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익 목사(벧샬롬교회 담임)가 25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정치적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김 목사는 “주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40일 동안 제자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일을 가르치셨다”고 했다.
이어 “그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주님께 질문을 던졌다.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 때니이까’(행 1:6). 이 질문은 부활하신 주님으로부터 무려 40일 동안이나 하나님 나라의 일들에 관해서 특별 수업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세상 나라와 하나님 나라를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이것은 비단 제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 역사 속에서 수많은 신자들이 하나님 나라와 세상 나라를 혼동하는 실수를 범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선을 목전에 둔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만큼이나, 제자들을 포함한 1세기의 유대인들에게도 로마의 압제 아래 있는 유대의 정치 현실은 그들의 생각을 사로잡을 만큼 중요하고 뜨거운 이슈였다“며 “과연 하나님께서는 언제 메시야를 보내셔서 우리 민족을 로마의 압제로부터 구원해주시고 무너진 하나님의 왕국을 재건하실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구약 이스라엘의 역사를 고려한다면, 제자들이 유대 민족이 처한 현실 정치와 하나님 나라를 혼동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며 “그들은 하나님이 택하시고 불러내신 하나님의 백성이지 않은가. 게다가 그들에게는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주신 언약이 있었고 메시아에 대한 약속들이 있지 않았는가”라고 했다.
그러나 “21세기의 대한민국이라는 세속 국가에 살고 있는 시민-신자인 우리가 대한민국과 하나님 나라를 혼동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가 아닐까? 또 우리가 처한 정치 현실에서 메시아와 같은 인물을 기대하거나 특정 정치인에게 그런 기대를 거는 것, 또는 하나님 나라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을 세상 나라의 정치에서 기대하는 것은 필시 주님의 가르침으로부터 벗어난 그릇된 행보일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우리는 대선을 둘러싼 정치 이슈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할 만큼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간을 살고 있다. 그리스도인도 예외가 아니”라며 “성경은 이런 정치 현실과 정치 이슈들에 대해 분명하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이 현실 정치에 대하여 어떤 태도와 입장을 어느 정도로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성경의 기본 원리는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먼저, 세상 나라는 하나님 나라가 아니”라며 “신자는 자기가 속한 세속 국가의 정치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세우도록 부름을 받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나라를 세우시는 열쇠를 주신 대상은 세속 국가가 아니라 교회다(마 16:19). 대한민국의 5년 임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대통령직에 앉게 될 어떤 사람도 메시아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한 “둘째로, 세상 나라가 하나님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은 그리스도인이 현실 정치에 무관심할 수 있는 명분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나라에 속한 사람이자 또한 세속 국가에 속한 모범 시민으로서 살아갈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리스도인은 신자로서, 그리고 세상의 모범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셋째, 하나님은 세속의 국가와 정부를 인정하셨다”며 “하나님께서는 세속 국가-정부에게 최소한의 정의를 세울 수 있는 권세를 주셨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정부의 권세자들을 가리켜(일반적인 로마 황제들을 생각할 때도 그렇지만, 바울이 로마서를 쓰던 당시 황제가 네로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하나님의 사역자’와 ‘하나님의 일꾼’이라고 불렀다(롬 13:4, 6)”고 했다.
그러면서 “성경이 말하는 세속 국가와 정부는 궁극적으로 악을 극복할 수는 없지만, 악을 예방하고 악행하는 자들을 처벌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며 “악의 극복은 오직 성육신하신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이루신 일이며, 심판자로 다시 오셔서 종결하실 것이다. 국가와 정부는 악의 예방과 악행자 처벌이라는 최소한의 정의를 구현하는 도구로서 하나님의 사역자와 일꾼이라 불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넷째, 신자는 세속 국가의 시민으로서 정부와 통치자의 권위를 존중하고 복종해야 한다”며 “바울 사도는 성령의 영감으로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롬 13:1)고 썼다. 이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선호하는 정치 지도자를 향해서는 이 구절을 적용하면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이 말씀을 적용하지 않으려는 죄성을 드러내곤 한다”고 했다.
또 “다섯째, 그리스도인은 두 나라에 속한 시민으로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기준으로 현실 정치를 대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가? 물론 그럴 수 있다. 근본적인 전제가 반기독교적이거나 반사회적, 반인륜적 가치를 표방하지 않는 정당이라면 말이다. 그리스도인은 보수여야 하는가? 아니면 진보일 수도 있는가? 성경은 창조의 질서에 속하는 가정과 결혼의 가치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보수적이지만,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와 종과 같은 사회의 소수자들에 대한 보호와 존중에 대해서는 진보적”이라며 “세속 국가에서 우리는 성경의 가치를 온전하게 표방하고 구현하는 정당을 찾을 수는 없다. 이 점에서 그리스도인은 한 정당의 모든 정강, 모든 정책, 또는 특정 지도자의 모든 주장과 입장에 다 동의할 수는 없다. 그리스도인은 모든 것을 하나님 나라의 가치에 비추어 판단해야 하는 점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상대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목사는 “끝으로,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서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하나님께서 자신을 부르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말씀은 지금도 모든 신자에게 유효한 말씀이다. ‘내가 그로 그 자식과 권속에게 명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였나니 이는 나 여호와가 아브라함에게 대하여 말한 일을 이루려 함이니라’(창 18:19). 이 말씀은 그리스도인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는 물론, 현실 정치를 대하는 근본 원리를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 여기서 ‘의와 공도’라는 말이 중요하다”며 “하나님과의 언약이라는 맥락에서 공의를 행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에서는 사법적 맥락의 정의도 많아질 것이 자명하다. 그러니 의와 공도를 행하라는 부르심을 따라 사는 그리스도인 정치인, 법조인, 경제인, 그리고 시민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바른 판단력을 가지고 정의를 드러내며 살도록 부름을 받았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이 불의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만이 아니라, 현실 정치에 대해 취해야 할 태도의 기준을 보여준다”며 “비록 제한적일지라도 ‘의와 공도’라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 기준에서 인물, 정책, 정당을 분별하는 일은 모든 그리스도인-시민의 의무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이기적 손익이나 사적 이해관계를 넘어 의와 공도라는 엄밀한 기준에서 정치 지도자를 선출하는 투표라는 정치 행위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의와 공도를 행하라는 부르심을 따라 살아감으로써 세상 나라에 하나님 나라의 누룩이 되는 그리스도인들”이라며 “대선을 앞둔 지금, 명목상의 교인이나 장로 정치인이 아니라 윌리엄 윌버포스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의와 공도를 행하는 그리스도인-정치인들이 많이 그립다. 그러나 기억하라. 복음이 정치 보다, 하나님 나라가 세상 나라보다 크다는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