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민주화와 평화통일의 거목이자 자랑스런 한신인, 故 문동환 목사 3주기 추모예배가 한신대학교(총장 강성영) 주관하에 지난 9일 오전 11시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 공원에서 드려졌다.
이날 추모예배는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와 수도교회, 한빛교회, 더불어한교회, 한신대 총동문회, 한신대 여동문회, 한신대 기독교교육과동문회가 함께 했으며, 남양주 김한정 국회의원과 김상근 목사, 유원규 목사, 김창주 목사, 윤찬우 목사를 비롯해 유근수 여동문회장, 이숙진 여신도회 총무, 이문우 장로, 김효배 총동문회장과 유족으로 문동환 목사의 딸 문영미, 문영금 통일의집 관장, 배우 문성근을 비롯해 유족, 교인과 교직원 등이 참석했다.
나현기 교목실장의 인도로 진행된 이날 추모 예배는 전철 신학대학원장의 기도, 이원표 영생고 교목의 성경봉독, 유원규 한빛교회 원로목사의 말씀 순으로 이어졌다.
유원규 원로목사는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요1:2~5)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하며 “오늘 성경본문은 문동환 목사님이 3·1사건으로 구속된 서대문구치소에서 처음 읽은 말씀이다. 요한복음 저자가 처한 현실은 어둠이 지배하는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고 선언했다”며 “문 목사님은 관념에 머물지 않고 어둠의 실체를 꿰뚫어 깨달음을 이루고자, 한신대 선교신학대학원을 만들고, ‘새벽의 집’을 시작했다”고 했다.
또 “갈릴리 교회를 열고, 유신체제에 항거하는 ‘3.1민주구국선언서’에 서명했으며, 병상에서조차 대안공동체에 열심을 쏟으셨다”며 “목사님이 살아계셨다면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금 시대적 상황에서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해주셨을까. 어둠에 무릎 꿇지 않는 신앙고백과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결단을 함께하는 신앙 동지가 되길 원하셨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진 추도사에서 김창주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총무는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문 목사님의 어떠한 직함 때문이 아니라 한신에서 자아확립과 민중교육, 민중신학을 지도한 훌륭한 스승이었기에, 공동체적 교회를 이루기 위해 몸부림치신 수도교회의 목회자였기에, 조국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신 모습을 기억하기에, 쿠데타를 일으킨 독재세력을 단죄하고 감춰진 민주화 역사를 밝혀내기 위해 국내외에서 하신 노력들로 목사님의 믿음과 삶의 희망을 봤기 때문”이라며 “혼돈의 시대에 하나님의 비전과 소망 품고, 헌신하신 모습은 후배들에게 크나큰 도전이요, 영원한 희망이다. 우리도 선배가 걸어간 십자가의 길, 생명의 길을 걸으며 이 시대의 거짓과 싸우고 참된 공동체적 교회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기독교교육학과 동문으로 구성된 사단법인 길 커뮤니티의 추모의 노래에 이어 강성영 총장의 인사 말씀이 전해졌다. 강총장은 “1985년 대학원생 시절 문 목사님이 ‘민중교육론’ 첫 세미나에서 박노해 시인의 시 ‘이불을 꿰매면서’를 읽어주며 ‘우리 모두는 민중과 노동자를 지배하고 억압하는 폭력의 근성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하고, 함께 더불어 사는 생명의 공동체를 만들어야한다’라고 가르치신 말씀이 제 마음에 깊이 각인돼있다”며 “문 목사님의 초상화를 보면 ‘인자한 호랑이’ 같다. 목사님은 불의한 질서, 부패한 정치권력을 향해 호랑이의 포효를 가르쳐주셨다. 오늘 3주기를 통해 문목사님께서 보여주신 호랑이 모습처럼 삼천리를 내달리는 후학들을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알리는 말씀에 이어 찬송과 김상근 전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총무의 축도, 가족들의 유족인사, 헌화 순으로 이날 문동환 목사 3주기 추모예배를 마무리 했다.
문동환 목사의 장녀 문영미 여사는 유족 대표로 인사를 전하며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멀리서 들려오는 전쟁 소식에 굉장히 마음 아파하시고, 대선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을 것 같다. 결과가 어찌되든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듯이 하늘나라를 이 땅에서 만들기 위한 작은 노력들을 해나가길 바란다”며 “공식적인 추모행사는 오늘이 마지막인 것으로 안다. 그동안 한신대에서 아버지 추모예배를 맡아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는 소소하게 만나 아버지를 추억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문우 장로는 “자신이 문동환 목사님의 첫 번째 제자이자 조교”였다며 “문 목사님께 배웠던 한 학기의 시간이 매우 황홀했다. 아주 멋있는 신사셨고, 훌륭한 교수님이었다. 목사님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정체성을 확립했다’, ‘변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문동환 목사는 친형 문익환 목사와 함께 일평생을 통일과 평화,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으며 2019년 3월 9일 소천해 한신대 학교장으로 장례를 치른 후 매년 추모예배를 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