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7년 연속 적자… 국가채무 급증 ‘모르쇠’

재정준칙 논의 뒷전… 文정부 내 도입 안 될 듯

정부가 코로나19 피해계층 지원과 경기 회복을 위해 '나라 곳간'을 활짝 열면서 국가부채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재정 적자는 202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1인당 갚아야 할 나랏빚 또한 20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3월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양당 대선 주자들은 '현금성' 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미 급격하게 불어난 국가채무를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제어 장치인 제정준칙 또한 정치권의 외면으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도입은 물 건너가게 됐다.

◆'수입<지출' 나라살림 2025년까지 적자…관리재정수지 -100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매년 총지출 증가율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본예산 기준으로 2018년 7.1%(428조8000억원), 2019년 9.5%(469조6000억원), 2020년 9.1%(512조3000억원), 2021년 8.9%(558조원), 2022년 8.9%(607조7000억원) 등으로 출범 직전인 2017년(3.7%·400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많이 늘었다. 재정 지출을 늘려 확장재정-경제회복-세수증대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씀씀이를 키우는 사이 '나라살림'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2일 'e-나라지표'와 재정정보공개시스템 '열린재정'에 따르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흑자였다가 2019년 12조원 적자로 전환됐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한 2020년에는 적자 규모가 71조2000억원으로 크게 불었다.

2021년은 아직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작년 11월까지 22조4000억원 적자를 보였다. 정부는 지난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90조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히면서 적자 규모는 정부 예측보다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재정수지 적자 흐름은 2025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 1차 추경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54조1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후 14조원 규모 1차 추경을 짜면서 적자 전망치가 68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023년 64조5000억원, 2024년 69조4000억원, 2025년 72조6000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2019년부터 최소 2025년까지 7년 연속 적자가 지속되는 셈이다.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7년 넘게 지속되는 건 1971년부터 1986년까지 내리 적자를 기록한 이후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본예산 때 94조1000억원으로 예상했으나 1차 추경으로 108조2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수정했다. 2023년 104조7000억원, 2024년 108조4000억원, 2025년 109조2000억원 등 향후 몇 년간 적자 규모가 100조원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국가채무 1416조원…재정준칙 논의는 '답보'

과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하던 모습. ⓒ뉴시스

2016년 626조9000억원이었던 나랏빚은 문 정부 출범 이후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렸다. 2017년 국가채무는 660조2000억원이었으나 올해 1075조7000억원으로 임기 5년 동안 415조5000억원이 증가하게 된다. 노무현 정부(2003~2008년·143조2000억원), 이명박 정부(2008~2013년·180조8000억원), 박근혜 정부(2013~2017년·170조4000억원) 등 역대 정부보다 빠른 속도로 나랏빚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해 본예산 편성 때(956조원)와 비교하면 올해 국가채무는 119조7000억원 증가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1인당 나랏빚을 2083만원씩 갚아야 하는 처지다.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 5163만8809명으로 나눈 수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본예산(50.0%) 편성 때보다 0.1%포인트(p) 올라가 50.1%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GDP의 절반은 나랏빚이라는 이야기다.

국가채무는 계속 증가하면서 2023년 1182조8000억원, 2024년 1298조9000억원, 2025년 1415조9000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게 된다. 경상성장률(물가 상승을 포함한 성장률) 4.0%를 전제로 한 수치다.

정부의 전망치보다 국가채무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경우 정책 목표에 맞춰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라 곳간'은 비어가는 데 추가 추경을 편성하면 재정 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나랏빚은 폭증하는데 이를 제어할 '재정준칙'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정부는 2020년 10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한국형 재정준칙'을 마련한 바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눈 값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로 나눈 값을 곱해 1.0을 넘지 않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지 1년 만인 지난해 11월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 소위에서 한 차례만 논의됐을 뿐 더 이상의 언급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대선 후보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재정준칙 도입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국가채무는 폭증하고 있는데 이를 제어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데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국가부채가 급증하면 국채 금리가 올라가게 되고 국가 신용 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非)기축 통화국이 발행하는 국채 등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 자산으로 대우받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비기축 통화국들은 국가채무비율 60%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재정준칙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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