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초등학교 1학년이면 한글은 당연히 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영어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자녀에게 영어유치원 보내는 집이 굉장히 럭셔리한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반면,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 션·정혜영의 자녀들은 한글을 떼지 못한 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엄마 정혜영은 첫째 딸 하음이의 친구가 한글은 물론, 영어에 중국어까지 눈을 뜬 걸 보고 걱정이 들었다. 심지어 하음이의 유치원 선생님까지도 “하음이가 위축이 돼서 안 배우려고 할 수 있어요”라 말했다. 이에 아빠 션이 중심을 잡아준다. 션은 정혜영에게 이렇게 말한다.
“다른 아이들이 ‘사랑’이라는 글자를 다 읽을 수는 있어도 그 정확한 뜻을 모르는 아이들은 많을 거야. 우리 하음이는 ‘사랑’을 읽을 줄은 몰라도 그 ‘사랑’이 뭔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 늦어도 괜찮아.”
이에 덧붙여 션·정혜영 부부는 ‘때가 되면 다 하게 되어있고’ ‘아이들이 원할 때 가르쳐주자’는 교육철학이 있음을 말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읽을 줄 아는 것보다, ‘Love’라는 단어를 읽을 줄 아는 것보다 사랑이 무엇인지 먼저 알고 그 사랑을 전하는 걸 먼저 배워야 한다. 그것이 될 때 ‘사랑’과 ‘Love’라는 단어를 더 잘 사용할 수 있다.
배우 최수종·하희라 부부에게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자녀들도 한글을 떼지 못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그럴 수 있었던 건 하희라의 교육방침 덕분이었다. 학교에서 배울 것을 미리 공부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게 중요하고, 또 무엇보다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한글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가 힘든 때가 왔다. 말 잘하고 꾸며내기를 잘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다음세대에게 선한 것을 전해주기 위해 힘써야 한다. 남보다 한글과 영어를 더 잘 쓰도록 가르치기 이전에, 한글과 영어를 바르게 사용하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교육부가 시행해온 것처럼, 영어유치원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건 실질적인 결과를 얻지 못하고 역효과만 불러온다. 가정과 의식의 변화 없이 법만 생긴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말하고 글 쓰는 일은 더디더라도 사랑을 전하는 삶을 살아내는 게 먼저임을 부모와 자녀 모두가 알아야 한다.
황선우 작가(<선의 비범성> 저자, 문화비평 채널 <선우작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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