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금 장신대 김태섭 교수로부터 슬픈 소식이 문자로 왔다. 김 교수의 부친이자 광성교회의 원로이신 김창인 목사님이 오늘 88세의 일기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순간 가슴이 울컥하고 눈물이 솟구쳤다.
2년 전 어느 날, 그분의 제자이자 거룩한빛광성교회의 원로이신 정성진 목사님으로부터 자신의 스승이신 김창인 목사님의 설교 세계를 집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2] 내가 속한 장로교 합동 교단의 충현교회를 담임했던 김창인 목사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통합 교단의 동명이인인 김창인 목사님은 처음 듣는 분이셨다. 집필해드리겠다는 답을 하고 전화를 끊긴 했으나, 이후부터 걱정이 태산같이 엄습했다. 80세 중반을 훌쩍 넘으신 원로에다, 내가 잘 모르는 분의 설교에 관해서 과연 한 권 분량의 설교의 장점이 나올 것인가가 무척 염려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3] 필자가 연구한 ‘고 김창인 목사님’, 그분은 인간적으로나 목회적으로나 설교학적으로 볼 때 참 많은 장점과 재능을 소유한 분이셨다. 비록 꼿꼿하고 강직해보이나 속 정이 무척 깊은 분이셨고, 동료 후배들이 따를 만한 탁월한 리더십과 책임감의 소유자였고, 부부애도 깊었으며, 무엇보다 하나님을 철저히 신뢰하고 의존한 참 신앙의 사람이셨다.
1966년 1월 23일에 광성교회에 부임함으로써 담임 목회를 시작하셨다.
[4] 그분이 광성교회에 처음 부임했을 때는 아주 작은 개척교회 수준이었다. 당시 그곳은 주변에 주민들도 없는 외진 지역에 부흥의 전망이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곳이었다. 혈혈단신 이북에서 남하하여 고아처럼 어렵고 힘든 삶을 사셨지만, 따뜻한 영적 어버이로서 인격과 영성과 말씀으로 4만 5천 명의 성도들을 목양하며 영혼의 꼴을 잘 먹인 위대한 사명자셨다.
‘설교자 김창인 목사’라고 하면 트레이드마크처럼 그에게 따라붙는 별명 같은 특징들이 있다.
[5]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간단명료한 설교의 구성과 논리 정연한 설교의 전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설교’,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실감나는 설명’, ‘실생활에 잘 적용하도록 떠 먹여주듯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설교’, ‘젊은 설교자들조차 부러워할 정도로 카랑카랑한 음성’, ‘강하고 확신 있는 선포력’,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전달력’, ‘본문에 짝짝 들어맞는 재미있고 맛깔스러운 예화 활용력’, ‘뜨거운 마음으로 가슴이 열리게 하는 설교’ 등.
[6] 김창인 목사님의 설교는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우리만치 폭넓은 설교의 장점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설교의 전문가로서 그분의 설교를 분석한 결과는, 후배 설교자들이 배우고 모방할 설교의 장점을 많이 갖춘 특출한 설교로 평가된다. 위대한 업적을 많이 남긴 인물일수록 은퇴 후의 뒤안길은 그만큼 처량해 보이기 마련이다.
[7] 비록 만년에 제자로부터의 뜻하지 않은 배신의 쓴 잔을 경험하긴 했으나, 하나님은 그분의 무고함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하심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주셨다.
‘김창인 목사.’
그는 이 땅의 들풀처럼 자라나는 수많은 후배 설교자들이 두고두고 존경하고 우러러보고 닮아가야 할 우리 시대의 ‘큰 바위 얼굴’이다.
[8] 스펄전, 조지 휫필드, 조나단 에드워즈, 로이드 존스, 존 스토트, 무디, 빌리 그래함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종들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설교자의 전당에 당당히 그 이름을 밝히고 있다. 필자는 이 명예의 반열에 한국인 설교가 ‘김창인’이란 이름 석 자도 새겨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12일) 한국 강단을 위해 위대한 사역을 감당하신 큰 별이 떨어졌다.
[9] 길지 않은 시간이나마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과 출판기념예배를 드리는 동안 정이 깊이 들었다. 당신의 설교에 관한 책 집필을 한사코 거절하셨지만, 막상 내가 집필한 『김창인 목사의 설교 세계』 (두란노, 2020)를 읽으시곤 어린애처럼 기뻐하시며 내 손을 꽉 잡고 함께 사진 찍기를 좋아하셨던 그 얼굴을 이제 이 땅에선 대할 수 없음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위대한 인물을 떠나보내면서 말씀 사역자로서의 사명에 더 충실해야겠다는 다짐을 굳게 해본다.
신성욱 교수(아신대 설교학)
#신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