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과 러시아 간 직접 충돌 가능성,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현실화 우려 등에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7분 현재 전 거래일(1228.3원) 보다 6.9원 오른 1238.8원에 거래중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5원 오른 1237.0원에 출발했다.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 화학무기 사용 우려가 커지면서 장중 1239.7원까지 오르면서 지난 8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238.7원)을 넘어섰다.
이는 장중 기준으로 2020년 5월 29일(1240.4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국경 인근까지 공격하면서 나토와의 직접 충돌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의 제재로 러시아의 디폴트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6430억달러 가운데 서방국가들의 금융제재로 절반 이상이 묶여 있는 상태다.
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3일(현지시간)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갚을 돈이 있지만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고 있는 점도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미 연준은 오는 15~16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13일(현지시간)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장보다 1.58% 하락한 배럴당 110.89달러에 마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우려에 지난 7일에는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인 장중 배럴당 139.13달러까지 오른 바 있다. 같은 날 미국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전장보다 1.98% 하락한 배럴당 107.17달러에 마감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 지수 등 3대 주요 지수 모두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9.88포인트(0.69%) 내린 3만2944.19로 장을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5.21포인트(1.30%) 밀린 4204.31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전장보다 286.15포인트(2.18%) 추락한 1만2843.81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미 채권 금리는 오름세를 보였다. 13일(현지시간)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03%대로 다시 2%대로 올라섰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6일 1.6%대까지 내려간 바 있다.
채권 시장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국면 전환이 어려운 만큼, 원·달러 환율이 1250원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오늘 원·달러 환율은 동유럽 지정학 불확실성 고공행진에 따른 위험선호 심리 위축 영향에 1240원 저항 여부를 테스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고, 1230원 상단 저항선이 붕괴된 후 환율이 125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심리적 기대감이 조성돼 있는 만큼 당분간 매수 쏠림 현상은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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