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연구원(백광훈 원장, 이하 문선연)·목회데이터연구소·목회사회학연구소가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필름포럼 카페에서 ‘위드 코로나, 전환의 시대를 준비라하’라는 주제로 2022 문화선교트렌드 문화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여러 발제가 진행된 가운데 특히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목회사회학)가 ‘2022 한국 교계 및 목회 전망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조 교수는 “그동안 이루어 놓았다고 하는 것들이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한 단, 한 단 쌓아가는 것이 의미가 없다. 제로베이스에서 우뚝우뚝 세워나가야 한다”며 “2020년 우리는 멍한 상태에서 당했다. 2021년 우리는 그래도 변화에 대해서 실감은 했으나 무엇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러나 2022년은 다를 것이다. 변화는 현실이고 이제 물결을 타듯 새로운 것들을 이루어 가야 한다. 이제 3년째라면 위기가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노 사회(Nano Society), 소그룹의 활성화 필요
이어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나오는 ‘트렌드 코리아 2022’는 2022년을 예측하는 첫 키워드로 나노 사회(Nano Society)를 내놓았다”며 “나노사회는 극단의 개인주의의 영향으로 사회가 나노 수준으로 파편화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언택트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이제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또 “여기에 (코로나19로)내가 누군가를 감염시킬 수도 있다는 공포 역시 존재한다. 즉 이러한 공포는 자기 스스로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립시켜 나간다. 내가 누군가에게 다가가도 그가 받아줄지 모르는 거리낌까지 있다”며 “이러한 사회적, 심리적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도, 그리고 누군가를 받아주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사람들은 개인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렇게 고립된 인간들이 나름의 공동체를 형성해 간다. 소속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그룹들을 만들어 간다. 서로 만나는 것을 꺼려하는 이들이 이렇게 나름의 그룹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은 온라인의 도움이 크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주일에 함께 모이는 것에 큰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세계교회에서 제일 열심히 모이는 교회일 것이고, 세계 역사를 다 털어보아도 이렇게 주일에 활발한 교회는 한국교회가 유일할 것”이라며 “그런데 이런 전통과 장점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결국, 교회는 강제적으로 나노 사회로 돌입하게 되었다. 이제 개인이 알아서 자신의 신앙을 챙겨야 한다”고 했다.
또한 “교회가 이제 이러한 상태로 돌입한 것이 2년이 지나 3년으로 돌입하고 있다. 전문가들 예상은 올해 말까지 코로나 상황이 끝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는 지역 교회라는 당연한 조직에의 소속감을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 연령별로, 관심사별로, 교육프로그램별로, 사역별로 모여서 교제를 나누고, 신앙과 교회 생활의 성장을 이어왔던 한국교회의 메커니즘이 무너지게 되었다. 이러면 교회를 이끌어 왔던 ‘일꾼’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교회에서 열심을 내며 활동하던 중간조직, 즉 구역장, 집사, 권사, 안수집사 등등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들이 사라질 것이고, 이들이 할 일 역시 사라질 것”이라며 “그러면 교회 조직은 유튜브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담임목사 중심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교회의 사역은 많이 위축되었지만, 그나마 내가 직접이 아니라 교회의 유급직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역을 간접 경험하고 지원하는 형태로 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결국 소그룹이다. 교회당에 모일 수 없다면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서로에 맞추어주는 그룹이 필요하다”며 “재난과 필요 앞에서 임시적으로 모이게 되는 그룹처럼 신앙의 위기 앞에서 함께 모여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고, 케어해 줄 수 있는 소그룹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로써 나노 사회를 만들어 놓은 개인들을 연결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현재 유일한 중간조직의 리더를 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성도의 신앙생활, 스마트 세인트(Smart Saints)가 되다
