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와 원자재 가격, 물류비용이 함께 오르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가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생산자물가지수는 109.60(2015년 100기준)으로 전년대비 6.4% 상승했다. 이는 2011년(6.7%)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낸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최진만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 팀장은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체 생산자물가가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실제 산업부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20일 기준 배럴당 86.35달러로 한달 전과 비교해 22.38%(15.79달러) 상승했다.
올 들어 유가, 원자재 가격 강세가 이어지며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1.8% 상승한 배럴당 86.96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3일만 해도 76달러 정도였지만 보름새 배럴당 10달러 올랐다. 지난 2014년 10월 9일 이후 7년 3개월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원자재 가격 또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국제 니켈 가격은 톤(t)당 2만2795달러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달 14일 기준 코발트 가격도 7만165달러로 전년(3만7490달러) 대비 2배 가량 올랐다. 탄산 리튬 가격도 5만달러를 넘어서며 지난해 1월과 비교해 5배 이상 상승했다.
물류비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7일 62.94포인트 오른 5109.6포인트를 기록했다. 운임지수는 9주 연속 오르며 사상 최초로 5100선을 돌파했다. 지난 14일 소폭 내리며 한주 쉬어가긴 했지만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공급발 인플레이션 조짐에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세계은행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5.5%였던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4.1%, 내년 3.2%로 둔화될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오미크론 확산이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은 3.4%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경기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기선행지수(CLI)는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경기 순환의 전환점 신호를 빨리 포착하기 위해 고안된 지표다. 6∼9개월 후 경기 흐름을 예상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재확산과 공급망 차질, 미국의 통화긴축 가속화 우려 등 다수의 위험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면서도 "신규 변이 바이러스의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은 점차 안정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