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D-20, 눈 부릅뜨고 옥석 가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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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0시를 기해 제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 주요 정당 후보들은 이날 저마다 대선 승리를 위한 출정식을 갖고 22일간의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번 대선은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가운데 역대 어느 대선보다 당선자 예측이 어려운 박빙의 선거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선거 구도가 형성되면서 후보 상호 간에 네거티브 수위가 자꾸만 높아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후보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는 현상에 대해 외신까지 “역대 최악의 진흙탕 선거”라고 비꼴 정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특혜 분양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중에 부인의 ‘공무원 사적 심부름’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특히 대장동 사건을 놓고는 여야가 특검 실시 문제로 줄다리기를 해 왔으나 제기된 의혹에 대한 명확한 규명 없이 결국 법적 판단은 대선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본인의 문제보다는 거침없는 말과 행동이 끊임없이 구설수를 만들고 있다. 부인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부분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어떤 악재로 작용하게 될지 알 수 없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자질과 도덕성 관련 의혹은 마땅히 해소돼야 한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어느 후보와 정당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가가 핵심이란 말이다. 그런 점에서 정책과 비전을 펼쳐나갈 능력 검증이 각종 의혹과 네거티브 공방에 덮여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점은 지극히 우려스럽다.

이번 대선은 의혹이 의혹을 낳고, 이슈가 이슈를 덮는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후보와 진영은 정책 검증 대신 서로의 약점을 들춰내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이다. 이런 식의 네거티브 선거전은 당장은 후보 본인과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모르나 결국은 모두에게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에 마음을 정하지 못해 등을 돌리는 유권자가 점점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낮은 투표율에 대통령의 당락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까지 맡기여야 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 TV토론이 마련되는 건 유권자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후보의 면면과 비전과 정책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두 차례 진행된 TV토론은 유권자의 알 권리 충족보다는 후보 간에 약점을 원색적으로 들쑤시는 데 집중됐다. 결국, 유권자를 TV 앞에 불러 모아놓고 비호감 경쟁을 한 셈이다.

앞으로 남은 토론마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정책 검증은 고사하고 후보 간에 변별력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 ‘오리무중’ 선거판이 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제 남은 20일 만이라도 후보자와 각 진영은 상호 비방을 중단하고 대한민국을 오늘의 위기에서 건져내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는 국정 운영과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5년간 국민통합과 양극화 문제에 있어서 오히려 퇴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은 개혁이란 대의명분에도 국민을 내편, 네편으로 나누고 ‘갈라치기’ 하는 등 수많은 병폐를 낳았다. 이는 내가 하면 다 옳고 네가 하면 다 틀렸다는 ‘내로남불’의 전형이었다. 국민은 다음 대통령이 이런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우리 사회에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워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눈을 안으로 돌려 볼 때 기독교계는 각종 현안에 대선 후보들이 어떤 생각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자제해왔다. 그러나 이제 대선이 20일 남은 시점에서는 올바른 선택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을 놓고 고심하는 중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4일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가 개최한 20대 대선 기독교 10대 정책 발표회에 이목이 쏠렸다. 특히 이 자리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참석해 차별금지법(안), 종교사학법, 남북교류 및 통일 등에 관한 각 당의 기본 정책을 제시한 건 기독교인 유권자들의 바른 선택을 위해 매우 유의미한 절차였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시도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대선을 앞두고 교계가 예민하게 받아들일 정책 사안에 대해 대척점에 있는 정당이라면 이런 시기에 솔직하게 입장을 드러낼 리 없다. 따라서 각 당의 발표를 참고는 하되 판단은 전적으로 유권자 각자의 몫이란 것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기독교계의 오해가 없도록 충분한 소통과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도 과거 한교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와 비슷한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이 후보는 TV토론과 선거 유세 중에 이미 “차별금지법은 필요하고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7대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의지를 가지고 남은 임기 동안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각별한 의미를 지녔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엄습으로 하루 확진자가 일주일새 두 배로 늘어 9만여 명에 이르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꺼져가는 대한민국의 경제성장 동력을 되살리고 국가 안보와 외교, 교육에 대전환을 이룰 후보가 누구인지 눈을 크게 뜨고 투표장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최악의 비호감 선거에 실망했더라도 국민의 의무와 권리인 투표를 포기하는 순간 최악을 방조한 책임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다. 유권자의 의식이 깨어 있어야만 옥석을 가릴 수 있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냉소주의적 사고는 민주주의 포기선언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