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원전이 주력"이라며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의 빠른 정상 가동을 주문했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생산 등 모든 것을 멈췄던 원전 기업들은 "이제와서 재개라니"라는 반응을 보이며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달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적절한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원전의 안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 원전의 빠른 정상 가동을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포항과 경주의 지진, 공극(구멍) 발생, 국내자립기술 적용 등에 따라 건설이 지연됐다"며 "그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 강화와 선제적 투자가 충분하게 이뤄진 만큼,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단계적 정상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단계적 정상 가동을 지시하면서 원전 준공과 가동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건설 재개에 대한 지시가 없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신한울 3·4호기는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지어지기로 결정됐다. 이후 부지 매입과 2017년 2월 산업부 허가로 공사도 시작했다. 하지만 공정률이 30% 진행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인허가 보류로 사업이 중단됐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가 신한울 3·4호기 재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차기 정부에서는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임기 말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 관련 기업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다. 원전을 주력으로 했던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도산했다. 원전 외에 다른 사업들을 함께 진행해왔던 기업들만 버텨오고 있는 실정이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비중이 80% 정도 차지했던 기업들은 다 문을 닫았다"며 "20~30% 비중을 가지고 간 기업들은 다른 사업으로 연명해가고 있는 처지"라고 말했다.
따라서 원전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사업 진행에는 큰 난관이 예상된다. 기술력을 가진 인력들이 모두 현장을 떠났고, 설비도 이미 다 매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원전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기반이 무너진 상태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장인들이 현장을 다 떠나서 이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것도 숙제"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7년 2777명이던 원전 관련학과 재학생 수는 2020년 2190명으로 2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국내 원전 부품 공급업체 매출은 3조9300억원으로, 탈원전 이전인 2016년(5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1조5700억 줄었다. 탈원전정책에 따른 수주절벽으로 지난 2020년과 2021년 매출은 더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