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 대출금리 상승, 설 명절 상여금 유입 등의 영향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줄면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은행들이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면서 기업대출은 역대 최고치로 뛰었다.
10일 한국은행의 '2022년 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 보다 4000억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가계대출이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가 지속되고 있고 대출금리 상승과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설 명절 성과 상여금 유입 등 계절적 요인이 있었다"며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거래 관련 자금수요가 둔화됐으나 집단대출 취급 증가 등으로 전월보다 증가 규모가 소폭 확대됐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중 전세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은 늘었으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감소했다. 전세자금대출이 1조4000억원 늘면서 전체 주택담보대출이 2조2000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은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기타대출은 2조6000억 줄었다. 1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2009년 1월(-3조2000억원) 이후 두번째로 큰 폭 감소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 대출금리 상승, 설 명절 상여금 유입 등의 영향이다.
한은은 지난달 가계대출 감소가 명절 성과·상여금 유입 등 일시적인 요인이 큰 만큼 앞으로 추세적으로 감소세를 이어나갈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황 차장은 "1월 가계대출은 설 연휴 상여금 등 계절성이 가미 된 일시적인 효과가 앞으로 추세적으로 감소세가 이어질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정책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가계대출이 주춤한 사이 기업대출은 사상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가계대출 규제가 기업대출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기업대출은 전월 말 대비 13조3000억원 늘어난 1079조원으로 집계돼 한 달 만에 다시 플러스로 전환됐다. 1월 증가액 기준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은 9조2000억원 증가한 895조6000억원으로 집계돼 역시 역대 최대폭으로 늘었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은 2조1000억원 늘어난 425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대출은 4조원 늘어난 18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등에 따른 자금수요, 일시상환 자금의 재취급 등 영향도 있지만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대한 태도를 완화하면서 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황 차장은 "중소기업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설자금과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등으로 큰 폭 늘었다"며 "대기업은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상환 했던 자금을 재취급하면서 증가 전환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은행들이 대기업에 대한 태도를 완화하면서 대출이 늘어난 측면이 있어 일부 풍선효과가 있었다고는 볼 수는 있다"며 "반면 업황 개선으로 인해 시설투자가 늘어나고 있고, 대출이 계절적 요인으로 일시적으로 늘어난 측면도 있어 향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채 발행은 투자기관의 연초 자금운용 재개 등으로 2조3000억원 순발행 전환됐다. 주식발행은 LG에너지솔루션 등 기업공개를 중심으로 발행규모가 늘면서 전월보다 6000억 늘어난 13조원으로 집계됐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