조 교수는 “스마트한 소비자들은 사회의 형태도 바꾸어 놓는다”며 “사회가 항상 변하게 되니 무엇에 매이지 않는다. 언제든 조건이 바뀌면 옮겨 탈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유하는 것이 좋다. 차를 사지 않고 필요할 때만 시간 단위로 빌려서 쓴다. 집을 살 생각도 안 한다. 전세도 아니고 월세도 감당한다. 보증금이 없다면 더 좋다. 언제든 자신의 보금자리는 변할 수 있다. 평생직장이 아닌데 어디를 기준으로 해서 집을 구하겠는가. 물건을 사도 굳이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맘이 변하면 당근에 팔면 된다. 오히려 희귀한 아이템이면 돈벌이가 되기도 한다. 현대는 스마트 컨슈머(Smart Consumer)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요즘 교인들을 보면 교회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개인이 알아서 자기 신앙을 챙겨야 한다”며 “이전에 한 교회에 속하면 그 교회가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다 좇아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교회가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한계에 다다랐다. 단지 주요 예배만 중계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각 교회마다, 각 기독교단체마다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온라인상에 쏟아놓고 있다. 유튜브를 좀만 뒤져보아도 기독교인으로서 신앙에 도움이 될 내용들이 넘쳐난다. 신학이나 신앙 교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세미나도 넘쳐나고, 교육프로그램도 넘쳐나게 쏟아지고 있다. 정말 자신을 위한 프로그램을 스마트하게 찾아가야 한다. 그래야 그 모든 것을 좇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제 성도들은 신앙생활을 위해서 유튜브에서 길을 찾는 스마트 세인트가 되었다”며 “때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격려하고, 필요 앞에서 조회 수와 좋아요, 구독 등으로 서로의 공동체를 확인하기도 한다. 이것은 나노 사회와 연결되며,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의 목회 방향, 좌충우돌
조 교수는 “이제 흐름이라고 하는 것이 너무 자주 바뀌고, 그 갈래도 너무 많아서 우리가 쫓아갈 수가 없다. 무언가를 준비하고 계획하여 일을 한다는 것이 불안하게 되었다”며 “환경과 사람, 사회와 기술 등의 변화가 너무 무쌍하다 보니 무언가를 안정적으로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목회의 기조들이 모두 무너졌다. 그야말로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 방법은 하나이다. 좌충우돌 해보는 것”이라며 “기획, 준비, 실행 등의 절차 등을 거쳐서, 실패가 없는 완벽한 목회 실행은 이제 불가능하다. 전에는 어떤 프로그램을 하나 하려면, 실패 가능성을 다 살펴보고 성공 가능성이 거의 100%가 될 때 온 교회가 온 힘을 다하여 달려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시간이 없다. 계획은 2주 후 밖에 세울 수 없다. 그리고 나노 사회에 자기중심적인 성도들을 모두 모은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내놓아야 한다. 수많은 공급을 내어놓고, 사람들이 모이면 더 힘을 실어보고, 관심이 모이면 더 키워보는 것이다. 이걸 사회에서는 ‘팬덤’이라고 하는데, 하나의 문화로 자리하고 있다”며 “즉 갖추어진 조직에 의해서 준비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방송국 형태가 아니라 단 한 명이 시작하는 콘텐츠에 관심이 모이고, ‘좋아요’가 붙어 나가면 좀 더 프로그램을 키우고, 알고리즘에 들어가면 눈덩이 커지듯 사람들이 모이고, 그게 힘이 되어서 돈이 모이고, 상업적인 지원도 받고, 콘텐츠에 투자하며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목회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성경공부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가 아니라 기회가 되는대로 모아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성경공부도 매주 하나가 아니라 요즘 넷플릭스에서 시도하듯 시즌별로 해서, 성경공부도 정주행 하는 건 어떨까”라며 “성경공부도 강의식도 있을 수 있고, 연역식, 귀납식도 있을 수 있다.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도 있고, 그냥 낭독만 해 주는 것도 가능하다. 다양하게 하다가 어느 쪽으로 성도들이 모여 오면, 그걸 더 키우고, 더 만들고, 더 나누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래서 팬덤이 생기면 교회의 프로그램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하려면 그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 목사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그러면 다양한 봉사자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성도들 가운데서도 은사가 있는 사람이 있으면 품고 세워줘야 한다. 다양한 이들이 참여하여서 그중에 몇은 또 정식 프로그램으로 옮기고, 더 나아가서는 흐름을 형성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유튜브의 기본적인 구조이다. 이제 이 도구를 사용한다면, 이러한 구조에 맞추어 가야 한다. 매체가 변하는데 콘텐츠는 그대로 대면 예배 중계에 머물 수는 없다. 더 나아가서는 매체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에 맞는 문법에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예측이라는 것이 엉뚱하게 보일 수 있다. 이전에는 현실에 기반해서 예측을 했는데, 이제는 쫓아가기도 전에 또 다른 좌표를 그리는 것과 같게 되었다. 이제 돌 위에 돌을 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현실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 오히려 깊게 들여다보면 길이 보인다. 나노 사회, 스마트 세인트, 그리고 좌충우돌의 세 키워드가 하나의 맥락에서 보인다면 목회의 이정표를 세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백광훈 원장이 ‘2022 한국 사회문화 트렌드와 교회의 과제’, 조성실 센터장(디지털 미디어와 교회)이 ‘2022 디지털 미디어와 교회 전망과 과제’, 임주은 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이 ‘MZ, 기독교 문화 전망과 과제’, 지용근 대표(목회데이터연구소)가 ‘통계로 미리 보는 2022년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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