전화 연결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학비는 한 학기에 380여만 원이다. 다행히 이번 학기 학비는 전쟁 발발 하루 전날 부모님이 보내줘서 냈다. 무남독녀이다. 그녀의 부모가 딸을 가르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조금씩 저축을 해서 그 돈으로 유학을 보낸 상황이었다”며 “지금은 폭격으로 그녀의 집이 무너져 지하에 피신 중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가운데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멜리나 양에게 ‘우리교회가 100만원을 긴급생활비로 지원하겠다’며 ‘은행계좌번호를 좀 달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맞은편에 앉아 있던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손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얼굴은 상기되었고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돌았다. 감격이 이런 것이구나 했다”고 했다.
아울러 “그 자리에서 구제재정부로 연락해 100만원을 아멜리나 양 계좌로 바로 송금했다. 이어 한 학기 등록금으로 400만원을 추가 지원했다”며 “입금 확인 문자가 왔다. 이미 감격한 그녀의 얼굴이 상기되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 역할을 하는 거라고 했다. 교회 돈이 닿는 곳에서는 자주 평생 잊지 못할 ‘인생 날’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아멜리나 양에게는 오늘이 그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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