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 엄마가 키즈 카페에서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

오피니언·칼럼
기고
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코로나 시대에 아이들은 바깥에서 마음껏 뛰놀 수가 없다. 또 요즘같이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오는 날씨에는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늘 고민이 많다.

확진자 추세가 조금씩 줄어든다 싶으면 조심스럽게 다녀오는 곳이 있다. 바로 '키즈 카페'다. 아이들에게 키즈 카페는 세상에서 가장 넓고 재미있는 놀 거리가 많은 곳이다. 그만큼 다치기 쉽고,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늘 아이를 내 시야 안에 넣고 지켜본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집 근처에 새로 생겼다는 키즈 카페가 궁금해 아들 예준이를 데리고 직행했다. '이제 다섯 살이 되었으니 스스로 놀 줄 알겠지'라고 생각한 마음이 화근이었을까.

겉옷을 벗은 아이가 곧장 달려간 곳은 볼풀장이었다. 볼풀장에서 신나게 뛰어놀다 말고 다른 곳에 가서 소꿉놀이하는 것으로 보아 호기심은 참 많구나 싶었다. 그렇게 아이와 한참 같이 놀다가 잠깐 목을 축이러 코앞에 매점으로 가 커피를 주문하고 나서 다시 아이가 놀고 있던 놀이터를 둘러보았다. 아직 블록 놀이를 하는 모습이었다. 빈자리를 찾아서 있던 옷가지를 내려 두었다. 눈은 아이에게, 입은 커피로 가까이 댔다. 잠깐 스마트폰을 들어 부재중 메시지를 읽다 말고 고개를 들어 아이가 있던 곳을 봤다. 그런데 있어야 할 아이가 사라졌다. 화들짝 놀라 달려갔다. 분명히 이 자리에 앉아 블록을 쌓고 있었는데, 불과 3초 사이에 사라진 것이다. 건물이 1층과 2층으로 되어 있어 일일이 찾아야 했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일 정도로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아이의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찾아 헤맨 적이 없어서 심장은 쿵쾅거렸다.

보통의 엄마라면 아이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며 헤맬 텐데, 나는 목소리 대신 눈으로 더 열심히 찾아야 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애타는 마음을 잠시 추스르며 1층에 있는 안내데스크로 걸음을 옮겼다. 직원에게 아이의 이름과 인상착의를 이야기해주었다. 안내 방송을 같이해주신다고 했고, 다시 1층과 2층을 같이 찾아보았다. 나는 그때 보청기를 집에다 두고 와서 안내방송이 제대로 나왔는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찾았을까. 아들이 내 눈앞에서 사라진 지 40여 분 만에 재회했다. 아들 예준이는 자기를 찾는 엄마의 시선을 피해 볼풀장 깊이 숨어 있었단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다리에 힘이 턱하고 풀려 버렸다.

아이들은 불과 3초 사이에도 사고가 나니 항상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맞는 말이었다. 그래도 다치진 않은 것만으로,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농인 엄마여서 아이를 찾아 헤맬 때 목소리를 낼 순 없지만, 온 힘을 다해 아이를 찾아 뛰어다녔고,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아이를 다시 만나려는 '엄마의 의지'가 와 닿았던 하루다.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