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초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 시대 해외 선교사 의견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해외 선교사 3명 중 1명꼴(30.2%)로 재정 후원이 감소했다. 같은 조사에서 해외 선교사 5명 중 1명은 경제적 활동을 하는 자비량 선교사였고, 자비량 선교사가 경제 활동에서 얻는 소득은 전체 소득의 55% 이상을 차지했다.
코로나19 펜데믹의 장기화로 한국교회의 해외 선교사 재정 후원 감소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캅카스에서 BAM(Business As Mission)으로 자비량 사역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우동수 선교사(국제다문화선교회)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물어보았다. 우 선교사는 최근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포함한 여러 상황으로 기존 사역이 위축되는 형편인데, 수익 창출형 자립 신앙과 선교는 선교의 확장과 지속성을 가능하게 할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우동수 선교사는 1991년 2월, 소련 선교의 부름을 받고 구소련 동쪽 사할린에서 시작하여 시베리아를 거쳐 현재는 서쪽 끝 캅카스 남서쪽 압하지야에서 사역하고 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부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까지 4년간은 한국을 비롯하여 유럽,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에서 순회 다문화사역을 했다.
현 사역지의 압하지야 민족은 저주받은 노아의 둘째 아들 함의 후예로, 그 가운데서도 가나안에서 멸망당하고 쫓겨난 가나안 7족 가운데 헷 족속을 기원으로 한다. 가나안에서 쫓겨나 터키 서부 소아시아를 지나 지금의 흑해 연안 캅카스까지 밀려온 이들은 6세기 기독교 왕국으로 번영을 이뤄 캅카스 종주 민족으로 자리 잡기도 했지만, 16세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침략으로 이슬람을 강요받고 터키, 시리아, 요르단으로 강제 이주를 당해 인종과 문화, 역사, 문자가 말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엔 러시아의 침략을 받아 러시아 정교회를 강요받고 역시 인종 말살과 강제 이주, 추방을 겪었다.
1992년 소련 붕괴 후 그루지야로부터 독립한 압하지야는 그해 8월 그루지야의 침공으로 1년여 간 독립전쟁을 치러 이듬해 9월 승리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한 채, 극심한 빈곤과 범죄가 판치고 이교 문화와 이단이 뿌리내리는 영적으로 매우 척박한 땅이다. 이처럼 외딴 비접촉 미전도종족 선교지인 캅카스 압하지야에서 후원이 끊기고 독립군이 되었던 우 선교사는 주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BAM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ㅡ현재 진행하는 BAM 사역을 소개해 달라.
“압하지야와 아르메니아, 쿠르드 지역의 시골에서 자연 양계를 실행하고 있고, 자연농업 방식의 목장(젖소, 육우, 염소)과 야채 비닐하우스 운영, 지역에 적합한 농작물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 외에 가공식품 사업을 시작으로 의료용품, 기초화장품, 의류 등의 마케팅과 유통 사업을 연결하고 있다.”
ㅡBAM을 실행하면서 얻은 장점과 효과는 무엇인가.
“이전의 교회 중심의 헌금과 봉사로 ‘내부지향적 자립’이 아닌, 사회와 세상과 교감하며 전도와 선교의 접촉점을 마련하고,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어가는 ‘하나님의 선교’로서 전개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팬데믹을 포함한 여러 상황으로 기존의 교회 조직의 사역과 선교가 위축되는 형편에서 ‘외부지향적 활동과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여 선교적 확장을 이루고 지속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BAM의 효과와 실제 결과에 대해 언급하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러시아의 외딴 지역인 시베리아 교회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선교 동참을 이끌어내고 이를 진행할 수 있는 시초를 마련할 수 있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2017 평창 프레올림픽을 기점으로 러시아어권 교회가 국제 다문화선교 아웃리치 사역을 하면서 일어난 선교의 흐름이 그 예다. 아직 해외선교의 경험이 없고 후원을 전혀 기대할 수 없던 러시아교회가 한국을 선교의 중간기착지로 삼아, 베트남과 캅카스, 중동, 아프리카까지 선교의 비전과 걸음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이는 구소련과 러시아 출신 선교사들이 그 시초부터 BAM을 통한 재정 자립과 이를 기반으로 한 선교의 접촉점을 체화하여 사역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ㅡ현지인들이 BAM에 어떻게 동역하고 있나.
“러시아는 오랜 공산당과 정교회의 압제로 개신교 사역자들이 직업을 갖고 일하면서 전도하고 목회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현재까지도 규모가 큰 교회의 극히 일부 담임 목사와 행정담당 목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목회자가 일하면서 사역하고 있다. 따라서 BAM은 이미 이들에게 체득된 내용이기도 하다. 다만 이를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교회 내부지향적 흐름’에서 ‘세상과 열방의 종족’으로 방향을 돌리는 선교적 도전과 실행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자립적인 다문화 선교공동체를 설립하는 과제가 있다.
