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판한 나이지리아 주교, 보안기관 출두 명령 받아

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보코하람의 공격을 받은 나이지리아 북부 한 마을의 기독교인 주민.(본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오픈도어즈

나이지리아 보안기관이 무하마두 부하리 대통령 정부가 기독교인 납치와 박해를 막지 못했다고 발언한 저명한 가톨릭 주교에게 출두 명령을 내렸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가톨릭 매체인 ‘내셔널가톨릭레지스터’를 인용해 북서부 소코토 교구의 매튜 쿠카 주교가 성탄절 메시지를 통해 “정부가 나이지리아인의 운명을 사악한 자들의 손에 맡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한 후, 국가안전보장국이 심문을 위해 출두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쿠카 주교는 당시 메시지를 통해 아직 구조되지 않은 보코하람 테러단체에 의해 납치된 100명 이상의 여학생들과 수백여명의 다른 아이들을 언급했다고 CNA 파트너 기관인 ACI 아프리카는 밝혔다.

그는 “국가의 침묵만큼 가족의 무력함을 표현하는 것은 없다”라며 “우리 앞에는 생명의 신성함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완전히 무시하는 정부가 있다. 계획된 구조에 대한 이야기와 약속은 이후 미세한 속삭임으로 전락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매일 정보요원들이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정보요원들은 그들의 의무를 성실하고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한다.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우리 아이들이 어디에 있고 언제 집에 돌아올지 부모와 시민들에게 답을 주어야 한다고 믿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쿠카 주교는 “나이지리아는 악의 손아귀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다”고 경고했다.

나이지리아 온라인매체인 ‘피플즈 가제트’는 국가보안국이 정부 비판자들을 위협하고 체포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국가비밀경찰’이라고 보도했다.

카두나 주 안보 불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남부 카두나연합(Southern Kaduna People's Union)은 “심문을 요청받은 다른 비평가들이 침묵을 지켰다”고 주장하면서, 심문 요청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쿠카 주교에게 촉구했다.

SOKAPU 전국청년지도자 이삭 존 써제이는 최근 성명을 통해 “부하리 행정부의 족벌주의적이고 은밀한 리더십 스타일에 비판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인사들에게 (심문요청을) 확대했다”라고 밝혔다고 미국에 기반을 둔 사하라리포트가 보도했다.

그는 “사망할 때까지 (부하리) 행정부에 대한 끈질긴 비판자였으며 국가보안국 시설 중 한 곳을 정기적으로 방문했던 오바디아 마일라피아 박사의 갑작스러운 서거를 애도한다”라며 “국가보안국이 쿠카 주교에 출두 명령을 내린 것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를 침묵시키려는 계략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보안국이 국가안보 수호라는 본연의 핵심 임무에서 일탈하고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가 되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