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 증가와 새로운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주택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가 현실화하는 등 예견된 풍선효과가 뚜렷해지고 있다.
앞서 정부의 세금 부당 강화와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의 월세화와 임대료 인상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종부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월세를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해 서울의 월세 거래가 7만 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월세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 등으로 세금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현상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낙관했으나, 종부세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세금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또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금융 규제까지 맞물리면서 임대료마저 상승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지난해 서울에서 월세가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이 총 7만107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대치다.
임대차 계약은 전세·월세·준월세·준전세로 분류된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 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하는 거래를 말한다.
매년 4만 건 대를 오르내리던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이 지난 2020년 6만 건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7만 건을 돌파했다. 임대차계약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8.1% ▲2020년 31.1% ▲2021년 37.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 25개 구(邱) 가운데 중저가 단지가 몰린 금천구의 월세 비중(56.1%)이 전세 비중(43.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종로구(43.8%) ▲중구(43.5%) ▲강동구(42.5%) ▲강남구(41.6%) ▲마포구(40.9%) ▲관악구(40.2%) 등이 뒤를 이었다.
월셋값도 급등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월셋값이 10% 넘게 치솟아 월간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는 평균 124만5000원으로, 2020년 12월(112만7000원)보다 11만8000원(10.5%)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 아파트 월세(130만4000원)가 5.8% 오를 때 강북권(한강 이북 14개구) 아파트 월세(118만3000원)는 18.1%나 급등했다. 강북권 아파트 월세 상승률이 강남권 상승률의 3배가 넘는 셈이다.
서울 25개 구에서 아파트 월세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도봉구로, 2020년 12월 41만원에서 지난해 12월 86만7000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또 강남구의 월세(247만7000원)는 전년 대비 34.6% 상승하며 강남권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는 오는 8월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이후 신규 계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더욱 두드러지고, 전·월셋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에선 신규 계약에 종부세 전가가 맞물릴 경우, 임대료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급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전셋값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강남 등 주택 수요가 많은 일부 지역에선 임대료 급등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임대차 계약 갱신이 끝나는 시점에 월세로 전환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진단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임대차시장은 임대차3법 시행 후인 2020년 7월 이후 월세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비중도 늘어나는 등 전세의 월세화가 점차 가속되는 추세"라며 "강남3구처럼 집값이 고가일수록 월세 거래 비중이 높고, 종로구, 마포구, 중구 등 주요 업무지역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올해 하반기 다수의 전세계약이 직전 계약액의 5%를 초과해 올릴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다"며 "보증금 상승분 마련이 어려운 임차인과 종합부동산세가 부담되는 다주택자 임대인 사이에서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월세로 전환하는 비중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