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프로그램에 많이 등장하는 한 인물이 있다. 바로 소아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 소아 대상 전문의지만, 남녀노소, 연예인, 비연예인 할 것 없이 오 박사에게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담받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서 "전 세대를 아울러 많은 이들이 정신적으로 병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 중 믿음 생활을 하고 있는 기독교인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특히 기독교인들이 정신적 질환을 앓게 되면 "영적인 문제인가, 정신적인 문제인가"를 놓고 많이 고민한다. 또 "내가 믿음이 없나?"라며 신앙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좌절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단순히 기도하고 말씀을 들으라는 말이 답이 되진 않을 것이다.
'마음의 병은 신앙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크리스천 정신과 의사 8명이 책 '우을한 마음을 안아드립니다'(두란노)를 출간했다. '마음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 의사들은 대한기독정신과의사회 산하 부산지부 회원이다. 이들은 정신질환에 걸린 크리스천들이 병에 대한 바른 이해가 없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이 마음의 병이 더 깊어지는 것을 보고, 정신의학과 신앙의 두 관점에서 균형잡힌 치료 안내서를 출간했다.
책은 기독교 관점에서 정신질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신과 치료와 신앙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알려준다. 또 정신질환의 정확한 의미와 함께 건강한 치료를 위한 실제적인 방법과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본인 및 가족, 아울러 그런 성도들을 돕는 리더들과 목회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책의 1부는 기독교 관점에서 정신 질환을 설명한다. 먼저 마음이 무엇인지를 살핀 후, 정신 질환의 본질을 신앙의 관점으로 해석한다. 1부를 집필한 김민철 원장(김민철정신건강의학과)은 "모든 정신 병리가 마음에서 생겨난다"고 말한다. 창조 본연의 온전한 마음이 죄로 인해 타락하면서, 정신 병리에 취약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 이러한 연약한 마음으로 악한 세상을 살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트라우마와 어려움, 아픔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정신 질환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육체와 뇌는 매우 연약해서 여러 이유로 우울증이나 정신과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약하다면 하나님의 은혜의 통로가 되는 일만 남았습니다. 우울증이 없어도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는 것이 진정으로 약한 증거이겠지요. 바울이 육체의 가시가 있다고 해서 하나님의 섭리가 방해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약할 때 강함 되시는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사용하셔서 놀라운 일을 이루십니다. 천국에서는 우리 육신의 연약함으로 판단받지 않고 우리가 얼마나 하나님을 의지했느냐로 기뻐하심을 얻는다고 믿습니다."
정신과적 질병에 걸린다고 해서 신앙에 문제가 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김 원장은 덧붙인다. 그는 "기독교인들에게는 습관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가능한 모든 것을 죄와 연결 짓는 습관"이라고 말한다. 건강에 문제가 있어도, 지나가다 다쳐도, 우울증과 불안으로 고생을 해도 다 죄의 결과라는 식의 접근이다. 죄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도 있을 순 있지만, 죄의 직접적 결과로 인해 모든 정신 병리가 발생되었다는 식의 단순한 공식은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많은 이들이 정신 병리를 심리적 현상으로만 보지만, 실상 뇌세포나 몸의 이상이 원인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 뇌와 몸의 치유를 위해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정신 병리의 원인은 ▲유전적 원인 ▲기질의 억압 ▲상처와 결핍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및 뇌 손상 등으로 다양하고 복잡하다.
특히 "조현병이나 조울증 등의 질환은 심리적 원인보다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혹은 뇌의 문제로 발생되는 질환으로 생각된다"고 말한다. 또 환청과 망상 등의 증상이 있다 해도 정신증 이전에 뇌암이나 뇌졸증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때문에 김 원장은 "정확한 원인을 판단하지 않은 채 성급히 영적 질환으로만 간주해서 치유 기도나 축사 등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한다"며 "기도만으로, 상담만으로 우리의 전인격적 치유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생물학적 치료(약물 치료 등), 정신적 상담 치료, 사회 환경 등의 조절, 영적 접근 등 4가지 축이 중요하다며 "약물 치료를 하면서 심리 상담을 하고, 대인 관계 및 질병에 기여하는 사회적 요소를 다루고 난 후 마지막으로 영적인 접근을 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 모든 방법의 처음과 마지막에는 '진리되신 그리스도의 말씀'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아래는 그 구체적인 내용이다.
1. 우선은 정확한 진단적 접근을 할 것
심리상담센터 혹은 정신과를 방문해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받아야 한다. 가급적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 모든 가능성에 대한 진단을 받은 후 통합적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꼭 예수 믿는 의사가 아니어도, 일반 정신과 의사를 통해서도 하나님은 일반 은총을 베푸시는 존재임을 기억하자.
2. 원인에 맞는 치료를 할 것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이 파악되면 원인에 맞는 치료가 요구된다. 생물학적 원인이 발견되면 그 원인을 제거할 때 정신 병리가 호전될 것이고, 트라우마 등이 원인이라면 그에 맞는 치료가 중요하다. 뇌암 뇌졸증, 갑상선 호르몬 등의 뇌질환이나 호르몬 불균형에 의해서도 정신증이 발생할 수 있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이유로 인해 정신 병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성급히 심리적 혹은 영적인 이유로 판단하면 안 된다. 원인에 맞는 치료 후 심리적, 영적 치유로 더 깊이 나아가야 한다.
3. 생물학적 치료(약물 치료 등)를 먼저 할 것을 권함
뇌와 몸 치료가 기본으로 되어야 그 상위의 정서와 생각, 영적 접근도 수월해질 수 있다. 뇌세포의 이상 혹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등으로 우울증이 생긴다면 약물을 통한 뇌 치료로 정신적으로 안정을 한 후 상담 혹은 영적 접근을 하면 더 효과적이다. 약물 치료 외에 전기 치료나 광치료 등 다른 생물학적 치료법도 있으니 꼭 의사와 상의 후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4. 정신 치료, 상담 치료 및 사회적 접근은 필수적
생물학적 치료 후 정신 치료나 상담치료와 영적 접근을 같이 해야 한다. 마음이라는 곳이 영과 혼이 함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의 구조를 따라 적절한 상담을 통해 회복으로 가는 길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또 말씀을 듣고 진리가 지식을 넘어 경험적으로 내면화되면 우리의 무의식을 변화시키고 근원적인 치유가 일어나 결과적으로 정신 병리가 회복될 수 있다고 믿는다.
김 원장은 "정신과적 질병은 복음 안에서 완치가 가능하다고 믿지만, 동시에 진정한 완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정신과적 질환이 마음의 병이기도 하지만 뇌의 질병이므로 땅에 속해 있는 한 육신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이 한계가 '건강한 절망'이라고 말한다. "완치되지 못한 우리의 마음과 육신을 통해 완벽하신 그리스도의 역사하심이 있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김 원장은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도저히 깨달아지지도 이해되지도 않을 때, 바로 그때가 논리와 이성을 뛰어넘으시는 하나님이 주시는 영적 깨달음이 필요한 때"라며 "기다림이 길어진다 해도 하나님이 주시는 완벽한 진실과 사랑을 경험하게 되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또 "내가 기대하는 만큼의 치유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남은 질병을 통해, 치유하시는 하나님의 손길보다 더 큰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는다. 때로 육체와 마음의 치유보다 더 큰 구원의 섭리를 위해 남겨진 질병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2부에서는 정신증, 중독, 조울증, 우울증, 불안, 불면증, 치매 등 다양한 정신질환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어 해당 질환을 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