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작가들의 말말말>

도서 「하나님을 위한 변명」

그 순간이었다. 전능자의 난감한(?) 표정이 나를 압도했다. 내 마음 가득했던 서러움과도 차원이 다른 색깔의 감정이 하나님의 표정에 가득해 보였다. ‘미안함?’, 아니, 분명히 그 감정이 섞여 있기는 했지만 그건 아니다. ‘아쉬움?’, 아니, 그 정도로 표현될 표정이 아니었다. 그 크기와 깊이와 넓이를 측량할 길 없는 동시에, 그 모든 것이 응축되어 있는 하나님의 표정을 어떻게 감히 ‘유한한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때의 하나님의 표정을 설명하기보다는, 나 자신이 하나님의 표정에 압도당하던 그 순간 그리고 그 이후 하나님께 느끼는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쩌면 피조물인 우리 입장에서는 최선일지 모르겠다. 가장 가까운 표현이 안쓰러움?… 비슷한가? 잘 모르겠다. 분명히 그날 이후, 하나님에 대한 나의 태도(?), 나의 감정(?), 이게 맞는 표현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분명히 그날 이후로 하나님과 나의 관계는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아니, 분명히 깊어졌다. 그렇다. 나는 하나님이 안쓰러웠다. 그때 그 순간 내 입을 통해 내 허파에 남아 있던 작은 양의 공기가 한꺼번에 배출되면서 나온 나의 고백은 이러했다. “하나님, 괜찮으세요?”

최관호 – 하나님을 위한 변명

도서 「사람의 권력 하나님의 권력」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가장 넓은 의미에서 파워란 산호초부터 첼로 연주자까지 모든 생명체가 지닌 보편적 자질이다. 그러나 오직 인간만이, 마이어스가 우리의 주의를 요청한 두 번째 의미에서의 파워를 행사한다. 즉 사물을 만들어 내는 것뿐 아니라 의미를 만들어 낸다. 우리가 만들어 낸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 세상을, 단지 헤쳐 나가는 것만 아니라 또한 해석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파워다. 우리 인간의 파워만이 이 세상을 정원과 도시로 만들고, 댐으로 수량이 조절되는 강과 핵폭탄으로 인한 버섯구름을 만들어 낸다. 게다가 다음 세대로 의미를 전달하는 인간만의 능력은 이 세상이 어떤 곳인가 그리고 무엇을 위한 곳이어야 하는가를 해석함으로써 가능성의 지평선을 형성한다.

앤디 크라우치(저자), 김명윤(옮긴이) - 사람의 권력 하나님의 권력

도서 「평화의 나라: 예수 그리스도의 비폭력주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우리가 ‘한 책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우리가 기억을 통해 살아가는 공동체임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그 책의 텍스트와 분리된 철학적 진리를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가 한 책의 사람들인 이유는 “태양과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을 이스라엘 민족과 특정한 한 사람인 예수의 생애 안에서 알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진리’는 본질적으로 우발적이며, 기억에 의해서만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질 수 있다. 우리는 그 기억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 기억에 담긴 새로운 의미를 거듭 찾아 나설 수밖에 없게 되고, 그 와중에 성경에 비추어 우리 기억을 시험한다. 그래서 기억은 도덕적 훈련이다. 우리는 자신의 실패와 죄를 기억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만 우리가 간직하도록 맡겨진 이야기를 올바르게 들려줄 수 있다.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우리 죄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성경의 권위를 인정한다는 것은 우리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용서를 경험해야만 우리는 그 이야기가 우리 삶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증언할 수 있다.

스탠리 하우워어스(저자), 홍종락(옮긴이) - 평화의 나라: 예수 그리스도의 비폭력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