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종교개혁지 탐방' 여행 상품이 교계에 유행한 적이 있다. 기존에는 '성지순례'라고 해서 이스라엘, 터키, 레바논 등을 다녀오는 상품은 많았지만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자 눈치 빠른 여행사들이 관련 상품을 만들어 판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품들의 문제는, 갑자기 생긴 수요에 맞추다 보니 콘텐츠가 따라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행 상품 일정에 막상 중요한 종교개혁지가 빠지거나, 종교개혁 역사 중 초기에 해당하는 도시만 보다 온다거나 하는 식이다. 종교개혁 관련 지식을 갖추고 교회사적인 의미를 잘 설명해줄 가이드를 찾기 어려운 점도 있다.
위와 같은 아쉬움을 보완하고자, 종교개혁지 탐방을 꿈꾸는 이들에게 좀 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하는 책 <종교개혁지 탐방 가이드>가 출간됐다. 책은 유럽 6개국 20개 도시를 중심으로 탐방할 수 있는 종교개혁지를 소개했다. 책의 저자는 황희상(남편) 정설(아내) 부부. 이들은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동기로, 기독교잡지 편집장과 기자로 사이좋게 활동했다. 남편은 '특강 종교개혁사' '특강 소요리문답'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사' 등 종교개혁 관련 책을 출간한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 부부는 2003년 8월 첫 유럽 여행을 시작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유럽을 돌며 주로 종교개혁지를 답사했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탐방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소개하고 싶어 책을 출간했다. 책은 종교개혁지를 탐방할 때 장소를 왜(WHY) 가는지, 가서 무엇을(WHAT) 보고 무슨 생각을 할 것인지, 마지막으로 어떻게(HOW) 접근하고 돌아보면 좋을지를 소개했다.
각 탐방지 소개에 앞서 책은 '탐방을 위한 일곱 가지 꿀팁'을 소개한다. 첫번째는 일정기간 종교개혁사를 공부한 멤버만 참여하기다. 그렇지 않으면 현장에서 루터가 누군지 칼뱅이 누군지 설명하느라 시간을 다 쓰기 때문이다. 그외에도 ▲가능하면 15인 소그룹으로 이동 ▲현지 투어 가이드의 해설은 줄이고 전문 해설사 동반하기 ▲전문 인솔자 활용하기 ▲기존 동선에 꼭 가고 싶은 여행지 반영하기 ▲예약 필요없는 곳도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기 ▲숙소 식사 비용 줄이더라도 콘텐츠에 투자할 것 등을 꼽았다.
종교개혁지 탐방을 떠날 때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어디로 갈 것인지'이다. 종교개혁은 유럽 전역에서 일어난 것이기에, 다 가볼 수가 없다. 그래서 경중을 따져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저자는 이탈리아/체코·독일/프랑스·스위스/영국 이렇게 네 지역으로 나눠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1. 이탈리아
종교개혁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종교개혁지 답사인데 왜 이탈리아에 가야 하나? 거기에 무슨 종교개혁이 있었다고..."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저자는 이탈리아를 권하는 이유로 "이탈리아를 봐야 종교개혁 '이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 체코/독일
이 두 곳은 초기 종교개혁과 관련한 지역이다. 얀 후스가 활동했던 체코와 마르틴 루터가 활동한 독일 지역은 종교개혁의 모판과도 같은 곳이다.
3. 프랑스/스위스
루터 이후 칼뱅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 종교개혁이 활발했던 지역. 저자들은 "기존 종교개혁지 답사 상품들은 주로 루터에게 집중해서 독일 지역을 돌아다니지만, 프랑스와 스위스가 종교개혁지 탐방의 중심지가 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한다.
4. 영국
영국은 유럽 대륙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동선 잡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답사 코스에서 배제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최대 교파가 장로교회이고 장로교회를 탄생시킨 곳이 스코틀랜드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영국은 뺄래야 뺄 수 없는 답사 지역"이라고 말한다. 여행 자체로도 매력적이고, 좀 더 심화된 답사 경험을 할 수 있다고도 덧붙인다.
책에서 저자가 샘플로 제시하는 동선은 위 사진과 같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들어가 영국 런던으로 나오는 11박 12일 코스다. 이 코스는 종교개혁의 역사에 따른 시간 순서로 짠 코스다. 저자는 "정해진 샘플 동선 외에 시간적 여유가 더 있는 경우 파리나 에든버러, 런던 중에서 하루 이틀씩 더 늘리면 되고, 파리에서 기차를 이용해 라로셸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도 멋진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더 자세한 탐방지 내용은 책에 상세히 기록해 놓았다. 저자는 "이 책이 마중물이 되어 여행사의 상품이 만들어지거나 혹은 탐방 팀이 여럿 꾸려지면 좋겠다"며 "21세기 현대의 모습 너머에 켜켜이 쌓여 있는 유럽 역사와 기독교 신앙의 역사, 특별히 종교개혁의 가치를 실감하는 일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