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사람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존재이기에 눈 앞에 있는 결과에만 연연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시간과 공간의 창조주이자 전능자이시기 때문에 그 과정 전체를 중요하게 여기신다”며 “그런 의미에서, 출애굽기는 과정의 이야기다.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민족이 그 땅을 탈출하여 하나님의 백성으로 거듭나는 과정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전 15세기, 이스라엘이 셋방살이한 이집트 땅에는 다양한 신을 섬기는 다신론 사상이 깊이 뿌리 내리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키시는 과정에서 이 땅에 내리신 특단의 조치, 열 가지 재앙은 당시 이집트 사람들이 섬기던 신들과 관련이 있었다”며 “그리고 오늘 우리는 출애굽기에서 놀라운 사실을 본다. 4,000년 전에 바로와 모세 사이에 오간 대화에서 오늘날 우리 귀에 속삭이는 유혹의 소리가 발견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이 세상의 문화를 대변하는 거대한 흐름은 포스트모더니즘 문화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조직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 이 문화를 싸잡아 다 나쁘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우리 그리스도인은 포스트모더니즘 문화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거대한 문화 흐름에 빠져 허우적거려서도 안 되고, 이 파도에 올라타 마냥 즐겨서도 안 된다. 그만큼 이 문화에는 반기독교 요소들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이 시대를 장악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 문화의 유혹 앞에서, 우리도 모세처럼 정확하게 그 유혹의 실체를 간파하고 그에 맞서 강하게 하나님의 이름을 선포할 수 있을까? 무엇이 이 세상의 한복판에서 오염되지 않고 사명을 감당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할까”라며 “세상의 강력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모세와 같은 믿음으로 걸어 나갈 수 있는 동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파리 떼 재앙이 이집트 온 땅을 덮쳤을 때, 하나님은 고센 땅에 사는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그 재앙을 내리지 않으셨다. 그때 하나님이 그들에게 강조하신 단어가 있다. 바로 ‘백성’과 ‘구별’이다”며 “애니메이션 뮤지컬 드라마 ‘이집트 왕자’(Prince of Egypt)가 크게 히트 쳤을 때 유행했던 성경 구절이 있다. ‘나의 백성을 가게 하라’(출 5:1, Let my people go)이다. 여기서 ‘백성’은 하나님이 즐겨 쓰시는 단어다. 죄와 사망의 권세 아래 노예로 살았던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키겠다는 하나님의 선언 가운데 나온 말이다. ‘나의 백성, 나의 자녀, 나의 가족’이라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구별’이라는 단어에는 ‘거룩’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히브리어 ‘카다쉬’는 사실 ‘거룩하게 하다’ ‘성결하게 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라며 “그러나 원래는 ‘분리하게 하다’라는 의미가 있다. 세상과 구별된 백성이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것이다. 죄와 구별된, 곧 죄와 분리된 자녀가 하나님의 자녀다. ‘그들은 나의 백성이다’라는 하나님의 선포요 고백”이라고 했다.
또한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그렇게 이스라엘 백성을 구별된 백성으로 삼으시고 재앙으로부터 보호하시는 주체는 이집트의 수많은 신도 아니고 바로 같은 권세도 아니며,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말이다”라고 했다.
최 목사는 “그렇다면 이스라엘 백성, 곧 구별된 백성의 가장 큰 복은 무엇인가? 하나님이 고센 땅에는 파리 재앙을 내리지 않으신 일이 아니다. 하나님이 홍해를 가르신 일도 아니다. 가나안을 점령하게 하신 일도 아니”라며 “구별된 백성이 갖는 가장 큰 복은 그 모든 것을 계획하시고 이끌어 가시고 진행하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사실이 하나님만 고백하는 일방적인 사랑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이 ‘너는 이제부터 내 백성이야. 내 가족이야. 내 형제야’라고 말씀하실 때, ‘하나님은 나의 아버지십니다’라는 우리의 고백도 있어야 한다”며 “이런 고백이 있다면 지금의 내 상황이 이집트이건 고센 땅이건 광야이건 가나안이건 전혀 상관없게 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나와 동행하시는 지금의 과정을 중요하게 보시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복의 결과는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우리는 늘 결과를 보기 원하지만, 하나님은 그 결과를 이미 십자가에서 가장 강력하게 우리에게 보여 주셨다”며 “친히 십자가에 달려 죽음을 겪으셨을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경험할 부활의 역사를 보여 주셨다. 더 이상 어떤 기적도, 어떤 결과도 필요 없다”고 했다.
또한 “우리가 지금 고센 땅이 아닌 그 옆 땅에 있었다면 그 땅이 축복의 땅이 되었을 것이다. 고센 땅이라 복이 임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그 땅에 있었기 때문에 그 땅이 복을 받은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함께하셨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복이 되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날 너무 많은 그리스도인이 일의 결과나 자신이 원하는 복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가장 큰 복은 나를 구원하시고 구별되게 하시며 복 주시는 하나님이 지금 나와 함께하신다는 사실 자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집트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질병 없이 만수무강하여도 거기에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파리 재앙이고, 메뚜기 재앙이고, 흑암의 재앙”이라고 했다.
아울러 “하나님은 ‘그 사람 내 백성이야. 내 아들이야. 내 딸이야. 건들지 마’라고 말하기를 즐겨하신다. 그런데 우리는 세상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은 나의 하나님이시다’라는 고백을 즐겨하고 있는가? 지금 내가 나의 하나님 때문에 구별되어 있다는 사실을 가장 기뻐하고 있는가”라며 “사탄은 이집트의 바로처럼 자신이 사로잡은 사람들을 어떻게든 풀어 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모세처럼 강하게 나아가면 사탄은 우리에게도 타협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