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성은 인간의 삶에서 비밀스럽고 신비한 영역이었다. 기독교는 성에 대한 하나님의 섭리를 분명하게 인간에게 교훈하였다. 그런 성이 르네상스와 계몽시대를 거치면서 인간의 세속적인 문제로 격하되었고, 19세기에 이르면 결국 세속과학의 연구대상이 되었다. 특히 해부학과 매독이 성을 의과학적으로 연구하게 만들었다.
19세기에 이르면 성적 억압에 대한 반대에 공감하는 지식인-사상가들이 속출하였다. 그들 사상의 공통점은 기독교 교회와 그 교훈에 대한 거부였다. 그들은 교회를 포함한 모든 권위에 대해 불복종하면서 자신들의 생각하는 인간의 모습에 따라 인간을 재해석하려 하였다. 이런 지적 분위기 속에서 인간의 성행동에 대한 “과학적” 연구도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19세기 후반에, 의사들 중에 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들은 성도착, 자위, 동성애, 히스테리. 색정광(nymphomaniac) 등등을 명명하고 분류하고 기술하고 연구하였다. 이러한 연구를 나중에 성학(sexology)이라고 부르게 된다.
그 선구자는 독일의 크라프트-에빙(Richard Freiherr von Krafft-Ebing 1840–1902)이다. 그는 정신의학자로서 정신의학, 법의학, 최면술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저술들을 남겼다. 대표적 저서는 1886년 출판한 《성적 정신병리. 한 임상-법의학적 연구》 였다. 그는 생식이 성욕의 목적이라 보았고, 쾌락적 섹스는 어떤 형태이든 성 도착으로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동성애는 성도착이며, 특히 어떤 동성애는 어릴 때 자위에 의해 유도된 도덕적 악이라 하였다.
엘리스(Havelock Ellis 1859–1939)은 영국의 의사로서 우생학 지지자이자 진보적 지식인이었다. 그는 당시 자위와 동성애에 대한 성적 타부를 깨고 성적 개념을 혁명적으로 바꾸려 하였다. 그는 1897년 동성애에 대한 책을 썼는데 그가 기술한 동성애 21례 중 7례가 소년애 였다. 그는 동성애 성행동을 사실대로 기술하면서 동성애를 병적, 비도덕적 또는 범죄가 아니라 하였다. 그 외 자기애, 자위, 트랜스젠더 심리학 등 여러 성행동에 대한 연구를 하고 글을 썼다. 그는 트랜스젠더 현상을 어머니에의 집착을 그 심리적 원인으로 보았다. 그는 특히 직접 메스칼린을 복용한 경험을 보고하는 등 환각제 연구에서도 개척자이다.
히르슈펠트(Magnus Hirschfeld 1868–1935)는 독일 의사로서 유태인이며 그 자신 동성애자였으며, 성 소수자 옹호 액티비스트였다. 그는 바이마르시대에 “과학을 통한 정의”라는 이슈를 내걸고 동성애자들의 권리옹호활동을 하였다. 그는 동성애가 정상적 사랑과 같은 자연과 창조의 일부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당시 독일 언론들은 “과학의 탈을 쓴 선동”으로 독일인들은 중독시킨다 하여 분노를 표하였다. 1898년 이래 그와 그의 동료들은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을 개정하려 하였는데, 다소 성공을 거두었으나 결국 나치스가 집권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그는 동성애 옹호가 여성 운동과 상응한다는 것에 동감하고 1905년 여성운동에도 참여하였고 낙태를 옹호하였다. 1919년 그는 성과학연구소(Institut für Sexualwissenschaft)를 열었다. 1921년 성적 개혁을 위한 첫 학술대회를 조직하였다. 독일 내 동성애 혐오가 증가하면서 그는 자주 해외여행을 다녔다. 여행 중에 한 중국인 젊은이와 동성애 연인관계가 되었다. 1930년대에 이르러 그는 나치스의 박해를 받았다. 1933년 그의 성과학연구소는 폐쇄되고 그의 책들은 불살라졌다. 그의 사후 독일, 유럽 각국, 그리고 미국에 그의 정신을 잇는 조직들이 생겨났다.
19-20세기 성학은 주로 프로이트와 정신분석이 계승하였다. 1908년 성과학 학술지(Zeitschrift für Sexualwissenschaft)의 창간호가 나왔을 때, 프로이트 등 여러 정신분석가들의 글들이 실렸다. 1913년 첫 학술단체 the Society for Sexology가 결성되었다. 이후 문화인류학자, 심리학자, 사회학자.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생물학자와 뇌과학자 등으로 연구자 범위가 확대 되어 갔다. 유명한 성학자들 중에 유난히 동성애자가 많다.
실제로 인간의 성을 “과학적으로” 내지 실험적으로 (인간을 실험대상으로) 연구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대부분의 성학은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거나, 생물학적 유물론이거나 막시즘이나 이교적 사상 등에 영향을 받아, 연구자 개인이 추정한 이론이 많다.
우리 크리스천은 기독교 신앙에 비추어 그런 성학 이론에 대해 엄밀한 윤리적 및 과학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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