BAM의 주도와 실천은 주로 현지 형제들이 맡도록 했다. 이제 이들과는 세계 선교의 동료로서 서로 인정하고 세워가는 관계가 되었다. 다만 아이디어와 아이템, 네트워크와 초기 투자에서 제가 윤활유의 역할을 맡아 주님께서 공급하시는 대로 하고 있다. 올해는 자연농업을 기반으로 국내외 선교에 활발하게 동참하는 한국의 자립 신앙공동체와 교제하며 지원받게 되어 감사하다. 도시형 BAM 사역의 경우, 이제 그 파트너를 세우며 개발하는 단계에 있다. 주님께서 이분들을 붙들어서 믿음 안에서 선교의 일꾼이자 동역자로 함께 세워가길 기도하고 있다.”
ㅡBAM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과 한계가 있었나. 어떻게 이를 극복할 수 있었나.
“우선 BAM에만 의존하는 사역을 하지는 않았다. 자립해야 할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주님께서 열어주시는 길을 따라 걸음을 조금씩 옮겨왔을 뿐이다. 믿음선교를 기반으로 하되,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실행해 왔다. 마치 선교사 바울이 장막 짓는 기술을 그때그때 선교 현장에서 활용한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주님의 인도로 하나씩 관계가 만들어지고 길이 열리면서, 문외한이었던 의료선교 방면에서도 10년의 과정을 거쳐 의료센터 설립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위에 말한 비즈니스 내용도 친히 이루시는 예수님의 걸음을 뒤따를 뿐이다.”
ㅡ코로나 사태가 BAM 사역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우선 국경과 교통이 통제되어 자유롭게 선교지를 왕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선교사의 4명 중 1명(24.3%, KWMA·목회데이터연구소 12월 통계)이 선교지를 떠난 가운데, 현장에서 밀착하여 진행해야 할 BAM이 멈춰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저도 한국 순방 중 코로나 사태가 발생해 외국인 국경통제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11월, 21개월 만에 사역지로 돌아왔다. 설립을 추진 중이던 국제다문화선교회도 여러 가지 이유로 선교사들이 현장을 잠시 떠났다가 복귀할 수 없는 경우가 생겼다. 현장에 있더라도 코로나로 정상적 활동이 어려웠는데, BAM 사역 역시 인터넷이나 제한된 공간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팬데믹에 의한 피치 못할 사역 환경의 변동으로, 새로운 사업 비전과 아이템, 시스템을 구상하고 준비하여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것이 더 유익하고, BAM과 선교 도약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역지를 떠나 지낸 기간에는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진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 감사하다. 캅카스와 중동을 아우르는 전방 선교기지의 청사진을 품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주님을 찬양한다.”
ㅡBAM 사역과 관련한 발전 계획은?
“현재 국제다문화선교회의 이름으로 발걸음이 닿게 된 시베리아를 시작으로 압하지야와 캅카스, 한국의 홍천과 음성, 베트남 다낭, 아프가니스탄, 중동 쿠르드, 아프리카 콩고 등에서 다문화선교 공동체와 BAM을 기반으로 한 선교기지를 생각하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섬김과 사역을 더욱 열심히 준비할 계획이다.
시골 지역은 자연농업을 기반으로 현재 대두된 인류 생태계와 환경, 식량 위기에 대응하는 대안으로 BAM 기반 공동체와 선교를 실행할 것이다. 캅카스의 천혜의 기후와 환경 조건에서 환경친화적인 자연농업 생산기지로 자연양계 클러스터, 소와 염소 목장, 비닐하우스와 노천 농작물 재배 농장을 세워 농작물과 낙농제품을 생산하고, 판로를 개척해 유통시스템을 마련하려 한다. 현재까지도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을 허가하지 않는 농업 청정국으로서 러시아의 면모를 일신하고, 차후 농산물의 세계 유통시스템도 새롭게 마련해 인류 식량 위기에 대응하는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또한 중동의 쿠르드와 연계하여 중동 지역의 열악한 농업환경에 이를 접목하고, 시장을 개발해 선교의 기반을 마련코자 한다.
러시아 시베리아 도시 지역에서는 신자유주의로 심화되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선교에 이바지할 신앙공동체들의 기술과 자본 자립형 소규모 비즈니스를 개발하고 정착시켜 확산할 과제가 있다. 이에 가공식품 사업을 시작으로 마케팅과 유통 사업을 연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후 자본시장에서 소액대출과 인터넷 기반의 블록체인, 암호화폐 등을 응용한 인터넷 금융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BAM을 통해 열방의 종족 선교와 하나님 나라 건설 및 완성에 이바지하는 ‘기도의 영성’과 ‘일터에서의 실천’으로 기도와 노동의 BAM 역사를 이루기를 소망한다.”